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마루
성서에서 지중해 갈맷빛을 우려내다!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목적은 목회자들의 설교나 평신도들의 성경공부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된 것이다. 최근 들어 낯설어 보이는 이 ‘지중해학’(Mediterranean Studies)을 통해 언어, 문화, 역사, 지리, 철학, 환경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면서 고대 지중해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소수의 학자가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1) 왜냐하면 필자가 새로운 성서해석학의 방법론을 모색하고 연구하던 가운데 종래의 역사비평학을 비롯하여 여러 비평학을 극복하고 보완할 수 있는 해석학을 정초(??할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지중해학성서해석학방법’이라는 명칭은 어디에도 없다. 해외에서도 그러한 방법론으로 성서를 접근한 사례는 없다. 더군다나 이 용어는 그리스 현지에서 12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면서, 지중해라는 특수한 삶의 경험을 토대로 성서를 연구한 필자(유복곤 박사)가 처음 고안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그리고 심지어 로마의 종교나 이슬람의 종교가 탄생한 거의 모든 종교의 발상지는 바로 지중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종교의 경전과 전통, 그리고 문화와 언어 등에는 지중해의 문명 전체가 녹아 들어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교는 지중해를 떠나서 이해될 수 없기에 성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지중해 문명의 연구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을 통해 필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성서에 영향을 주었던 텍스트와 외적 콘텍스트를 보다 정확하게 짚어내서 우려내는 일이다. 기존의 해석학이 텍스트가 처한 공동체의 상황, 시대의 정치경제적 배경, 언어의 개념이나 구조적 분석 등 어느 일면만 치우쳐서 이루어져 왔다면, 지중해학성서해석은 이런 모든 것들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언어, 예술, 철학, 환경, 지리, 기후, 풍습 등을 종합적이면서 통전적으로 연구한다. 텍스트를 분석하고 해석할 때는 반드시 이러한 종합적 과정과 절차를 거쳐서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이 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해석학의 1차적 목표는 그 텍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텍스트를 수집, 편집, 기록할 때는 저자가 개념이나 문장을 있는 그대로 문서로 남기기도 하지만, 저자 자신이 창작하고 그 시대의 언어나 문화로 전달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텍스트를 기록할 당시의 주변 콘텍스트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런 이해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텍스트를 아전인수격으로 풀어간다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를 테면 우리가 그리스의 다기능적인 장소 아고라(agora)를 잘못 이해하게 되면 단순히 시장이나 광장으로 오해하게 되며,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풍습인 신발에 먼지를 터는 행위에 대해서 속뜻을 알지 못하고는 성서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물론 설교자나 전달자가 그릇된 정보를 통해 본문을 전달할 때 그 전달되는 의미가 반감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 실린 여러 글들은 바로 그러한 해석학적 방법론으로 뜻을 길어 올려 보려고 시도한 흔적들이다. 그리스의 아고라(agora), 로마의 도시와 풍습들, 고대 장례 문화, 지중해 기후와 환경, 고대 올림픽과 그와 연관된 스포츠 언어, 그리스 철학과 사상, 이스라엘의 결혼과 이혼 제도, 로마 사형법, 지중해의 사회적 금기 등을 다루면서 지중해 갈맷빛에 비쳐진 성서의 의미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노력을 하였다. 이러한 작업들이 일회적인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성서신학의 해석학적 방법론 혹은 설교자의 주석에 도움이 되는 그러한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을 통해 도출해내는 성서 메시지를 어떻게 청중들에게 전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각 교회의 목회자의 몫으로 돌린다. 아무쪼록 이 새로운 성서 읽기 방법론이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신학자 사이에 뿌리를 내려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걸맞은 성서 해석학의 새로운 장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지인들의 고마운 도움과 격려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교단잡지인 「활천」에 원고를 게재하도록 힘써주신 홍준수 목사님(편집주간)께 감사를 드린다. 그분은 2010년 한 해 동안 “성서에서 지중해 갈맷빛을 우려내다”라는 고정 코너를 할애해주셔서 성서를 지중해학적으로 바라보는 즐거움과 함께 지중해학성서해석의 가능성을 갖게 하셨다. 또한 서울신학대학교의 뇀뛃원 교수님, 주승민 교수님, 이신건 교수님, 오희천 교수님, 삼성제일성결교회의 윤성원 목사님, 부평제일성결교회의 김종웅 목사님의 관심과 사랑에도 예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출판사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의 사유가 담긴 이 원고들을 흔쾌히 출판해주신 프리칭아카데미의 임태현 목사님을 비롯하여 신혜진 국장님, 그리고 디자인을 맡고 계신 이성희 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유복곤·김대식 말-열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