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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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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8g | 128*208*20mm
ISBN13 9788960211469
ISBN10 89602114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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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를 다시 발견한다. 이 놀라운 발견을, 우리 시사에 보태는 충만의 기쁨을 오랜만에 누린다. 그만큼 김왕노는 이번 시집에서 그간의 사유적 과잉이 빚은 다변을 균정감 있는 정제를 거쳐 투명한 표현의 질서를 얻어내고 있으며 시의 서정적 본질을 탈환하고 있다. 특히 요즈음의 우리 시가 지나치게 방만한 탈(脫) 집단성, 탈 사회성으로 이른바 초월적 영역을 확대해오던 나머지 폐쇄성과 빈곤성을 노출하고 있는 남루한 국면을 극복하고 있다. 회통(會通)의 가편(佳篇)들을 산출해 내고 있다. 이러한 창조적 균열의 감행은 ‘사랑’의 보법(步法), 그만의 주법(奏法)으로 새로운 리듬의 레일을 깔고 있다. 사랑의 극한 정서가 지니는 비의적(秘儀的) 질감을 지닌 기차를 타고 우리는 그 레일 위를 아득히 달릴 수가 있다. 그 사랑의 보법과 변주는 관습화된 동일성 추구의 미학도 아니요, 단순한 낭만적 구조의 사랑 타령도 물론 아니다. ‘조붓한’ 근원적 삶의 원시적 충동이 지니는 순정함과 그 비애의 태소(泰素), 진원(眞元)을 천착하는 진정성을 잃지 않고 있다. 놀라운 것은 앞서 지적한 그 다변성을 심미적 환각을 동반하는 존재론적 심층 탐색으로 확장 구축하고 있는 화법이다. 「내 생의 북쪽」 「라산스카」 등 같은 가계(家系)의 여러 시편들이 지닌 세계에 이르면 서사적 충동의 시적 상승 승화가 긴밀하게 다가온다. 극단적 서정의 레일을 타고 비애와 절망이 역설적 희망의 세계로 자리바꿈 된다.
그는 우리 시의 무정부주의자다. 아나키스트다. 우리 시의 영역을 계속 확장해 가리라 믿는다. 계속 사랑의 ‘궤나’를 불면서 그는 치열할 것이다.
“정강이뼈로 만든 악기가 있다고 한다./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정강이뼈로 만든 악기//그리워질 때면 그립다고 부는 궤나/그리움보다 더 깊고 길게 부는 궤나/들판의 노을을 붉게 흩어 놓는 궤나 소리/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짐승들을 울게 하는 소리/”─ 「궤나」 부분
정진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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