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월요일 12시 05분 홍길동 회장님 5명’
예약 대장에 이렇게 적혀 있으면 신입 직원은 고참 직원에게 “선배님, 홍길동 회장님 예약 시간이 12시 50분인가요?”라고 묻는다. 신입 직원은 예약을 받은 사람이 ‘50분’을 ‘05분’으로 잘못 표기했으리라 짐작하고 묻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을 1시간 단위, 혹은 30분 단위로 사용한다. 나도 이전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저녁 7시’ 또는 ‘7시 반’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정하곤 했다. 젊은 시절 아내와 데이트 약속을 할 때도 보통 “토요일 점심 12시에 보자”라는 식이었다. 이렇게 30분 단위로 시간을 사용하던 습관 때문에 나도 호텔 근무를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11시 55분’, ‘12시 05분’이라는 예약을 받으면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라고 되묻곤 했다.
_15-16쪽, < 예약 시간이 12시 05분이다> 중에서
심리학 용어에 ‘런천 테크닉(luncheon technic)’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느끼면 뇌의 쾌락중추가 반응해서 쾌락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뇌는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과의 대화 내용도 좋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맛있는 음식으로 인한 쾌락 때문에 무의식중에 상대와의 대립을 피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상견례처럼 어려운 자리일수록 좋은 레스토랑에서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심리학 용어에서는 왜 하필 저녁인 ‘디너(dinner)’가 아니라 점심인 ‘런천(lunche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저녁은 다소 격식에 구애를 받고,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부담이 되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점심은 격식과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부담이 덜하고, 여러모로 긍정적인 측면이 기분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면 점심보다 아침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을 VIP들은 이미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_21쪽, <아침식사를 미팅으로 이용한다> 중에서
호텔 VIP들은 레스토랑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다 보니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VIP들이 명함을 주고받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VIP라고 해서 명함 없이 자신의 이름을 구두로만 소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명함지갑을 깜박 잊고 가져오지 못했을 때는 동행한 비서에게 여분의 명함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명함을 가져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명함을 준비하지 못하게 되면 대부분의 VIP는 무척 당황해하며 상대방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VIP들은 명함은 달라도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명함을 주고받을 때 반드시 명함지갑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_34쪽, <명함은 예의 있게 받아서 함부로 다룬다> 중에서
나는 VIP들이 계산을 위해 지갑을 여는 모습을 무수히 봐왔다. 그리고 그들이 지갑을 관리하는 데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째, 지갑이 두껍지 않다. 지갑 속에 카드 영수증, 명함, 각종 쿠폰이나 메모지 등이 일체 없었고, 여러 장의 카드를 억지로 쑤셔 넣은 경우도 없었다. 많이 사용하는 카드만 지갑에 넣어 다니고,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는 별도의 카드지갑을 이용했다. 그러니 지갑은 항상 깔끔하게 보였다.
_41쪽, <지갑과 현금을 반듯하게 유지한다> 중에서
신기한 것은 VIP와 일반 고객은 걸음걸이에서 확실한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한창 바쁜 시간이면 여러 테이블의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곤 한다. 나는 그럴 때면 입구에서 고객을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보지 않고도 입구 쪽으로 또 다른 고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챌 때가 많았다. 발소리 덕분이다. 호텔 바닥은 대부분 카펫이나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카펫에 신발을 쓱쓱 끄는 소리로 새로운 고객이 오는 것을 감지하는 것이다.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경우 대부분이 일반 고객들이다.
하지만 VIP들의 경우에는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가 레스토랑 입구에서 깜짝 놀라며 마주칠 때가 많았다. 그들이 특별히 인기척을 하지 않는 이상 카펫이 깔린 바닥에서는 그들의 발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닥이 대리석일 때도 마찬가지다.
_48-49쪽, <소리 없이, 그러나 당당하게 걷는다> 중에서
이렇듯 그들은 지위 고하나 갑을 관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보는 쪽이 인사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 이런 VIP들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내가 선배라서, 내가 상사니까, 내가 연장자니까 당연히 먼저 인사를 건네기보다는 먼저 인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늘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의 사고방식을 반성해보게 되었다. 덕분에 그 후로 나는 타 부서 직원들로부터도 인사 잘하는 사람이란 평판을 갖게 되었다.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한 인사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남들을 좀 더 기분 좋게 해주는 VIP들의 인사 매너를 나누고자 한다. 어찌 보면 이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항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실천을 잘 안 하는 매너이기도 하다.
_82-83쪽, <그들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중에서
사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팁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봉사료가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고객에게 별도로 팁을 받는 것을 금지해놓은 호텔들이 많다. 그 이유는 별도의 팁이 고객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팁이 서비스 정신을 흐려서 호텔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자신에게 서비스를 잘 해준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하는 고객들도 있다. 그럴 때 VIP들은 대충 지갑에서 지폐 몇 장 꺼내주는 경우가 드물다. 미리 팁을 봉투에 넣어 준비해오는 경우가 많고,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는 직원에게 봉투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서라도 팁을 봉투에 넣어 정성스럽게 준다. VIP들의 태도에서 교양과 존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_88-89쪽, <팁을 주는 방법이 다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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