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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춤을

공룡과 춤을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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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55쪽 | 438g | 135*208*30mm
ISBN13 9788989571766
ISBN10 898957176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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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생물학자다. 공룡 연구가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을 하며 받는 보수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오, 매년 두 번쯤은 신문에 이름이 오르거나, CBC의 〈뉴스월드〉에 5초쯤 출연해서 새로운 전시나 새로운 발견 따위에 관해 언급하기는 한다. 그러나 자극적인 부분은 그 정도였다. 적어도 이번 프로젝트에 관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시간 여행.
이 두 단어를 타이프하니 멍청이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내가 불쌍한 프레드를 보는 눈으로 나를 보지는 않을지 염려된다.
물론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신문 기사나 TV에서 방영한 준비 작업의 영상 따위를 통해 이번 실험에 관해 알고 있다. 그렇다. 시간 여행은 실제로 가능하다. 칭-메이 황이 이미 여러 번 시연해 보였듯이 말이다. 그녀는 2005년에 시간 여행의 기본 원리를 발견했고, 그로부터 불과 8년 뒤인 2013년에 실제로 작동하는 타임머신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는 믿기 힘든, 정말로 믿기 힘든 위업을 이룩했다. 어떻게 그렇게도 빨리 그럴 수 있었는지를 내게 묻지는 말아 달라. 전혀 모르니까 말이다. 사실 칭-메이 자신도 이 현상에 관해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조차 있었다.
그러나 타임머신은 실제로 작동한다.
--- p.20~21

그때 느닷없이 공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들을 향해서.
일곱 마리 중에서 가장 큰 놈이 단호한 동작으로 우리의 타임머신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고, 그 뒤를 다른 여섯 마리가 일렬종대로 따르기 시작했다. 공룡들은 보조를 맞춰 행진하고 있었다. 일곱 개의 거대한 왼발이 땅을 쿵하고 밟고, 일곱 개의 동체가 남쪽으로 기울어지더니, 일곱 개의 오른 발이 앞으로 내밀어지면서 일곱 개의 둥그런 머리가 북쪽으로 기운다. 왼쪽, 오른쪽, 남쪽, 북쪽. 공룡들은 마치 대열을 짠 병사들처럼 움직였다. 이들이 소철과 양치류를 짓밟자, 풀숲에 숨어 있던 조그만 동물들-너무 어두워서 정확하게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이 황급히 여기저기로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공룡이 질서정연하게 행진하다니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었다. 물론 화석 조사 결과 일부 공룡들 사이에서 복잡한 사회적 위계질서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적은 있었지만, 군대처럼 보조를 맞춰 행진하다니 기괴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악몽이 행진하는 듯한 느낌.
--- p.40

도대체 이건 뭐지?
이 문장은 어디서 끼어든 거야?
살아있는 공룡?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 공격을 받아……? 이건 누군가의 농담일까? 내 일기를 가지고 장난한 작자를 찾아낸다면 죽여 버리겠다. 나는 너무나도 꼭지가 돌아버린 탓에 변덕스러운 뇌우(雷雨)가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돌연히 멈췄다는 사실조차도 거의 깨닫지 못했다.
문서 꼭대기로 점프해 보았다. 내가 새로운 일기 파일을 만든 것은 6주쯤 전의 일이지만, 이 파일은 겨우 닷새 전에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글이 몇 십 쪽이나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처음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내 이웃인 프레드는 조지아 만에 별장을 하나 가지고 있다. 어느 주말에 프레드는 자기 집에 아내와 아이들과 얼룩무늬 고양이를 남겨두고 혼자서 별장에 간 일이 있었다. 그 멍청한 얼룩무늬는 내가 사는 연립주택 바로 앞을 지나가던 차 앞으로 달려 나가다가 치였다. 물론 즉사였다.
나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다. 내 일기는 어디로 갔을까? 이런 물건이 어떻게 해서 여기 끼어든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리고 테스와 클릭스가 어쩌고 하는 이 문장은 또 뭔가? 오 하느님, 오 하느님, 오 하느님……
--- p.65

클릭스도 싸움을 끝냈다. 이미 앉은 자세가 되어 구부린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팔로 머리를 받치고 있다. 나도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입 안에 미지근한 젖은 솜 같은 것의 감촉을 느꼈다. 곧 내 입 안은 구역질날 정도로 달콤한 젤리로 가득 찼다. 고개를 숙이고 입을 크게 벌리자 입술 사이에서 그것이 흘러나왔다. 클릭스도 파란 젤리를 토하고 있는 듯했다.
내가 토한 물체는 눈 앞의 지면에서 둥글게 뭉쳤다. 어떤 이유에선가 갈색 흙은 그 표면에 묻지 않았다. 콱콱 밟아서 땅에 묻어버리고, 어떻게든 이 얼어 죽을 물건을 파괴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내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트로오돈 한 마리가 다가왔다. 공룡은 날씬한 몸을 수그렸다. 곧게 뻗은 꼬리가 자동차 안테나처럼 하늘을 향한다. 젤리 덩어리 옆의 지면에 머리를 대고 거대한 눈을 감는다. 젤리는 새파란 아메바처럼 부들부들 맥동하면서 공룡 코끝으로 다가갔고, 파충류의 질긴 피부 안으로 스며들어 다시 그 머리 속으로 들어갔다. 클릭스 곁에서도 다른 트로오돈이 같은 식으로 젤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혐오감이 치밀어 오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그 파란 물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생물이었다.
--- p.83

고개를 들자 세 개의 조그만 구체가 마하 2 내지는 3의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최소한 비행기인 것은 틀림없었지만, 나는 금세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우주선.
“너희들 오해 밑에서 생각하고 있어.” 하늘의 굉음이 사라지자 마름모 점박이가 말했다. “우리는 이 행성에서 온 것이 아냐.”
클릭스가 대경실색하는 것을 보고 웬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어디서 왔어?” 내가 물었다.
“우리―고향 세계에서. 네 기억에는 그 이름이 없었어. 그건―”
“이 태양계에 있는 세계야?” 나는 물었다.
“그래에.”
“수성(Mercury)?”
“수은(mercury)? 아냐.”
“금성?”
“아냐.”
“지구는 아니겠고. 혹시 화성?”
“화성―아, 화성! 태양에서 네 번째 행성. 그래에. 화성이 고향이야.”
“화성인이라고!” 클릭스가 말했다. “빌어먹을 화성인이 진짜로 존재한다니. 그런 말을 도대체 누구더러 믿으라는 거야?”
마름모 점박이는 클릭스를 침착한 눈초리로 응시했다. “나는 믿어.” 공룡은 완벽하게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p.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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