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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 '이사돌아' 수녀와 흔들리며 피는 딸들의 24시 사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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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65g | 148*210*20mm
ISBN13 9788984314351
ISBN10 898431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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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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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임종진
전 〈한겨레〉 사진기자.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신진작가. 사진집으로 『천만개의 사람꽃』,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가 있고, 공저로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사진, 연감』 등이 있다. 캄보디아에서 15개월간 머물다 돌아와 개인전 ‘캄보디아-흙, 물, 바람’(2010)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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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꽃의 계절 5월이 되면, 소원대로 은희는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집으로 간다. 나는 만발한 꽃들 속에서 은희의 얼굴을 발견하고 그때마다 은희가 보고파질 것 같다. 생활보호대상자인 궁핍한 가정 형편에, 밤에 일을 나가시는 엄마와 열여덟 살 나이에 벌써 미혼모가 되어버린 언니가 과연 은희를 제대로 붙잡아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은희와 다시 재회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아픔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나는 수레 안에 은희를 태우고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엄마의 마음으로 정원을 돈다. 깔깔거리는 은희의 웃음소리가 왠지 그리움처럼 아파온다. 나는 서서히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p.33

현이는 내 생전 처음 본 수갑 찬 소녀였다. 남들은 평생을 살면서도 한 발짝 들여놓지 않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여린 두 손목에 쇠 팔찌를 차고 지하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현이의 모습은 나에겐 참으로 슬픈 충격이었다. 그 소녀를 차에 태워 센터로 오던 날, 나는 차창 밖 아이들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이의 처지에 목이 메었다. ‘현아, 너는 왜 저 무리에서 빠졌니? 수녀님은 너를 만나 슬퍼. 널 집으로 보내지 못해서.’ 그때 내 마음은 이런 다짐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먼 훗날, 우리 이날을 기억하며 웃는 날을 만들자. 반드시 만들자!’ --- p.38

나는 그늘 속에 핀 풀꽃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그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내세울 만한 빛깔도 없다. 꽃도 열매도 초라하다. 그럼에도 이 귀퉁이 땅에서 존재하며 자라고 있다. 정리된 넓은 정원과 이쪽 귀퉁이 정원을 번갈아 바라보며 내 존재의 의미를 생각한다. 내가 머물 곳은 어느 쪽인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진정 어디인가? 이런 나에게 풀꽃들이, 우리 아이들을 닮은 귀퉁이 꽃들이 말한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 머물듯, 집나온 강아지를 보고도 가슴 찡해하는 슬픈 눈동자의 소녀들 곁에 머물라고. 그 소녀들의 존재 의미를 찾아줄 때 거기, 당신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 p.48

며칠 전 은경이는 약을 먹으면서 고백했다. “수녀님, 제 얼굴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싶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요. 제가 너무 싫어요.” 그러면서도 은경이는 자기 고통에 대해 절대 비밀이다. 털어놓지 않는다. 그런 은경이에게 고통을 함께 나누자고,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아이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침묵하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말하기 전까지 우리는 묻지 않는다. 그리고 믿는다.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망각하게 하는 것도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 p.59

“어머니, 어머님 딸은 현재 저희와 잘 있습니다. 아픈 데도 없습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돌보아주지요. 어머니! 그런데 절대, 우리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엄마 없는 아이의 빈 가슴입니다. 어머니! 딸이 가장 원하는 것은 엄마 같은 수녀가 아닙니다. 진짜 엄마랍니다.” 나는 이 밤, 배 아파 낳은 자기 자식을 두고 떠나간 엄마들에게 눈물로 쓴 편지를 보낸다. --- p.113

여자의 모성 본능이란 이런 것일까? 센터의 여섯 수녀들도 아이들 때문에 울고 웃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 엄마가 돌본 아이는 갓난아이였고, 우리 아이들은 십대 소녀들이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에 늘 배고파하는 점에서 보면 우리 아이들도 덩치 큰 갓난아이에 불과하다. 날마다“세수하고 양치질하자, 머리 감고 손톱 깎자”를 외쳐대며 온종일 돌봐주고 챙겨줘야 한다. 채워지지 않은 엄마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아이들……. 그래서 때론 지치고 한계를 절감하다가도, 아이들이 조금만 변화된 모습을 보여도 감동받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까맣게 잊는다. 그 변화가 기적 같은 사건으로 보이는 것은, 한때 인생을 포기했던 아이들이 보여준 변화이기에 그렇다. --- p.127

센터가 생긴 이래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가출해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역할을 당장 누가 대신할 수도 없는 일. 그래서 번번이 공연 날짜를 코앞에 두고 포기해야만 했다. 이런 예측 불가능의 위험을 안고 준비한 뮤지컬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정작 내가 발견한 기적은 화들짝 놀라움보다는, 앙상한 겨울나무에 눈부시게 핀 꽃망울을 바라보는 환희와 아픔이었다. --- p.202

이 아이들에게 좀 더 긴 울타리를 쳐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형편의 아이들에게 이제 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수녀님도 떠날 거죠?”라고 물을 때“아니! 어딜 떠나. 너와 오래오래 살 거야.”하고 확실하풰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부모의 손길을 받고 자라 마땅한 아이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뜨내기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게, 적어도 일관성 있게 꾸준히 이어지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긴 안목의 시스템이 절실하다. (…)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덕이와 아영이는 이곳을 떠나면 아마 또 다른 기관으로 가게 될 것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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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이른바 한 줄 세우기 경쟁에서 밀려난 소녀들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아이들에게서 내일의 희망을 발견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특별한 잠재력을 가진 무궁무진한 노다지 광맥이라는, 저의 오랜 신념에 대한 고귀한 증거들이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법원 바닥에 수갑 차고 앉아 있던 소녀가 비행청소년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게 된 사연을 보며, 교육자로서 저의 눈높이가 머물러야 할 곳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곽노현(서울시 교육감)
한 편 한 편이 눈물 나는 감동의 드라마다. 저마다 가슴 깊은 곳에 아픈 블랙박스 하나씩 내장한 소녀들과 하루하루를 위태롭고 가파르게 살아가며, 상처를 보석으로 바꾸어내는 수녀님들이야말로 사랑의 연금술사이다. 아이들이 진정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교사이며, 성스러운 셰르파다. 사랑이 어디 있느냐고, 있기나 한 거냐고 의아해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은 이 수녀님들을 사랑의 증거로 우리 곁에 보내신 것 같다.
도종환(시인)
사랑의 교육자 돈 보스코에 따르면 ‘참 사랑’은 느끼는 사랑입니다. 부드러운 눈길로, 따뜻한 분위기로, 다정다감한 말투로, 삶 전체로 체득하는 사랑입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온몸과 마음으로, 어린 새들의 상처 하나하나를 따뜻이 어루만져주시는 수녀님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습니다. 아이들과 주고받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들을 통해 결국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양승국(살레시오 수도회 신부)
몇 해 전 ‘6호처분’ 소녀들을 믿고 맡길 곳을 찾던 중 마자렐로 센터를 알게 되었다. 그 후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새 삶을 설계했다. 그동안 세상에서 받지 못한 사랑을 듬뿍 주시는 수녀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약은 사랑이다. 이 책이 청소년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그 덕에 한 명의 아이라도 법원에서 덜 만나게 되길 기도한다.
김귀옥(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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