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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결탁

바보들의 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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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600g | 153*224*35mm
ISBN13 9788996018926
ISBN10 89960189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도시로 말하자면 문명세계 언어도단의 죄악들이 죄다 모인 총본산인데, 경찰의 임무라는 게 기껏 나를 괴롭히는 거란 말입니까?” 이그네이셔스가 백화점 앞에 서 있는 군중이 다 듣도록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 도시는 도박꾼, 매춘부, 노출증 환자, 그리스도의 적, 알코올중독자, 동성애자, 마약중독자, 성도착자, 자위하는 자, 포르노 제작자, 사기꾼, 헤픈 여자, 쓰레기 무단 투기자, 레즈비언 등등으로 악명 높은 곳인데, 이런 인간들은 죄다 뇌물을 먹인 대가로 분에 넘치는 보호를 받고 산단 말입니다. 어디 시간 괜찮으면 범죄문제를 함께 논의해드리지요. 하지만 공연히 나를 건드리는 실수는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 pp.18~19

중세학자로서 이그네이셔스는 중세사상의 기반을 닦은 철학서인 『철학의 위안』에서 핵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로타 포르투나이rota Fortunae, 즉 ‘운명의 바퀴’를 믿고 있었다. 보에티우스, 황제의 총애를 잃고 부당한 옥살이를 하는 동안 『철학의 위안』을 쓴 로마 말기의 이 철학자는 눈먼 여신이 우리를 바퀴 위에 올린 채 돌리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운명은 행운과 불운이 주기적으로 번갈아 찾아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체포될 뻔했던 황당무계한 사건은 바로 불운의 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었을까? 그의 바퀴는 지금 급속히 아래로 회전하고 있는 걸까? 차 사고 역시 나쁜 징조였다. 이그네이셔스는 걱정이 되었다. 그 위대한 철학에도 불구하고 보에티우스는 결국 고문당하고 처형되지 않았던가. 그 순간 유문이 또 철썩 닫혔고, 이그네이셔스는 왼쪽 옆구리를 침대에 대고 풀쩍 풀쩍 구르며 어떻게든 유문을 열어보려 안간힘을 썼다. --- p.55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해야 할 사항이 있다. 내가 만연히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무렵, 어느 날 커피숍에서 머나 민코프 양이라는,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시끄럽고 무례한 어린 학부 여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그랜드 콘코스라는 세계에서 날아온 이 전문가는 나라는 존재의 독특함과 매력에 이끌려 내가 주관하고 있던 어전회의 석상으로 다가왔다. 내 세계관의 장엄함과 독창성이 대화를 통해 명명백백 드러나자 민코프라는 이 불여우는 모든 차원에서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어느 시점에선 테이블 밑에서 내 정강이를 냅다 걷어차기까지 했다. 나란 존재는 그녀를 매혹하는 동시에 혼란에 빠트렸다. 한마디로 난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차원의 남자였던 것이다. 고담 시 게토의 편협성이 그녀로 하여금 ‘여러분의 근로 청년’ 같은 독창적 남성을 상대하게끔 준비시켰을 리 만무했다. --- pp.185~186

“고아들 자선사업도 끊고 불쌍한 청소부한테 도움의 손길도 안 내미는데, 수수료 챙기느라 아등바등 손님들 등쳐먹는 이 불쌍한 아가씨한테 아량 좀 베푸는 게 어떠냐고요. 옘병!” 존스는 달린이 춤 연습을 하는 동안 새가 무대 위에서 퍼덕거리며 돌아다니는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평생 그보다 더 한심한 공연은 본 적이 없었으니, 달린과 새는 합법적인 사보타주로 손색이 없었다. “여기저기 손 좀 보고 때깔 좋게 광 좀 내고, 한두 박자 비틀어주고 두세 박자 흔들어주고, 아쉬운 데 낄 거 끼고 군더더기 뺄 거 빼면, 쇼는 아주 대박이지, 대박. 이야.” --- pp.247~248

“네가 겉모습은 불쾌하고 천박하리만치 여자 같아도, 그 밑에는 제법 영혼 비슷한 게 있는 모양이군. 어때, 보에티우스를 좀 폭넓게 읽어본 적 있나?”
“누구? 오, 왜 이러실까. 난 신문도 안 읽는걸.”
“그렇다면 넌 지금 당장 독서 프로그램을 시작해야겠군. 그래야만 우리 시대의 위기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이그네이셔스가 엄숙하게 말했다. “후기 로마 저작부터 시작해. 물론 보에티우스를 포함해서. 그런 다음 중세 초기로 광범위하게 파고들어봐. 르네상스와 계몽 시대는 건너뛰어도 좋아. 대부분 위험한 정치선전밖에 없으니까. 생각해보니 낭만주의와 빅토리아 시대도 생략하는 게 낫겠어. 현대로 넘어오면 엄선된 만화책 몇 권은 필히 공부해야 해.”
“아이, 진짜 대단한 인물이셔.”
“특히 배트맨을 추천하지. 왜냐하면 이 인물은 자신이 처한 이 심연과도 같은 끔찍한 사회를 초월하고 있으니까. 도덕성 또한 꽤나 완고하고. 난 배트맨을 존경해.” --- p.363

“그랬나?” 이그네이셔스가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 “당연히 내 행동거지와 몸가짐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겠지. 그래서 날 알아들 보는군. 내가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민권운동을 너무 성급히 포기한 게 아닌가 싶군.” 이그네이셔스는 몹시 기뻐했다. 이제 을씨년스러운 날들은 가고 화창한 날이 오려는 모양이었다. “내가 일종의 순교자가 된 건지도 모르겠는걸.” 그가 끄윽 트림을 했다. “핫도그 하나 들겠나? 난 인종과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정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파라다이스 핫도그는 공공 편익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지.” --- p.417

그가 길을 건너 〈기쁨의 밤〉이 자리한 구역에 이르자 약쟁이 깜둥이가 외쳐대는 소리가 들렸다. “우아! 어서들 옵쇼. 미스 할라 오호러가 애완동물 데리고 춤추는 거 보러들 옵쇼. 백 프로 진짜배기 남부 대농장 댄싱 쇼 확실히 보장함다. 거 지랄 맞은 술은 뽕 맞고 골로 갈 위력 완전 보장이요. 우아! 술잔에 입만 갖다 대도 무조건 성병 감염이요. 어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미스 할라 오호러의 옛 남부 애완동물 댄싱 쇼. 오늘 밤이 드디어 오프닝나이트. 이런 쇼는 어디서도 두 번 다시 구경 못 함다. 이야.”
---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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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라고 매혹 당한 채 기쁨의 소리를 내가며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 이 책이 그토록 큰 즐거움을 주었기에, 책이 지닌 그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걸작 코미디’임을 여기 첫머리에서 쓰지 않는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일이 될 것이다. … 감히 말하건대, 도취적인 웃음과 더불어 심미적인 즐거움까지 주는 책을 과대평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소설은 그 독창성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주고받는 목소리들의 연극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바보들의 결탁』은 웅장한 코믹 푸가, 바로 그것이다.”
앨런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바보들의 결탁』은 미국 문학계의 코믹 걸작이다. 존 케네디 툴의 주인공은 이그네이셔스 J. 라일리라는, “엄청나게 크고 뚱뚱하고 까다롭고 괴팍한, 현대판 가르강튀아 혹은 프렌치 쿼터의 돈키호테”라 할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는 더할 수 없이 독특한 인물들, 뉴올리언스의 하류 인생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대화들, 그리고 고급 코미디에서부터 저속한 소극에 이르기까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일련의 사건들로 넘쳐난다.
헨리 카이저 (「시카고 선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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