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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

: 어느 개발자의 직장 생활에 대한 보고서

위키북스 IT Leaders 시리즈-012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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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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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94g | 152*225*20mm
ISBN13 9788992939638
ISBN10 8992939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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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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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난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 난 성공을 향한 고속도로에 있다고 생각했다. 일만 열심히 한다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개발만 잘한다면 성공을 향해 쾌속 질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 많은 신입사원의 커리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서 시작됐다. 프로젝트 경험이 쌓이자 프로젝트 리더도 맡았다. 입사하고 나서 지금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려 한동안 미친 듯이 개발했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열정이 사그라질 무렵, 불행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몸 담은 부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가 줄어든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전공과 경험을 살려서 전자 제품 개발 컨설턴트로 한동안 일해야 했다. 천직이라고 생각한 개발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방황했다.

꿈을 찾기 위해 어렵사리 이직을 하고 나서 다시 소프트웨어 세계로 넘어왔다. 새로운 곳에서 프로젝트 관리자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사실 이직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직면한 현실 때문에 난 관리자 역할을 맡아야 했다. 옮기기 전 회사에서도 PM을 했기 때문에 관리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다만 새로운 일에 대한 큰 꿈을 품고 감행한 이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에 난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이직 후 늦은 밤, 일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시지프스가 생각났다. 자신보다 큰 돌을 힘겹게 산꼭대기에 굴려서 올려 놓지만, 곧 돌은 산 아래로 눈 깜짝한 사이에 굴러가 버린다. 이마의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산 아래로 돌을 올리려 내려 가는, 그런 시지프스 말이다.

시지프스 생각이 자주 나던 무렵, 고객을 포함한 프로젝트 팀원들과 회식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팀원들에게 술잔을 돌리기도 하고 받기도 한 탓에 과음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서 반드시 출근해야 했다.

"다 먹고 살자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했다. 손으로 얼굴에 묻은 물을 대충 닦아내고 거울을 쳐다봤다. 거울 속에는 늘 보던 내 얼굴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초췌한 시지프스의 얼굴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성공을 향한 고속도로라고 생각한 회사는 어느 순간 밥벌이를 해결하는, 고된 노동이 기다리는 시지프스의 산이 되어 버렸다. 그날도 내키지 않는 걸음을 떼며 또 한 번의 돌을 굴리기 위해 통근 버스에 몸을 실었다.

퇴근 무렵이 되자 몸은 지칠 대로 지쳤다. 버스 창문에 간간히 비추는 시지프스의 모습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생각했다. 이직을 결심한 순간인지, 어쩔 수 없이 컨설턴트로서 커리어를 쌓게 된 시점인지, 아니면 첫 출근하는 그날인지. 성실하게 산 것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 신에게 불경스런 죄를 지은 시지프스의 인생이 되어버린 사실에 화가 났다. 아무런 의미 없이 날마다 돌을 굴려야 한다는 사실에 숨이 막혔다.

난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감히 시지프스의 삶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몇 달 동안, 난 돌을 굴리지 않는 일상의 파업을 자행하기로 했다. 신보다 더 혹독한 현실이 내게 더 심한 형벌을 내릴지라도, 난 더 이상 돌을 굴리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자발적인 파업의 순간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내 고민과 생각을 기록한 것이다. 즉, 내 인생에서 큰 쉼표였던 휴직의 시간을 기록한 것이다. 나처럼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는 노동에서, 혹은 시지프스의 삶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혼자만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동시대의 누군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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