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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한 스푼

행복 한 스푼

: 팍팍한 일상 속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199가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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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536g | 130*190*35mm
ISBN13 9788992714594
ISBN10 899271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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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화장실 변기에 앉아 깜빡 졸거나 버스 뒷좌석에 앉아서 졸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때맞춰 눈이 떠졌을 때도 그렇죠. 늦장을 부리다가 마감일 직전에 부산을 떨어 본 적 있나요? 식사도 거르고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작성하다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졸릴 때 잠시 눈을 붙이지도 못할 만큼 눈치만 보고 사십니까? 자, 블라인드를 내리고 알람시계를 꺼 버리세요. 그리고 깊고 달콤한 낮잠을 즐기세요. 와우! --- p.28

예전에 나는 친구 마이크의 지하실 방에서 놀다가 밤늦게야 집에 돌아가곤 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한적한 2차선 도로였어요. 상당히 늦은 시간이라 항상 창문을 내리고 서늘한 시골 바람을 맞으며 졸음을 쫓아내곤 했습니다. 그때의 바람은 영화 [비틀쥬스]의 유령 비틀쥬스가 뿌렸을 것 같은 향수 냄새가 났습니다. 신선한 이슬과 궁지에 몰린 스컹크 냄새가 뒤섞인, 그런 냄새 말입니다. 늦은 밤에 한적한 도로를 여유 있게 달리며 하루를 마감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됐습니다. 그들이 들어왔으니까요.
변두리의 값싼 땅에 대형 할인마트들이 속속 들어섰습니다. 멋대가리 없는 콘크리트 빌딩과 주차장, 네온사인과 끝없이 이어지는 신호등이 등장했습니다. 막힘없이 달렸던 도로가 차들로 주차장이 되어 버렸죠. 쾌적했던 공기는 자동차 매연과 프라이드치킨 냄새로 뒤덮였고요. --- p.60

안타깝게도 그런 힘든 연습과 훈련도 완벽할 순 없나 봐요. 수 년, 어쩌면 수십 년 동안 똑바로 서는 기술을 익혀 놓고도, 이따금 우리는 미끄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당신이 사는 지역의 소액사건 법원에 가서 물어보세요. 그런 사고로 인한 소송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깜짝 놀랄 겁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공항의 움직이는 보도에서 삐끗하거나 현관 앞에 살얼음이 살짝 낀 곳에서 꽈당 넘어진다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걸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봐요. 멍들고 까지는 거, 별거 아닙니다. 당신이 넘어지는 걸 아무도 못 봤다면 말이죠. --- pp.67-68

심벌즈의 강하고 경쾌한 소리나 심금을 울리는 기타 솔로가 서서히 잦아들다가 끝나는 순간,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시동을 끄면서 입가에 가늘게 미소가 번집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시동을 껐으니 광고는 듣지 못하겠군요. 하지만 방금 들은 노래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와우! --- p.193

목은 늘어났고 색도 바랬으며 등에는 구멍도 났습니다. 하지만 그 낡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할 때면 너무나 편해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만 같아요. 와우! --- p.223

전쟁을 치르듯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간신히, 간신히, 간신히 집에 돌아왔습니다. 해는 진작 떨어졌고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으며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진동합니다. 따뜻한 밥에 보글보글 찌개가 간절하지만 피자 주문할 기운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부엌에서 뭔가 구수한 냄새가 나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혼미한 상태라 반갑게 뛰어갈 수는 없지만 뭔 소린지 모를 말이 튀어나옵니다. “저녁 나 고파, 얼른 배 줘.” 그리고 천천히 정신을 차립니다. 냄새가 코를 간질이고 입에서 군침이 돌고 눈에서는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섬광이 마구 번뜩입니다. 갑자기 생기가 돌며 신발을 힘껏 벗어던집니다. 땀에 전 양말도 벗고 부엌으로 돌진합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정성스레 차려 놓은 식탁 앞으로! 와우! --- p.305

네, 막 일어났을 때의 헝클어진 머리는 우리가 날마다 살고 있는 머리감옥에서 일시적으로 해방된 상태입니다. 머리를 자유롭게 해 주면 마음도 자유로워지고 나아가 인생까지 자유로워진다고요. 당신은 혹시, 남의 이목을 늘 의식하고 사나요? 때로는 체면 차리지 말고 편하게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세요. 깔끔하고 부지런한 제인, 새벽마다 일어나 조깅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에스라인 몸매는커녕 눈 밑에 다크서클이 더 심해졌군요. 자, 따뜻한 이불 속에서 실컷 늦잠 자고 게으름을 피우세요. 깔끔한 셔츠에 타이를 고집하던 샘, 그러다 목에 땀띠 나겠네요. 편한 면 티셔츠와 캐주얼 바지로 시원하게 다니세요. 한층 더 젊어 보일 겁니다. 헝클어진 머리로 하루 종일 지내 봐요. --- p.326

……옆 사람의 코 고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옵니다. 벌떡 일어나 조용히 좀 자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데 간혹 그렇게 세상모르고 자던 사람이 갑자기 웃는 경우가 있습니다. 꿈속에서 뭔가 신나는 일이 펼쳐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는 당신을 비웃는 걸까요? 뭐가 됐든지 간에 자면서 웃는 사람을 보면 따라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374

이제 이를 닦으면서 공상에 잠기거나 거울로 얼굴 주름을 관찰하거나 흰머리 숫자를 세는 것 말고, 변기 위에 어질러진 잡지책을 정리하세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거나 거울에 튄 치약을 닦아 내세요. 하얘진 이만큼 화장실도 환해질 겁니다. 와우! --- pp.385-386

북극곰만 멸종 위기에 처한 게 아닙니다. 정감 어린 편지 역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요. 그러니 손으로 정성껏 쓴 편지를 받으면 더없이 기쁩니다. 그런 편지에는 아주 특별한 게 담겨 있습니다. …… 혹시라도 그런 편지를 받는다면 아주 소중히 간직하세요. 그런 편지를 받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요? 네, 앞으로 자주 받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이 먼저 보내면 됩니다. --- p.433

날이 좀 추워지기 시작하면 눈이 펑펑 내리기를 손 모아 기도합시다. 어설프게 내리다가 마는 그런 눈이 아니라 기록적 폭설이 내리기를 기도합시다. 하루나 이틀이 아니라 한 일주일 놀고 먹을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엘니뇨 탓이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어쨌든 폭설로 인한 휴일은 기분 좋지 않아요? 와우! --- p.443

이렇게 약삭빠른 움직임을 할 때는 아드레날린이 “찍!” 뿜어 나옵니다. 네, 당신은 퇴근 후에 지하철로 걸어가는 평범한 남자에서 갑자기 벽 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인디애나 존스로 변신합니다.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닫히려는 문틈으로 쑥 들어가서 유유히 사라지는 거죠. 이때 괜히 뒤돌아보지 마세요. 뒤에 오던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와우! --- p.444

작년에 입던 스키 재킷에서 10달러 지폐가 나오거나 세탁기 안쪽에 동전이 떨어졌거나 술 냄새가 풍기는 블레이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지폐가 나오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공짜점심에 비길 만하죠. 어차피 내 돈이었던 건데 뜻밖의 순간에 찾았다고 해서 뭐가그리 신이 나냐고요? 네, 그 돈으로 빚을 갚을 수도 없고 명품 가방을 살 수도 없지만요, 귀여운 비니나 톱니바퀴 모양의 토블론 초콜릿처럼 평소 사고는 싶었는데 주저하던 걸 살 수는 있습니다. 진짜로 그냥 쓰라고 생긴 돈이니까요.
--- pp.47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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