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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16g | 140*205*20mm
ISBN13 9788950970994
ISBN10 8950970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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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슈고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물었다. 척 보기에도 환자가 쓰러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 히가시노가 집게손가락을 세운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슈고는 히가시노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으엥?” 목구멍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소파가 열 개 정도 비치된 외래 대합실 구석, 어둠이 서린 그곳에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머리가 슈고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남자는 고무로 만든 그로테스크한 피에로 마스크를 덮어쓰고 있었다.
양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새빨갛고 거대한 입술. 판다처럼 테두리가 시커먼 눈. 빨간 골프공 같은 코. 그 모든 것이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무슨 상황인지 짐작할 수가 없어 슈고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당신이 의사?” --- p.23

“일단 이 병원에서 수술을 한 것 자체가 이상해. 여기는 요양형 병원, 즉 만성적인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장기간 치료하는 병원이지. 수술을 한다고 해도 국소마취가 가능한 소규모 수술이 한계야. 장폐색처럼 전신마취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다면 보통 종합병원으로 이송하겠지.”
말하면서 슈고는 1층 수술실을 떠올렸다. 이 허름한 병원에서 거기만 대형병원 못지않은 설비를 자랑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수술실에는 수술대와 마취기가 두 세트였다. --- p.79

“뭘 숨기고 계신 겁니까?”
슈고는 뜬금없이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다도코로와 히가시노가 동시에 얼굴 근육을 움찔했다.
“숨기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다도코로는 웃음을 지우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뺨은 눈에 띄게 굳었다.
“뭔지 묻고 싶은 건 접니다. 그 피에로는 돈 말고 다른 뭔가를 찾고 있었어요. 놈이 도대체 뭘 찾는 겁니까? 놈의 목적은 도대체 뭐예요?”
슈고가 따져 묻자 다도코로의 얼굴에서 썰물이 빠지듯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상한 소리 말게. 내가 그 정신 나간 놈의 목적을 어떻게 알겠나?”
“아닐 텐데요, 원장 선생님. 당신은 분명 그 피에로의 목적을 알고 있을 겁니다.” --- p.117

지금까지 피에로가 한 행동을 돌이켜보면 뭔가 확고한 목적이 있어서 이 병원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고 분별없이 행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피에로의 목적은 뭘까. 왜 휴대전화는 불통일까. 진료차트에 메모지를 끼워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누가 사사키를 죽였을까. 한 가지 ‘비밀’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모를 일 천지였다.
“이제 어떻게 하죠? 우리, 어떻게 되는 걸까요?”
마나미는 기운 없이 중얼거리며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슈고를 쳐다보았다. --- p.192

“이 남자는 편의점에서 총을 쐈습니다. 요즘 편의점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강도가 들면 얌전히 돈을 주라고 점원에게 교육합니다. 그러므로 분명 반항하지 않았을 텐데도 일부러 총을 쐈어요. 왜일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다도코로는 말끝을 흐렸다.
“세간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입니다. 도중에 마나미 씨를 납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고요. 강도가 총을 쏜 것도 모자라서 여자까지 납치해서 달아났으니 전국이 주목하겠죠. 그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방송국이 지금 이 병원의 상황을 중계방송하고 있습니다. 매스컴이 조금 더 모여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 텔레비전을 볼 시간대가 되면 투항해서 모든 걸 공표할 작정이에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슈고는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고 즐거운 듯이 설명을 듣고 있던 피에로를 보았다. 피에로는 연극이라도 하듯이 과장스럽게 두 팔을 활짝 펼쳤다.
“명답이야, 젊은 선생. 당신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해야겠군. 덕분에 죽어라 찾던 물건을 찾아낼 수 있었으니까.”
--- p.23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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