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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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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18g | 128*188*20mm
ISBN13 9788931010602
ISBN10 89310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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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초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 한 모퉁이에서 오색영롱한 깃털의 작은 새의 시체가 눈에 띄었을 때.
대체로 가을철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를테면 비 내리는 잿빛 밤, 소중한 사랑하는 이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져갈 때. 그러고 나면 몇 주일이고 당신은 다시 홀로 있게 되리라. --- p. 9

거울처럼 잔잔하게 잠든 호면湖面에서 보트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보라. 끌어올린 노에서는 이따금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구원의 물방울. 알아보기도 힘든 자디잔 물체와 들릴 듯 말 듯한 소음. 그것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스러져가는 것이다. --- p. 16

무엇보다도 이삭처럼 원통형의 꽃차례를 가진, 더부룩하니 솜털이 나 있는 가냘픈 줄맨드라미, 어린 고사리손은 이 꽃이 만발할 때면 위에서 아래로 꽃차례를 따라 더듬어보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었다. 만개했을 때 그 꽃은 흡사 빨간 여우 꼬리처럼 보였고, 초록빛 솜털 외투를 입고 딱딱해져 있는 조그마한 꽃의 표면은 어린이의 손가락에 구릿빛 꽃가루를 묻혀주는 것이었다. --- p. 54

“이 나무는 우리의 인생보다 더 위대한 거다. 이 나무의 고향은 거대하고 말없는 자연이란다. 자연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야. 자연은 이런 나무들이 심어진 모든 대지와 더불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은 모든 도시를, 프랑크푸르트와 아샤펜부르크를, 비르프부르크와 뮌헨을 가로질러 흐르는 따스하게 끓어오르는 강물과 함께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이 돌아오면 불현듯, 그야말로 야생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대문 앞에 서서 창문 안으로 돌팔매질을 하게 되는 것이란다. 그다음의 인생은 다시금 스스럼없고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p. 69~p. 70

건초의 향내 속에서, 이미 죽음에 의해 베어지고 망각의 세계에 묻혀버린 그 옛날의 풀을 베던 무리들이 아물아물 떠오른다. 온통 햇볕에 그을려 거무튀튀한 얼굴의 기다란 사슬. 교회의 축성일이면 클라리넷을 불었던 그들. 나무껍질의 담배통에서 흙 묻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냄새 맡는 담배를 집어 올리던 그들. --- p. 125

이렇듯 그 꽃은 막 피어나는 처녀처럼 순결하고 수줍은, 겸손하면서도 오만한 모습이었다. 이 꽃의 영롱하고 신선한 광채는 정열적인빨간 불꽃과 신비스런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선정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암적색의 작약을 제일 좋아했다. --- p. 56~p. 57

모든 일의 전말을 나는 지금껏 기억하고 있습니다. 언덕으로는 푸르스름한 어두운 밤이 가라앉아 있었고, 나무 위로는 달빛 하얀 밤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온통 그늘이 드리워 있었지요.

--- p.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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