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0년 11월 1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87g | 145*225*20mm |
ISBN13 | 9788960900868 |
ISBN10 | 8960900869 |
발행일 | 2010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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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87g | 145*225*20mm |
ISBN13 | 9788960900868 |
ISBN10 | 8960900869 |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음주와 종교│재능의 범위│흰색 웨딩드레스의 뜻│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최첨단 의료│철의 장막│삼각관계│제7천국 규칙의 변용 이카로스와 가가린│개미에게도 개성이 있다│종족과 닮은꼴│시간과 권력│낮잠의 합리성│사막의 맥주│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에티켓│규칙의 변용│돈의 영역│일본의 난방│기억과 창조력│복제된 오락│신념 객관성의 전제 조건 사랑의 모스크│북풍형, 태양형│사소해 보이는 것의 힘│타인의 눈│남녀에게 가정이란│공동체의 주인들│숫자의 지배│객관성의 전제 조건│통근 시간의 효용│일상 탈출│공기의 존재 증명│불가침 구역│명인名人│절망과 희망 사이 점과 선 너머야말로 점과 선 너머야말로│아버지와 딸│행복과 불행│점쟁이들│동심│귀고리│무대의 마력│대담한 예측 마부와 택시 운전사 대리전쟁│그림자 연극│마부와 택시 운전사│상상력│전설의 진위│과감함 혹은 무모함│미남 미녀의 기준│파리와 핵무기│고령화와 저출산│러시아의 노인들│테마파크의 허구성│민족 이동과 획일화 경계선에 대한 고찰 단식을 권함│내성│디즈니랜드가 무서운 이유│점입가경│사람을 다루는 기술│일과 휴식│경계선에 대한 고찰 생각하는 사람 망향지수│명의名醫│사상누각│그림책의 집│노출벽癖│본말전도│생각하는 사람 자유라는 이름의 부자유 호기심│선물을 주고받는 이유│열량보존의 법칙│컴퓨터와 인터넷│자립│프런티어의 상실│임신과 출산│자유라는 이름의 부자유│열심히 한다는 것 해설 옮긴이의 말 |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009년 동유럽 여행을 하기 전 읽은 [프라하의 소녀시대]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10살 무렵부터 5년 정도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 다닌 독특한 경험을 가진 사람. 최고의 러시아어 동시통역가. 아름다운 외모와 빛나는 언어 감각을 가진 사람. 풍부한 지식을 유쾌한 재담과 함께 풀어낼 줄 아는 사람. 그러나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참 아까운 사람.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면 아마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가 요미우리 신문 일요판에 연재했던 글을 엮은 것으로, 그녀의 유쾌한 재담과 독특한 시각, 그리고 상식 등을 버무려 놓아 [이 사람은 어떻게 세상을 보고 인식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제목은 조금 부담스러운 교양노트이지만 그리 무겁고 어려운 내용도 없고 그녀의 위트가 많이 담겨있기 때문에 글이 심각하지 않다.
그녀가 풀어놓는 경험과 지식 중에는 아무래도 러시아와 동유럽에 관련한 것들의 비중이 높다. 러시아의 재담이라던가 설화, 자신의 경험 등등이 구석 구석 담겨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 올가의 반어법 등을 읽으면 그녀의 소비에트 학교에서의 경험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특유의 유머감각에도 문득 놀라지만 동유럽과 일본의 경계에 서있던 그녀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요즘, 때와 경우에 따라서 태양보다 북풍의 방식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북풍의 의지에 반하는 것으로 여행자는 자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자각했다. 하지만 태양의 경우, 여행자는 태양의 의지를 마치 자신의 의지라고 착각해 외투와 모자를 벗었기 때문이다. (p.89)
정신의 자유를 위해서는 허울뿐인 자유보다는 자각하고 있는 속박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p.90)
태양과 북풍 중 누가 나그네의 옷을 벗게 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니. 마냥 유쾌한 언니인 줄 알았는데 이런 예리한 구석도 중간 중간 발견하게 된다.
참 묘한 매력을 가진 언니. 뒤늦게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를 뒤지고 다니며 부스러기를 하나씩 건지고 있는 나의 약간 비굴하고 초라한 모습을 그려본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런 부스러기도 제대로 만들어내질 못하는 사람이니까. ^^::
요네하라 마리 저자의 개성을 조금씩 다 맛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프라하에서 보낸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통역 현장 에피소드, 러시아 이야기, 일본 비판, 유머, 고양이 이야기 등등,,,, 저자가 다른 책 한 권에 집중적으로 다룬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조금씩 골고루 다 실려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당연히 저자분의 개성적 시각에 있다. 예를 들자면 이솝 우화에 나오는 태양과 북풍 이야기를 다르게 헤석한 부분. 저자는 민중에게는 태양보다 북풍의 방식이 더 낫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북풍의 의지에 반하는 것으로 여행자는 자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자각했다. 하지만 태양의 경우, 여행자는 태양의 의지를 마치 자기 자신의 의지라고 착각해 외투와 모자를 벗었기 때문이다. (중략)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를 바탕으로 한 듯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끊임없이 사고, 방송 인터뷰를 하면 열에 아홉이 마치 자신의 의견인 양 방송 진행자나 신문의 논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자신이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자진해서 투표하기도 한다. 그런 행동이 정보 조작의 결과라는 것은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는다. 북풍형은 사람들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 오래가지 못하지만 태양형은 그 존재마저도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오래 갈 수 있다.
정신의 자유를 위해서는 허울뿐인 자유보다는 자각하고 있는 속박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 본문 90 족에서 인용
그외, 정식 역사서에 실리지 않는 소소한 러시아 현장 이야기가 재미있다. 예를 들자면, 서구에서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나 노인복지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종종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 선 노인들 사진을 매체에 싣는다. 그런데 그 노인들, 이웃 맞벌이 부부에게서 용돈받고 줄 서서 쇼핑 대행해주는 알바라는 사실.
단점이 있다면, 글 한 편이 짧아 아쉽다는 것. 조금 잡담 같은 성격의 글이 많아, 저자의 다른 책에 비해 읽고나서 유쾌한 지적 자극을 받았다는 느낌이 없다는 점. 솔직히, 요네하라 마리 저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저자의 책들 중에 이 책을 제일 처음 읽었다면 더이상 이 저자의 책을 찾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하긴, 명절 때 받은 과자 종합선물세트 역시 그 제과회사의 메인이 되는 인기많은 과자는 적게 들어 있어서, 다 먹고 나면 늘 아쉬웠었지.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노트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지만, 원제는 한낮의 별하늘이라고 한다. 이 제목은 러시아 시인인 올가 베르골츠의 에세이 '낮별'에서 따왔다고 한다.
"별은 언제 어느 때에도 하늘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 남자는 말했다. 낮별을 밤별보다도 밝고 아름다운데, 태양의 빛에 가려져 영원히 하늘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 그날 밤부터였다. '낮별을 보고 싶다!' 하는 강력한 소망에 사로잡힌 것은."
요네하라 마리 여사가 이 싯구를 듣고 생각한 것은 현실에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압도적인 현실로 인식되던 것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는 것과.
이 책은 원제가 뜻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그저 현상만을 보고 지나치기 쉬운 현상들을 풍부한 지식과 특유의 위트넘치는 재담으로 풀어나간다. 요미우리 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서 낸 에세이집으로 각 글의 분량은 짧지만 뼈가 있다.
진중하고 입밖으로 꺼내기 곤란한 정치적인 주제도 섞여있는데 유머를 버무려 마치 일상기담처럼 에세이와 관계자용 뒷담화 사이를 넘나든다.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서커스를 보는듯하다. 화려하고 호쾌한 묘기에 눈을 빼았기지만, 이 사람 진짜 이래도 괜찮은가 하는 묘기를 보는 느낌 말이다. 어쩌면 그 아슬아슬함이 더욱 매력적이라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10년 전에 연재한 글이라 오늘날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도 많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더 많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러시아 통신'의 경우 10년동안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그 시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사료란 느낌인데, 이번 교양 노트는 인간성에 대해 다룬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이야말로 10년 동안 사회는 급속도로 변했지만, 정작 인간은 변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