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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세상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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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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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388g | 130*195*30mm
ISBN13 9791188096312
ISBN10 1188096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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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소설들은 여행 작가이자 소설가였던 폴 서루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한다. 유럽, 아프리카, 이름이 낯선 섬까지도 소설 속으로 풀어내는 그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꼭 펼쳐보길. '너무 늦었고, 너무 멀어졌고, 너무 깜깜'해 하는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말 것이다. - 문학 M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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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쇠막대로 지어진 듯이 보이는 이 집에서 그는 자신이 런던에, ‘세상의 끝’에 있다는 것을, 자신이 가족을 그곳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고향에서 이토록 멀리 떨어져 나왔다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어둠이 그를 감싸 덮어버렸고 이 나라를 덮어버렸다. 자신이 차분해 보인다면 그건 오로지 어둠이 그가 잃은 것을 감춰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기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불안한 마음에 시달리다 보니 아이에 대한 간절한 갈망이 솟구쳤다. 그러자 아이와 아내를 붙잡아두려고 식인종처럼 그들을 먹어버리는 무시무시한 환상이 떠올랐다. 이런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며 그는 아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세상의 끝」중에서

우정은 방정식이다. 하지만 어떤 연산은 대다수 사람들이 너무 조급하거나 이기적이라서 풀지 못한다. 어떤 숫자를 넣어도 가능하다! 여기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 로널드는 마음에 드는 누구와든 잘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요청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거의 다 이기적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갖더라도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주면서 유쾌한 교제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그러하다. “모든 것을 준다”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아주 하찮은 것이다. 부드러운 말, 약간의 아첨, 술 한잔만 있으면 된다. ---「방정식」 중에서

그는 그녀의 특이한 미모에 매혹되었다. (…) 이 여자와 동행하지 않고는 코르테를 떠나지 않으리라고 그는 예감했다. 그녀는 코르시카에서 그가 사랑한 모든 것을 구현했다. 그녀를 데리고 떠나겠다는 생각은 명확했다. 그의 마음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무모하고도 필연적인 결정이었다. (…) 그녀는 작은 접시에 포개진 계산서를 담아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에게 계산서를 봐달라고 말했다. 그녀가 가까이서 고개를 숙여 계산서를 내려다보았을 때 그가 말했다. “제발, 나와 함께 떠나요.” ---「말은 곧 행동」중에서

그 주말은 몹시 지루했다. 가톨릭 국가는 일요일이면 무신론자들을 텅 빈 거리로 밀쳐냄으로써 벌준다. (…) 하퍼는 침대에 홀로 누워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벽지 무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호텔의 벽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한없이 외로운 여행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위에 지쳤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그 도시에 모든 것을 제공할 의향이 있었지만 그것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여행자란 모름지기 나이 들면서 매력을 잃은 미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국의 땅이 추파를 던지다가 차버려서 여행자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고국에서는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 위험이 적다. 그곳의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해 우아하게 처신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집으로 갖고 돌아갈 로맨스와 추억거리를 만들어줄 예측된 모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낯선 곳에서의 일요일은 가장 지독한 지옥이었다. ---「여인의 초상화」중에서

해변은 녹색의 만에 부드럽게 밀려오는 파도 옆에서 일렁이는 눈부신 초승달 모양으로 하얗게 빛났다. 해변 자체는 넓지 않았다. 가느다란 야자수가 해안가를 완전히 에워쌌고, 길게 갈라진 야자수 이파리가 짙푸른 깃털처럼 흔들리면서 맞바람에 떨어지는 연들이 부딪치듯이 메마른 소리로 바스락거렸다. 바람이 거세지면 열광적으로 펄럭이는 소리로 치솟았다가 결국에는 숨죽인 신음 소리로 가라앉았다. 야자수 주위에서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달려가는 아이들은 재빨리 움직이는 빛줄기 같았다. 나무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푸른 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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