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번 내가 발견한 희망의 이야기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내담자들에게 들려준다. 그들이 품은 절망의 단서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보이고, 스스로 긍정의 발견에 이르도록 돕는다. 회복과 치유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스며들면, 그들 안에 숨어 있던 희망이 움트기 시작한다. 우울한 이들은 마음의 구름을 걷어내고, 불안한 이들은 걱정의 그림자를 지워낸다. 과거만을 품던 이들은 미래를 이야기한다._ 프롤로그 중에서
나는 부모와의 이별이라는 상처를 간직한 이들과 상담할 때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을 꼭 권한다. 앤에게는 긍정의 감정 능력, 혹은 자기방어 능력이 있다. 그것은 삶에서 희망을 추출하는 ‘희망 능력’이기도 하다. (…) 긍정은 연습을 통해 얼마든지 단련된다. 그 연습은 어려운 공부나 싫은 일처럼 고된 과정이 아니라 환희의 씨앗을 하나씩 줍는 행복의 과정이기도 하다. ≪빨간 머리 앤≫은 그런 긍정 연습을 도와줄 것이다._ 1장 마음이 눈물에 지지 않도록
나는 세라 씨에게 ≪리디아의 정원≫과 비슷한 기억을 더듬어보라고 주문했다. 그녀의 입에서 마음의 저편에 밀어두었던 그 시절에 대한 고백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어느새 슬픔을 터뜨리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다시 여덟 살 아이로 돌아갔다. (…) 나는 세라 씨에게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용서를 비는 일을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용서를 구하는 것 역시 사랑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설사 그가 더 잘못했다고 해도 용서를 비는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_ 2장 우리는 그렇게 진짜 어른이 된다
〈마지막 잎새〉를 읽고 상기된 선혜 씨는 한동안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는 선혜 씨에게 병을 알게 된 때를 회상해 보라고 했다. 그녀는 그때 자신 역시 존시처럼 절망했다고 고백했다. 죽음이 너무나 무서웠노라고. 이번에는 당신이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라고 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열일곱 살이던 동생이었다. 동생은 누나를 걱정하며 기꺼이 수술을 받았다. 베어만의 마지막 잎새처럼, 동생의 골수 덕분에 그녀는 살아날 수 있었다._ 3장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위대한 그림책 작가 몰리 뱅의 ≪기러기≫는 희망을 고무시키는 작품이다. 표지는 아직 자신이 기러기인 줄 모르는 어린 새가 알을 깨고 나온 장면이다. (…) 재윤에게도 이 그림책은 퍽 감동적으로 다가갔다.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재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얘, 나 같네요. 이상한 데 굴러 와서…….” 재윤은 비버 집에 굴러 온 기러기처럼 여전히 가족이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어릴 때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재잘재잘 말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말문이 닫혔다고 했다._ 4장 세상 속에서 나로 살아가기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나의 설명들을 마주하며 현주 씨는 조금씩 남자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여중과 여고, 여대까지 나온 그녀는 남자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는 생명체인지 모르고 살았다. 결혼 초기 미친 듯이 달려드는 남편이 낯설고 귀찮았고, 색골 같았다고 했다. 현주 씨는 남편을 ‘안 돼’라고 가르치면 말을 듣는 애완견처럼 여겼다. 결혼을 통해 자기 소유가 되었으니, 조금만 협박하고 구슬리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만용을 부렸다._ 5장 사랑도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글로 적어보자고 했다. 내친 김에 주환이에게 편지를 써보자고 했다. 이 역시 성주 씨로서는 초유의 일이었다.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한 성주 씨의 변화는 차츰 무르익었다. 나중에는 하루에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진심어린 사랑의 표현을 마주하며 주환이의 불안과 우울은 옅어지기 시작했다. 아빠의 눈치를 흘금흘금 살피는 버릇은 남아 있었지만, 전처럼 남을 대하듯 하지는 않았다. 아빠의 스킨십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_ 6장 내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