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기억, 즉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포함되지 않은 수업활동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사실, 작업기억 없이 학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문장을 읽으라는 지시를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모르는 단어의 발음에서부터 수학문제의 계산에 이르기까지 학생이 수업시간에 하는 거의 모든 활동은 정보의 처리를 요구한다. ... 작업기억은 교실수업의 토대가 되는 기초적인 능력이며, 적절한 지원을 받기만 한다면 학업으로 고통 받는 학생의 미래가 이 작업기억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 p.13-14
작업기억은 짧은 시간, 대개 몇 초 동안 정보를 기억하게 해주는 단기기억과는 다르다. 학생들이 칠판에 적힌 문제, 예컨대 42+18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기억해서 적는다면 이는 단기기억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려면 작업기억의 사용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10에다 40을 더해서 나온 50을 마음에 둔 채, 다시 8에다 2를 더하고 나서 두 답을 더해 60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기억할 정보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 이것을 작업기억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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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기억의 발달은 전전두피질의 성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작업기억이 연령에 따라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상세히 알기 위해 5세에서 80세 사이의 수백 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가장 극적인 발달은 아동기에 일어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작업기억 용량은 생애 첫 10년 동안 가장 많이 증가했다. 또한 작업기억 용량은 30세까지 꾸준히 증가하여 이 시점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 연령대별로 작업기억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교실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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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기억이 IQ보다 학업성공을 더 잘 예측하는 이유는 학생의 학습잠재력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숫자 목록을 제시된 순서와 반대로 기억하는 과제는 가장 흔한 작업기억 검사 중의 하나이다. 학생이 이 검사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수를 세지 못하거나 숫자 크기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이들이 숫자를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도 이 검사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생이 이와 같은 작업기억 검사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이들의 ‘포스트잇 메모지’가 셋 또는 네 개의 숫자만을 기억할 정도로 충분히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작업기억은 이미 학습한 것이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업성공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IQ보다 훨씬 더 훌륭한 예측력을 갖는다.
--- p.13-24
작업기억이 부족하다는 것은 핵심적인 학습기술과 개념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의미한다. 학습에 있어서 이런 기초능력이 없으면 또래를 따라갈 수가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수업내용과 부실한 기초학습이 합해지면서 또래에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작업기억의 조기 진단과 지원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학생 나이의 자녀를 둔 학부모가 눈물을 글썽이며 한탄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만난다. 그들은 자녀가 더 어릴 때 작업기억에 대해 알았더라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을지를 생각하며 아쉬워한다.
--- p.27
이 책에 나오는 각각의 학습장애는 매우 상이한 ‘핵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난독증(Dyslexia) 학생은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난산증(Dyscalculia) 학생은 수학을 힘들어한다. 발달협응장애(Developmental Coordination Disorder, DCD)를 가진 학생은 운동장애를 겪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학생은 행동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 ASD)를 가진 학생은 언어와 사회적 기술이 제한적이고, 불안장애(Anxiety Disorder)가 있는 학생은 걱정스런 생각으로 작업기억이 과부하 상태일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집단 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이들은 모두 작업기억 용량이 작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이 책에서는 장애 유형마다 작업기억의 강점과 약점 부분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이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우리는 대상별로 맞춤 지원을 함으로써 그들의 학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p.28-29
앞으로 나오는 모든 장에서는 학습장애를 기술하고(무엇), 장애를 가진 학생의 뇌를 들여다보며(어디), 이들의 독특한 작업기억 특성(왜)과 작업기억을 지원하기 위한 교실전략(어떻게)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전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즉, 학급의 모든 학생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작업기억 전략과 각각의 학습장애를 위한 특수 작업기억 전략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학습이라는 여정 내내 학생들에게 힘이 되어줄 도구를 제공한다. 학습장애를 겪는 학생을 지원하는 목적은 이들이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전략은 단계적 발판과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잠재적 작업기억 용량을 극대화하고 학습을 촉진할 것이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