잠시 얼마 전에 있었던 인사청문회장으로 가보자. 인사청문회 때만 되면 온 나라가 한창 들끓는다. 대통령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당당한 태도로 청문회장에 나와 앉는다. 하지만 몇 마디 오간 뒤에는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를 연발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각료를 선출하기 위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나온 이라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가장 똑똑한 인물, 성공한 인생의 대표격인 사람일 텐데 말이다. 그 사람이 가진 화려한 학벌과 경력이 그를 대표로 선출시켜주는 것은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눈 질끈 감은 한 번의 잘못으로, 도덕적인 책임 회피로 국민의 민심을 돌려세워 낙마하거나 스스로 물러나고 만다. 그는 성공의 끝자락을 잡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려던 순간 실패의 나락으로 끝없이 추락하며 불행의 시간을 맞이했으리라. --- p. 9
자녀가 학업을 통해 지식을 쌓아 남들보다 좀 더 많이 알아서 살아가는 데 좀 더 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성품 좋은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더 가치있는 능력을 갖는다. 학업이 삶의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는 일은 거의 없다. 갈등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능력은 오로지 그 사람의 성품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관계맺기의 비밀을 아는 것만이 진정한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내가 먼저 감사하고, 먼저 용서를 구하고, 잘 안 되는 것은 도움을 청하고, 그리고 내 마음을 표현해서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p.13
오늘날 사회에 가득한 성인아이, 높은 이혼율과 알코올중독, 직업적 성취에 대한 열망, 높은 교육비, 대량 실직사태 등은 부모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가중시킨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녀를 낳는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자녀를 양육하고 영적, 정서적, 물질적으로 지지해주며 일정 시기 동안 자녀의 삶을 책임지는 지속적인 과정이기에, 부모가 되기에 앞서 이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 p.24
아이들에게는 0~3세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특별한 시기에 부모와 상호작용한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어 이를 바탕으로 대인관계의 패턴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생후 12개월 무렵부터 시작되는 애착패턴은 3세 전후로 교정되어 이후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작동되어 행동으로 나타난다. 연구에 의하면 90%의 사람들이 이렇게 고정된 애착패턴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 p.71
혹시 아이의 기질과 성격은 유전이라며 아이의 인생을 운에 맡기고 있진 않은가? 어떤 기질도 아이에게는 긍정적인 성격의 요소이며 잠재된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에 불을 붙여주는 것이 환경이다. 아이의 기질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기질의 긍정적인 면을 살려주자. 아이의 기질은 인생이란 그림의 밑그림에 해당하고 성격은 그 밑그림을 수정하고 색칠하는 과정이다. 기질은 이미 결정된 운명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가능성의 시작이다. --- p.80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는 어떤 자극을 받으면 반드시 반응을 하게 마련이다. 강렬한 자극이든 미세한 세포 단위의 자극이든 반복되면 우리 몸 어딘가에 저장된다. 심지어 엄마 뱃속 태아시절의 자극도 훗날 기억으로 남는다. 한마디로 모든 사람들은 온갖 자극에 반응하는 고성능 세포로 이루어진 몸과 모든 경험들을 기억으로 저장하는 고성능 뇌를 갖고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거의 기억들은 후일 그가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과거에 경험한 모든 자극들이 기억으로 남아 평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모든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무심코 주는 자극들을 신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우리 자신이 자녀들에게 자극을 주는 행동들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부모들이 우리에게 했던 자극 행동을 물려받은 것이다. 잊지 말자. 나쁜 경험은 그 기억이 우리 몸 어딘가에 저장되었다가 나쁜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말이다. 반면에 좋은 경험도 반드시 저장되었다가 좋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반복되면 버릇이 되고 이런 버릇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모여 바로 나의 성품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성품들은 바로 한 사람의 운명을 만들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원동력이 된다. --- p.84
지능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뇌 속에서 기질과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좋은 머리, 나쁜 머리가 따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시기에 맞춰 구석구석 잘 배선되고 균형 있게 촘촘히 연결된 ‘건강한 뇌’가 있을 뿐. 머리 좋은 아이란 한번 본 책을 줄줄 외우는 아이가 아니라 주변상황에 잘 반응하고, 위험한 것과 안전퇇 것을 분별하고, 또래 아이들과 잘 교류하고,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 집중하는 아이가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다. 아이의 운동, 행동, 감정, 이성, 기억은 뇌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최선의 선택과 가치를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이성적인 판단이나 행동도 풍부한 감정이 있을 때 가능하다. 나와 주변을 두루 살
필 수 있는 감정이 바탕이 되어야 상황에 맞게 생각하고 적절한 행동을 계획하며 선택할 수 있다. --- p.95
청소년 자녀가 자주 분노를 폭발시킬 때. 분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자. 다만 잘못 분노하는 것이 문제이다. 분노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파괴적이고 공격적으로 폭발시킬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녀가 분노를 드러낼 때 부모가 예민해지면 안 된다. 부모가 유머를 갖고 여유있게 행동하면 자녀가 감정을 더 잘 다스리게 할 수 있다. 분노가 폭발할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규칙을 미리 의논하자.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각자 방으로 들어가 안정을 취한 후에 다시 이야기 하자고 제안한다. 분노를 다스리는 각자의 비법을 전수해주자. --- p.113
과잉칭찬은 오히려 위험하다. 칭찬하는 것이 좋다고 해도 무턱대고 칭찬을 남발하면 역효과가 나기 마련. 칭찬받기 위해서 행동하는 아이들은 기대한 만큼 칭찬을 받지 못하면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과잉칭찬을 받은 사람은 자기중심적이 된다.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칭찬과 무엇이든 잘했다며 응석을 받아주는 것은 다르다. 부모에게 언제나 잘한다는 말만 들은 아이는 남들도 항상 자신을 주목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아이들은 주변사람들의 감정을 배려할 줄 모른다. 칭찬에만 익숙한 아이는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 p.117
첫째 자녀와 얘기 할 때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첫째 자녀는 매우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요청하고 귀납법적 논법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첫째 자녀는 생략되고 함축된 메시지를 읽는 걸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네가 엄마 심부름을 가끔 잘해주면 참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동생 기저귀를 이렇게 가지고 와서 이렇게 펼쳐서 동생에게 입혀주고 사용된 기저귀는 이렇게 말아서 쓰레기통에 이렇게 집어넣도록 해라”라고 말해주는 것이 더 현명하다. 부모의 기대를 분명하고 성취가능한 것으로 전달하고 그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칭찬해주자. --- p.129
자녀들은 부모가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음을 기억하자. 중요한 것은 자녀의 문제행동을 고치려는 부모가 자녀와 한 팀이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약속해야 한다. 문제행동을 고치려는 것은 자녀를 위한 것이지 부모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주고 부모는 언제나 자녀 편에서 생각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한다. 부모는 자녀 자신의 유익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같은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 p.148
교육학자 메리 버드 로우는 미국의 교육잡지인 《아메리칸 에듀케이터》(American Educator)에서 아이들이 들은 것에 대해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대기시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아이가 들은 것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학적인 검증에 의하면 부모가 아이에게 질문이나 요구를 할 때는 3초 정도 기다려주는 것이 좋고 5.3초 정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너무 서두르지 말고 빨리 대답하라고 혼내기 전에 아이가 들은 것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를 주는 배려하는 부모가 되자. --- p.171
순종을 가르친다는 것은 나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의 지시에 즉각적으로 기쁨으로 완벽하게 따르는 것이다. 이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지시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어야 부모자녀 사이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YES 법칙을 실천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을 예의바르게 창의적인 제안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서 습관이 되게 한다.
*YES법칙이란?
순종하기 어려울 때 꼭 기억하게 하자.
Y(YES)--- p.상대의 말에 즉각적으로 ‘네’라고 대답한다.
E(Earnest)--- p.진지하게 생각해보자.
S(Suggestion)--- p.예의바른 태도로 내 생각을 말한다. --- p.241
이 시대의 문제는 부모가 자녀를 자꾸 다른 사람에게 위탁하려고 드는 점이다. 양육은 할머니나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교육은 어린이집, 학원, 유치원에 맡기고 밖에서 바쁘게 살며 돈을 버는 게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하지만 그런 부모의 가슴에도 분명 자녀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그 미안한 마음을 자녀에게 물질로 보상하게 되고 자기고집을 고수하는 작은 폭군으로 자라는데도 별 말 못하고 미안해하며 그저 ‘오냐오냐’ 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 p.244
부모들의 가장 큰 실수는 대개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 관심을 보이고 피드백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부모의 태도가 오히려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서 아이로 하여금 불순종하게 만들게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아이의 나쁜 행동에 대해 반응하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가 순종하는 태도를 보여줄 때 더 큰 관심을 보여주며 충분한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 p.255
부모가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에 하나가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부모로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모습이다. 장난감, 간식, 학습 면에서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을 보면 자녀가 찾기도 전에 모든 것을 부모가 알아서 챙겨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데 미리미리 부모가 챙겨줘 버릇하면 아이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하고 싶은 욕구도 열정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아이가 원해서 부모에게 말할 때 간식을 주고 장난감을 사주고 또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양육해야 한다. --- p.285
이러한 토양과 영양분은 매일매일 좋은 상태로 제공돼야 한다. 우리가 농사를 지을 때 귀찮다고 토양관리를 소홀히하거나 한 달에 한 번씩만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 흥미가 있을 때는 며칠 몰아서 관심을 두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며칠 쉬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나 아이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의 표현은 매일매일 일정하게 전달해줘야 한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농사를 지을 때 농부가 주고 싶은 만큼이 아니라 새싹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영양분이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다. 양육을 하다보면 때로는 ‘이 정도면 충분히 해줄 만큼 해준 게 아닌가’ ‘주말에 그만큼 많이 놀아줬으니 오늘 또 놀아달라고 하는 것은 잠깐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부모가 생각하는 필요량과 아이의 관점에서 필요로 하는 양은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p.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