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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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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 | 이요재 | 2017년 08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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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56g | 130*200*20mm
ISBN13 9791195928224
ISBN10 11959282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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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가 죽었다.
소식이 끊긴 지 두 달 만이었다.
그녀의 부고는 사회 2면 박스 기사로 처리되어 있었다.
“동정란에 한 줄로 안 나온 게 다행인 건가?”
그녀가 서늘한 농담을 던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사망 경위는 새벽 운전 중 가드레일을 받아서 일어난 사고였다고 비교적 짤막하게 쓰여 있었다.
텔레비전을 켜자 언론은 그녀의 사망을 둘러싸고 타살이냐 자살이냐 설왕설래했다.
“시끄러운 건 질색이야”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환청처럼 들렸다.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사람들에게 말할 거리를 주려고 했던 것일까. --- p.10

“형, 아이큐가 좋다는 건 어떤 거야?”
내 아이큐는 평범했다, 115. 형은 아이큐 수치가 키보다 높았다. 168.
“글쎄, 손이 하나 더 있는 것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살기가 좀 더 편하겠지.”
형은 남 이야기 하듯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뚱딴지같이 덧붙였다.
“요즘은 아이큐는 별로 안 친대. 아이큐는 말 그대로 지능 지수일 뿐이고, 요즘은 사회 지수, 감성 지수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더라고. 하긴 손이 하나 더 달린 것보다 마음이 하나 더 있는 게 살기는 더 편하겠다. 재림이 네가 혹시 그런 천재가 아닐까. 한 달 만에 세리 씨의 마음을 저렇게 바꿔놓았잖아.” --- p.62

밤은 내 안의 두 자아, 즉 응대하는 리스너와 말하고 싶은 내가 충돌하는 시간이었다. 리스너의 힘이 너무 세서였을까. 혼자 있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종종 멍해졌다. 심우들의 말을 듣는 것은 지치는 일이었다. 언제까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과가 사무실 한켠에 쌓이는 만큼 나는 고독해졌다. 내가 심우들을 이해하는 것의 10분의 1도 이해받지 못하는 리스너의 운명. --- p.125

“그렇죠. 그래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고객의 무의식까지 들어야 할 임무가 제게 있으니까요. 그런 날은 그렇게 생각하죠. 하지만 10분 늦은 대가로 1만 원을 받았을 때는 혼란스러웠어요. 수치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나 싶기도 하고. 꼭 선생님한테 벌 받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었어요. 벌을 받다 보면 처음에는 선생님이 원망스럽지만 나중에는 내가 정말 잘못한 것 같은 생각도 들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김 회장에게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죠. 제게는 그분의 마음을 이해할 의무가 있고, 한편으로는 지지적으로 면담해줘야 하는 책임도 있으니까요.”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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