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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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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문고-054이동
투르게네프 저 / 김학수 역 | 서문당 | 1972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5건 | 판매지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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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7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9쪽 | 299g | 126*188*30mm
ISBN13 9788972432548
ISBN10 897243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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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투르게네프(Ivan S. Turgenev. 1818~1883)
러시아의 소설가.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대학 문학부와 페테르부르크대학 철학부를 거쳐 베를린대학에서 헤겔철학·언어학·역사학을 공부했다.'러시아 제일의 문장가'라 불리는 그는 러시아 문학을 서구에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다. 그의 작품은 서정주의와 자연묘사의 교묘함, 그리고 당대 러시아 사회의 전형을 꾸며내 불멸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격찬을 받아왔다. 특히 농노제도에 이의를 제기한 초기작 <사냥꾼의 수기>는 당시 차르였던 알렉산드르 2세에게 깊은 영향을 주어 러시아 농노 해방령에 큰 공헌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시골에서의 한달』『첫사랑』『아버지와 아들』『루딘』『처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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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 할머니가 말했다. "정말 자식은 애비를 닮는 모양이군. 그놈도 처치해 버려야지. 내게는 저렇게 험상궂은 눈초리를 하는 사람이 필요 없단 말야."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와서 곧 그 수속을 했다. 세 시간 가량 지나자, 예르밀은 완전히 준비를 갖추고 할머니 방 들창 밑으로 끌려왔다. 불행한 소년은 새로운 개간지로 보내지는 것이었다. 그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담장 뒤에는 그의 초라한 짐을 실은 시골 마차가 보였다. 그때는 바로 이런 시대였던 것이다. 예르밀은 모자도 쓰지 않은 머리를 푹 숙이고, 장화를 새끼로 동여 매서 어깨에 짊어진 채 맨발로 서 있었다. 주인 집 저택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절망도 비애도 고통도 없었다. 단지 가냘픈 미소가 핏기 없는 입술에 얼어붙어 있을 뿐이었다. 메마르고 쪼들린 두 눈은 계속 바닥만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와 있다는 것이 할머니에게 알려졌다. 그녀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비단옷을 살랑거리며 창가로 걸어가서, 이중 금테안경을 코에 걸고 새로운 유형수를 바라보았다.
--- p.35
"으흠!" 할머니가 말했다. "정말 자식은 애비를 닮는 모양이군. 그놈도 처치해 버려야지. 내게는 저렇게 험상궂은 눈초리를 하는 사람이 필요 없단 말야."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와서 곧 그 수속을 했다. 세 시간 가량 지나자, 예르밀은 완전히 준비를 갖추고 할머니 방 들창 밑으로 끌려왔다. 불행한 소년은 새로운 개간지로 보내지는 것이었다. 그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담장 뒤에는 그의 초라한 짐을 실은 시골 마차가 보였다. 그때는 바로 이런 시대였던 것이다. 예르밀은 모자도 쓰지 않은 머리를 푹 숙이고, 장화를 새끼로 동여 매서 어깨에 짊어진 채 맨발로 서 있었다. 주인 집 저택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절망도 비애도 고통도 없었다. 단지 가냘픈 미소가 핏기 없는 입술에 얼어붙어 있을 뿐이었다. 메마르고 쪼들린 두 눈은 계속 바닥만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와 있다는 것이 할머니에게 알려졌다. 그녀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비단옷을 살랑거리며 창가로 걸어가서, 이중 금테안경을 코에 걸고 새로운 유형수를 바라보았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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