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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냄새

슬픔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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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49g | 153*224*30mm
ISBN13 9788952735607
ISBN10 895273560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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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헤어짐이 첫 번째 반복되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것들이 생겼다. 그건 함께 결정한 일이었다. 그녀도 말했다.

"우리가 친구였다면 더 행복했을 텐데."

이 말은 그녀의 집에서 텔레비전 야구 경기를 보는 동안 들었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좋아하는 야구 선수도, 팀도 없다. 눈을 벌린 채 화면을 쳐다보다 말고 그녀는 뮤트 버튼을 눌렀다. 중요한 이야기가 시작될 때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나는 많은 싱글 남자들이 들었을 법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좀더 점잖게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내 인생의 한 지점에 와 있었다.

"왜 이제 이유가 생기기 시작한 거지? 처음 우리가 마날 땐 그냥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았잖아. 그런데 넌 왜 이제 내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그게 뭘 약속할 건지에 관해 따지는 거지?"

나는 질문 대신에 그녀를 다그쳤다. 나는 좀더 재미있는 곳, 좀더 이미지를 주는 곳, 전에 해보지 않은 일을 하게 해주는 곳에 가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지루한 일상에 붙잡혀 있기 싫었다. 나는 진자 운동처럼 매순간 움직이는 그 무엇을 원했다.
--- p.250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내가 이 책에서 읽은 것은 그와 그의 간접적인 사물들의 모습이었다. 깊이 모자를 눌러쓴 채 안개 속에서 다가와 손을 내밀고, 포옹을 하고 사라져가는 뭄수하고도 영원한 그림자의 사물들 말이다. 책 속의 그는 고독의 에피소드를 사는 사람이다. 그 에피소드들은 그를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해변의 흰 모래처럼 반사시킨다.

그리하여 마치 모자를 쓴 사람의 뒷모습이 목소리만 남기는 것처럼, 세상은 그의 발걸음과 표현 속에서 거리감을 둔 간접적인 것으로 되살아난다. 그 거리는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을 희미하게 만들고 性의 구분도 무의미하게 한다. 독설과 연민이 넘치는 그의 문장은 또한 지독한 메타포의 세계이다. 독자들은 분명 그 속에서 헤엄치게 되리라.
--- 배수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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