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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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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474g | 128*188*30mm
ISBN13 9788946420663
ISBN10 8946420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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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샤린에게 언젠가는 보고해야 한다. 아빠는 처음엔 조금 놀랄지도 모르지만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면 선뜻 이해해줄 사람이다. ‘중졸인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지만, 인생에 공부가 다는 아니니까. 타마짱은 우리 가게 얼굴마담이라도 하면 되지’ 하고 웃어넘길 게 틀림없다. 옛날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샤린도 아빠 옆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그게 나이스야. 가족이 함께 사는 것. 제일 행복해’라고 말할 것 같다. --- p.21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기 어려운 분들께 원하는 상품을 배달해드리고 싶어요. 말하자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심부름을 해드리는 일이죠.” 이해할까? 이렇게 설명하면.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샤린을 보았다. 이토록 진지한 샤린의 눈빛은 처음이었다. “어때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라는 내 질문에 샤린은 평소답지 않게 “음……” 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잘 모르겠네.” “어……. 내 설명이 어려웠나?” --- p.36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점심으로 국수를 먹는데 텔레비전에서 [시골의 미래를 고민한다]라는 제목의 특집이 방송되었다. ‘쇼핑 약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라는 주제가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쇼핑 약자. 처음 보는 단어였다. 하지만 나하고는 상관없다며 외면해버릴 수 있는 단어는 아니었다. 쇼핑 약자란 글자 그대로 물건을 직접 사러 갈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교통이 불편한 산골 같은 지역에 혼자 사는 노인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가게가 없는 데다 고령이라 운전도 힘들어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사러 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 p.78

시즈코 할머니가 엄마에게 전수하고, 엄마가 아빠에게 가르쳐주고, 샤린이 아빠한테 배워서 시즈코 할머니와 나를 위해 만들어준 맛. 얄밉다, 샤린. “얄미울 정도로 맛있어요.” 샤린에게 말했다. 샤린이 “나이스” 하고 과장스럽게 윙크를 한 후에 젓가락을 들었다. 시즈코 할머니도 “어디어디?” 하면서 무조림에 젓가락을 댔다. 맛의 윤회. 그런 생각이 드니 조금은 미소 지을 수 있었다. --- p.150

강변길이 구불구불하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그리 험하지 않은 곡선 길에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확인하기 위한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팔 년 전 엄마가 덤프트럭에 치인 곳인데, 이 거울은 그 사고를 계기로 설치되었다. 사고 현장이기도 한 커브 길을 나는 각별히 신중하게 달렸다. 엄마, 오늘부터 나, 사회인이야. 가슴속 깊은 곳에 통증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곡선 길을 벗어나자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졌다. --- p.216

심부름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순수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당연한 깨달음.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는 관계가 성립되어 ‘감사의 캐치볼’을 계속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아빠가 ‘이자카야 다나보타’에 들르는 술버릇 나쁜 손님이나 인간으로서 문제가 있는 손님에게까지 늘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이유를 심부름 서비스를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268

“아빠 좌우명이 뭔지 알고 싶지?” “어, 좌우명도 있어?” “당연히 있지. 얼마나 멋진 건데.” 아빠가 우쭐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가슴을 쫙 폈다. 그러고는 딱히 멋있지도 않은 대사를 입에 올린다. “인생, 누가 뭐라 해도, 좋은 기분.” “엥?” “이상.” 싱긋 웃는 아빠의 표정에 이끌려 나도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게. 오기로 버티겠다는 뜻 아냐?” “바보. 나는 버티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 “그럼, 무슨 뜻인데?” “잘 들어봐.” 그러고 아빠는 마치 잡담이라도 나누듯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괴로운 일, 슬픈 일, 불쾌한 일도 분명 있겠지만 그 경험 속엔 반드시 ‘좋은 부분’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테니 그걸 찾아냄으로써 ‘좋은 기분’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란다. --- p.308

“타마짱이 심부름 서비스를 시작할 즈음에 타마짱 몰래 마을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나눠줬거든. 그런 것도 음덕이지?” 깜짝 놀라 샤린을 보았다. 샤린은 들켜서 오히려 기쁜 듯 평소처럼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야? 그랬나? 이제야 납득이 갔다. 첫날부터 예상 외로 손님이 많이 모여준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자카야 다나보타’ 계산대 옆에 올려둔 전단지가 빨리 줄어들었던 것도 그래서였나? 그랬었나……. 뜻밖의 사실을 알아버렸지만 뭐라고도 대답할 수 없었다. “놀랐지? 타마짱이 아는 게 세상의 다는 아니야.” --- p.332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꼬박꼬박 모아둔 얼마 안 되는 돈도, 아끼는 오동나무 장롱도, 남편과 함께 마당에 심은 매화나무도, 다정한 친구도, 혹사에 견뎌준 이 늙은 육체도, 또 목숨보다 소중한 타마짱도……, 모두 여기 두고 돌아간다. 조용한 가운데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얻은 모든 것은 하룻밤 빌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내 소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이제 홀가분한 몸이 된다. 빌린 것을 모두 내려놓고 자유로워진다. 쓸쓸하지만 미련은 없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 p.363

나는 이 시골 마을의 공기와 물이 참 좋다. 아마 타마짱도 마키도 그럴 것이다. 나는 푸른 하늘을 향해 양손을 쭉 뻗으며 “으응” 하고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켰다. 그때 어떤 글귀가 생각났다. “헤치고 들어가도 헤치고 들어가도 푸른 산.” 분명 이런 글이었다. “응? 뭐야, 그게.” 타마짱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키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산토카 글이야.” “다네다 산토카……, 방랑의 하이쿠 시인이었지?” 책을 좋아하는 마키는 역시 박식하다.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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