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도(大學之道)는 재명명덕(在明明德)하고 재친민(在親民)하고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이니라.
『대학』의 주제문인데, 어려운 글자가 없어 맘에 드네요. 특이점은 ‘밝은 명(’明) 자가 두 번, ‘있을 재’(在) 자가 세 번 나오는 정도? 그런데 막상 해석하려면 영 만만치 않지요. 그렇답니다. 제가 원문 강의 때마다 주문처럼 외는 말이 있지요, 쉬운 글자로 된 문장이 해석하기 더 어렵다고. 지금 여기에도 한자(漢字)를 모르는데, 『대학』 읽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들 계실 텐데, 문제는 한자가 아니라는 사실! 자, 다시 읽어 볼까요? 『대학』의 도는 재명명덕, 재친민, 재지어지선(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이라. ‘명명덕’, ‘친민’, ‘지어지선’이 『대학』의 삼강령, 주제입니다. 이 주제의 구현 과정을 여덟 개의 조목으로 확장한 것이고, 열 개의 전(傳)으로 다시 푼 것이지요. (……) ‘在明明德’재명명덕, ‘명덕’을 밝히는 데 있다 하네요. 앞의 ‘명’(明)이 동사입니다. 그런데 ‘명덕’에 대한 풀이가 복잡하군요. ‘사람이 하늘에서 받은 것으로 허령불매(虛靈不昧)하여 모든 이치를 갖추어 만사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길게 되어 있네요. 아휴~, 사람이 하늘에서 받은 것(人之所得乎天인지소득호천)은 ‘성’(性)이지요. 『중용』 1장의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의 바로 그 ‘성’입니다. 이 ‘명덕’, ‘성’을 잘 보존하고 확충해 나가야 되는데, 그게 어디 쉽게 됩니까? 여기서 주자는 마음의 작용에 주목합니다. 나의 몸을 주재(主宰)하는 것이 ‘마음’[心]이니까요. 그래서 꿈에서라도 ‘내 마음 나도 몰라~’,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나의 언행을 주관하는 마음을 자신이 모른다고 하면 누가?, 곤란하지요. 『대학』에 진입할 수가 없으니까요. 주자는 마음의 작용을 ‘허령불매’(虛靈不昧)라고 표현하지요. ‘빌 허’, ‘신령 령’, ‘아닐 불’, ‘어두울 매’, ‘허령불매’는 텅 비어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한 능력을 지닌 어둡지 않은 마음의 작용을 말합니다. 이런 마음의 작용으로 인해 우리 각자는 일생 동안 겪게 되는 모든 일, 만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지요.
---「대학 경經 1장」중에서
소위평천하(所謂平天下)가 재치기국자(在治其國者)는 상노로이민흥효(上老老而民興孝)하며 상장장이민흥제(上長長而民興弟)하며 상휼고이민불배(上恤孤而民不倍)하나니 시이(是以)로 군자유혈구지도야(君子有?矩之道也)니라.
경문 1-4에는 “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 선치기국”(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이라고 되어 있지요. ‘천하에 명덕을 밝힌다’는 구절에서 엄청 감명받는다는 말씀은 이미 드렸고요. 여기서는 ‘천하를 안정시키는 것은 그 나라를 다스림에 있다’로 바뀌었네요. 이렇게 경문의 구절이 전에 오면 약간씩 변형되지요. 무엇보다도 ‘혈구지도’라는 낮선 단어가 눈에 확 들어오는군요. 그 뜻을 한마디로 말하면 9-4에 나온 ‘서’(恕)인데, ‘사서’(四書) 중에 『대학』에만 나오는 유명한 단어랍니다. 자, 보니까 상(上)이 이리이리하면 백성[民]이 그것을 따라서 이리이리한다는 구문이 세 번 반복되는군요. 군자의 위의와 언행을 따라 백성이 본받고 교화된다는 것은 ‘제가’와 ‘치국’을 푸는 9장에서 나왔지요. 10장은 ‘평천하’를 푸는데, ‘치국’이 본(本)이 되고 ‘평천하’가 말(末)이 되니까 ‘치국’부터 시작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로’, ‘장장’, ‘휼고’에서 앞의 단어가 동사입니다. ‘노로’는 ‘나의 부모를 공경하는 것’(老吾老)이지요. 이럴 때 동사 ‘노’(老)는 ‘공경할 경’(敬)으로 보시면 됩니다. ‘장장’은 어른을 어른 대접하는 것이지요. 동사 ‘장’(長)은 ‘공경할 제’(悌)입니다. ‘휼고’는 고아와 같은 외로운 사람을 구휼(救恤), 도와주는 것이지요. ‘구휼할 휼’(恤)은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겁니다. 무엇보다 먼저 딱한 처지의 ‘환과고독’(鰥寡孤獨)을 배려하는 것이 정치의 시작이지
요. 맹자가 제환공, 진문공의 패도(覇道)를 묻는 제선왕(齊宣王: 기원전 319 ~기원전 301 재위)에게 공문(孔門)은 그런 건 모른다! 굳이 말하라고 하면 왕도(王道)를 말하겠다, 하면서 꺼내는 말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었죠. “나의 노인을 공경하여 남의 노인에까지 미치고, 나의 어린애를 사랑하여 남의 어린애에게까지 미치면 천하를 손바닥 위에 놓고 다스릴 수 있다.”(老吾老노오로, 以及人之老이급인지로, 幼吾幼유오유, 以及人之幼이급인지유, 天下可運於掌천하가운어장. 「양혜왕」 상) 어떠신가요? 이렇게 하면 천하를 손바닥 위에 놓고 운영할 수 있다니! 이것이
맹자의 왕도정치, 인정(仁政)이랍니다. 『대학』의 ‘평천하’이지요. (……) 그럼, ‘평천하’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무엇인가? 군자의 ‘혈구지도’입니다. 앞에서 ‘혈구지도’를 ‘서’(恕)라고 했지요? ‘헤아릴 혈’(?), ‘곱자 구’(矩)인데 ‘구’는 네모난 것을 그리는 도구이지요. 원을 그리는 도구를 ‘규’(規)라 하고 방형을 그리는 도구를 ‘구’(矩)라고 한답니다. 건축학과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컴퍼스와 티(T)자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마음’입니다. 사람은 서로 통하는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요. 군자는 마땅히 ‘마음의 같은 바’[其所同]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지요. 나와 생각이 같고, 하고 싶은 일이 같다는 것을 알지요. 이것을 ‘혈구의 도’라고 하는 겁니다. 여기서 ‘구’는 맹자가 말한 인의예지의 사단(四端), 양심(良心)으로 보셔도 됩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이런 선한 마음[善心]을 가지고 있어요. 나의 선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같이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길’이지요. ‘인’(仁)의 확장, ‘서’(恕)이지요.
---「대학 전傳 10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