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Hand!
깨달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붓다의 수인(手印)이
인도 입국의 관문인 델리 공항에 조형물로 설치되어 있다.
여행객을 맞으며 깨달음을 얻으란다.
나는 무엇을 얻으려 인도에 왔는가?
얻으려 하는 것 자체가 나의 아집(我執)과 아상(我相)일지도 모른다.
--- p. 26
모양과 모습이 같아 보일지라도 누구나 타고난 각자의 색(色)을 띠고 있듯이, 사람은 각자의 사명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할 뿐이다. 패턴의 미학은 함께하는 것이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 그 패턴의 총체는 아름다운 군상(群像)을 이룬다. 획일적이고 단순한 일상(日常)도 아름다울 수 있다.
--- p. 35
지나가는 것을 잡지 말고 그저 놓고,
세상 모든 것이 내 존재 위를 마음껏 스쳐 지나가게 한다면, 삶에 힘을 빼고 이완한다면, 내가 고요히 멈추어 있다면, 세상도 나를 흔들지 않는다.
--- p. 48
그저 발걸음을 멈추고 서 있기만 해도 좋은.
멈추어서 바라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또한, 내 마음이 아름다우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 p. 60
완전한 비움 속에 진정한 채움이 있다.
하지만 그리움은 비우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그리워해도 그리움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채워지지 않는 것이기에 그리움은 그리움 자체가 완전한 그리움이다.
그리움이 채워지면 그것은 더 이상 그리움이 아니다.
--- p. 73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나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법.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 p. 84
우리는 살아가고도 있지만 죽어가고도 있다. 결국, 죽음은 삶의 연장선일 뿐이다. 죽음이 내 삶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내가 나를 죽이며 산다. 잘 산다는 것은 잘 죽는다는 것, 잘 죽었다는 것은 잘 살았다는 것! 결국, 내가 나를 잘 죽이는 것이 내가 잘 사는 법이다.
--- p. 107
마음!
세를 내지 않아도 머물 수 있는
가장 넓은 집.
하지만 언제나 변화무상하기에
영구히 편히 머물 수는 없는 집.
--- p. 123
함께하는 의식의 공유만큼 더 큰 희열은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마 서로의 존재를
여여(如如)히 향기롭게 맡아본다.
--- p. 145
경청하는 이가 많아지면 훈수는 즐거운 것이다.
그렇게 즐겁게 훈수를 둘 수 있는 따뜻한 경륜의
진정한 어른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도 경청할 건 경청한다.
하물며 삶의 경륜이 깊은 촌로도 그러할진대,
귀를 틀어막고 들리지 않는다 하는 이가 참으로 많다.
--- p. 177
엄격하고 냉정한 카리스마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따뜻한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따뜻한 카리스마!
그것은 누구에게나 Open Hand 할 때 가능하다.
--- p. 212
오욕으로 물든 마음의 찌꺼기도
저렇게 깨끗이 쓸어내야 하겠지만
너무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에는
다른 그 누군가가 선뜻 다가가 자리할 수가 없다.
조금은 흐트러지고, 조금은 때 묻은 그런 마음이어도
좋은 이유이다.
--- p. 222
여행은 가고 오는 것이다.
귀의할 곳이 있어야 여행이다.
돌아올 곳이 없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타향살이다.
--- p. 231
인도에서는 고작 결승점이 10m밖에 되지 않는 자전거 경주를 한다.
경기 타이틀이 “누가 더 느리게 도착하는가?”였다.
단, 넘어지지 않아야 하고, 발이 땅에 닿지 않아야 하고, 서 있어도 안 되고, 뒤로 가면 안 되는 규칙과 함께.
--- p. 239
황혼이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아래로 내려와 사라질 때를 알기 때문이다.
권력에 중독되어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자각지 못하게 되어
권좌에 연연하는 이는 참으로 추하다.
--- p. 249
내가 그들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
내가 그들과 달라도 괜찮음을 알게 되는 것,
현재의 나의 모습에 만족할 줄 아는 것,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인정하는 것!
세상을 사는 하나의 지혜이다.
--- p. 254
바다는 온갖 것들을 언제나 차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고도 차고 넘치지 않는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또한, 절대 누수(漏水)되지도 않는다. 여여(如如)함이란 그와 같다. 여행은 내 영혼의 재발견이며, 또한 영혼의 휴식과 재충전이다..
--- p. 270
한 그루의 나무에서 가지들이 뻗어 나와 그 가지가 다시 뿌리를 내려 숲을 이루는 반얀 트리. 한 그루의 반얀 나무가 숲 전체를 만들 듯 스스로의 행위와 습, 그리고 업과 인연법으로 인해 삶 전체는 채워진다. 스스로의 행위를 삼가야 할 이유이다.
--- p.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