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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식물

꿈꾸는 식물

[ 양장 ]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1이동
이외수 | 해냄 | 2010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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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59g | 128*188*20mm
ISBN13 9788973373048
ISBN10 897337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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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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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이 아버지는 내 원수다.”
아버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어머니가 내뱉는 말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를 증오하기 시작했고, 아버지를 남편으로 삼게 만든 큰형을 증오했고, 이 세상의 모든 품위 없는 것들을 증오했다. 특히 큰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차 흉물스러워졌고, 아버지의 모조인간 같아졌고, 공부도 못했고, 말썽만 부렸고, 결국 중학교 삼학년 때 퇴학당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작은형은 달랐다.
“민기는 나를 닮았다. 느이 아버지를 닮은 데라곤 조금도 없어. 어떻게 키우는지 두고 봐라…….”
항상 아버지는 큰형 편이었지만 어머니는 작은형 편이었다. 어머니는 큰형과 아버지로부터 완전히 작은형을 격리시켜 놓고 어머니가 좋아하던 품위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작은형은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국민학교 때부터 작은형은 우아했다. 그 어떤 것도 나와 큰형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소년으로 변해 있었다. --- p.16

여자들은 하나 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는 여자들의 알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고 극찬했던 어느 화가의 말을 전적으로 부인한다. 그때 나는 여자들의 그 팅팅 불어터진 살덩어리를 보고 솔직히 먹었던 밥을 토해낼 것 같았다.
큰형은 욕지거리와 함께 사정없이 여자들의 등가죽을 혁대로 후려쳤다. 그녀들의 팅팅 불어터진 살덩어리 위에 금세 시뻘건 혁대자국이 뱀처럼 감겨들었다.
큰형의 야만적인 욕지거리와 폭력은 한동안 여자들의 공포에 질린 몸뚱이 위로 거침없이 자행되었다. 우리 집에서는 큰형이 바로 그녀들의 법률이요 제왕이었다. --- p.36

나는 마침내 피가 거꾸로 치솟아올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큰형에게로 달려들려 했다. 몽둥이 하나를 찾아 들었다. 그러나 여자들이 우루루 내게로 달려들어 팔이며 다리들을 완강하게 부둥켜안았다.
“참으세요.”
“제발.”
“또 칼부림 나요. 큰오빠 성질 알잖아요.”
어떤 여자는 찔끔찔끔 울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조차에게서도 치밀어오르는 혐오감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언젠가 큰형에게 덤볐다가 칼로 옆구리를 찔려서 하마터면 죽을 뻔한 적까지 있었다. 해병대 출신, 월남전 때 하루라도 대검으로 사람을 찔러보지 않은 날은 잠이 안 오더라는 큰형, 피의 굶주림으로 언제나 번들거리는 저 눈빛……. 나는 두려웠다. 그래서 결국 몽둥이를 놓고 말았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 p.104

나는 질식해 버릴 것 같은 황홀감 속에서 내 체중의 전부를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 위에다 얹어놓았다. 혈관 속으로 혈관 속으로, 짙은 아편꽃물 같은 것이 극도의 쾌락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스커트를 벗기려 했다. 그러자 강한 쾌락의 덩어리들이 충격적으로 내 살 속에 힘차게 힘차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내 팔을 저지하려 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내 몸속에서는 물살들이 서서히 물러가고 노을빛만 여리게 남아 있었다.
갑자기 심한 수치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조차도 들 수 없었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린 채 두 팔로 얼굴을 감싸안고 갑자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결해진 나 자신을 혐오하고 있었다. 지하실에서 벌거벗고 나뒹굴던 큰형과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가 헐떡이며 토해내던 신음 소리가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p.129

작은형의 정신분열병 증세가 마침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큰형은 기어코 그 흥분제라는 약을 구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약을 청량 음료수에 타서 작은형에게 먹인 다음 지하실에서 예의 그 단체사진이라는 걸 찍게 되었던 모양이었다.
셔터를 누르는 일을 맡았던 여자의 말을 빌리면 작은형은 아주 정열적으로 미친 듯이 여자를 공격해 들어갔던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네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가 벌이는 이른바 그룹 섹스의 장면들이 여러 장 필름에 담겨지게 되었다는 거였다.
그날 약 기운이 다 떨어져 지하실에서 나온 작은형은 마당 복판에 엎드려 심하게 구토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악적인 목소리로 이 집에 대해 저주를 퍼부었다.“반드시 불타버리고 말 거야! 그리고 아버지와 큰형은 쇠고랑을 차고 말 거야! 두고 봐, 내가 귀신을 불러들이고 말 테니까.”
--- p.180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권 일탈의 광시곡 『꿈꾸는 식물』_남(藍)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삶의 질곡이 되어버린
장미촌의 냉혹한 현실에 휘말린 청년들의 인생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작은형은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집안에서 외톨이가 되고, 고3 때 걸린 매독으로 대학입시에도 떨어지고 자살만을 시도하다 집을 나간다. 홍등가 장미촌의 마지막집인 이곳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큰형,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몸을 팔러온 여자들……. 어느 날 작은형이 돌아오고 명자라는 여자가 장미촌에 새로 들어와 변화가 생긴다. 이 무렵 나는 대학에서 정희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만, 정희는 헤어지자는 말 대신 우연히 만나는 행운을 누려보자며 나를 떠난다. 집안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연의 아픔에 나는 괴롭기만 하다.
큰형은 돈 때문에 아내를 잃고 나서부터는 돈 벌 생각만 하고, 어떤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다. 포르노 사진을 돈 받고 팔 수 있다는 말에 작은형에게 몰래 흥분제를 먹여서 그룹섹스 사진을 찍자 작은형은 혐오스러운 이 집을 뛰쳐나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다시 잡혀와 지하실에 갇혀 있던 작은형은 큰형이 사진 모델로 데려온 사냥개에게 처절한 죽임을 당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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