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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 입으리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 입으리

: 신달자, 시가 있는 아침

[ 양장 ]
리뷰 총점9.0 리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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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3쪽 | 376g | 136*195*20mm
ISBN13 9788943103804
ISBN10 89431038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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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화 鉛筆畵 (황동규)

눈이 오려다 말고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
옅은 안개 속에 침엽수들이 침묵하고 있다.
저수지 돌며 연필 흔적처럼 흐릿해지는 길
입구에서 바위들이 길을 비켜주고 있다.

뵈지는 않지만 길 속에 그대 체온 남아 있다.
공기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무언가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 입으리

***

--- 곧 눈 내리겠다. 흐릿한 회색빛의 눈안개가 고요히 비단처럼 깔린다. 튀지 않게 가능한 한 고요히 기다린다. 그 시간이 연필화처럼 다정하다. 연필이란 단어는 우리 가슴에 진한 금을 긋는다. 그 흐릿하고 유연하고 조금은 헐렁한 공간의 침묵 속에 연필화는 옅은 안개로 스물스물 다가온다. 그대 체온이 남아 있는 그 공간, 숨이 들고나는 살아 있는 공간, 그 보이지 않는 공간 안에 하나의 생명이, 하나의 분명한 영원이 잡혀질 것 같다. 어느 길이든 그대가 있겠지만 바위가 길을 비켜 주는 그 길의 속살 속에서 눈송이와 부딪쳐도 상처 입을 그대가 있다. --- pp.14-15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다. 전화를 받아 보셨는지요. 왜 그렇게 모두 무디어 강변에 달빛이 곱다는 전화가 오지 않네요. 내가 하지요, 내가 그대들에게 저 달을 하나씩 바치겠습니다.
그믐밤에는 내 마음의 달을 보내고 낮에는 희미하게 울먹이는 낮달도 보내드리지요. 달이 처연하게 밝으면 나는 달이 무서워 안 본 척 방으로 들어가 창문 사이로 눈 하나 감고 바라본 적도 있는데 전화를 왜 기다려요. 내가 먼저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 pp.64-65

옥잠화 (정호승)

가을입니다
초승달이 떴습니다
동쪽으로 가는 사람은 동쪽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고
서쪽으로 가는 사람은 서쪽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고
나는 당신의 눈동자 속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서
초승달에 걸터앉아
옥잠화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나는 오늘도 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어드리지 못하고
돌부처님들이 흘리는 눈물도 닦아드리지 못했으나
옥잠화
당신은 아직도 못난 저를 사랑하고 계십니다
굳이 해탈의 꽃
아니 되시면 또 어떠신가요
가을이 깊어갈수록 백련암 뜨락에 고개 숙여 시들어가는
당신을 사랑하다가
나는 그만 초승달에서 떨어져 나뒹굽니다

***

--- 옥잠화, 어쩜 이렇게 예쁜 이름이 있을까. 나 같아도 초승달 위에 걸터앉아 옥잠화, 옥잠화 그 이름을 부르겠네. 가슴 떨리겠네. 부정한 행위라도 좋으니 꺾어 가슴에 품겠네. 백련암 뜨락에는 나 가지 않겠네. 백련암 뜨락에 고개 숙여 시들어 가는 옥잠화를 나는 도저히 볼 수 없어 다시 초승달 위에 걸터앉아 일생 나 그렇게 옥잠화를 부르겠네. 곧 내 안에 와서 그것이 피리니 나 그때를 기다리겠네, 내내 기다리겠네. 영원히 지지 않을 옥잠화를 품겠네. --- pp.112-114

강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 떼를 날려 보냈고
흰 새 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

--- 내가 흘린 눈물이 강을 이루었지요. 그 강 다시 그대에게로 가는 강이 되었지요. 그대에게 닿으려고 험한 물길을 헤엄쳐 가노라면 이미 그대는 내 안에 와 있고 우리들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지지 않았을까요. 그러므로 강은 물소리를, 물소리는 새 떼를, 흰 새 떼는 눈발을 몰고 오지 않았는지요. 세상의 모든 눈발은 울음을 터뜨리는 겁니다. 내가 흐느끼던 울음의 강 앞에 지금도 서 있어요. 내가 그대에게 가려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 pp.164-165

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닿지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깊이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도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

--- 이재무 시인의 「제부도」다. 이 시를 읽으면 확 울고 싶어진다. 제부도 대부도에 가 봤는가. 나는 사랑이 대부도나 제부도 사이인 것을 몰랐네. 그걸 몰라서 사랑으로 울어 버렸네. 하루에 두 번이면 족한가. 아니다. 나는 하루 두 번으로는 턱없이 사랑을 만나는 일이 부족해서, 나는 사랑으로 울었다. 내 사랑은 비유법이 필요 없었네. 바다 깊이라고 해도 저 하늘 끝이라고 해도 어찌 그것을 믿겠는가. 그 어떤 비유도 내 사랑보다는 작아 보였던 것을. 미처 사랑하는 거리를 몰랐네. 깊이도 몰랐네. 그래서 나는 사랑으로 울었네. --- pp.36-38

내 아내 (서정주)

나 바람나지 말라고
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놓은
삼천 사발의 냉숫물

내 남루와 피리 옆에서
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
항시 숨 쉬는 그 숨결소리

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고

내 먼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면
내 숨은 그녀 빈 사발에 담을까

***

--- 서정주 시인의 「내 아내」다. 삼천 사발의 냉숫물로 정히 빌어 서정주 시인은 바람나지 않았을까. 아내의 긴긴 여운의 기도가 방방곡곡에 스며 있었으리. 삼천 사발의 냉수 속에 두 내외분이 함께 찰랑찰랑 살고 있을 것, 물론 아내가 먼저 숨을 거두고 다시 삼천 사발 냉수 속에 아내를 껴안고 숨결 달래서 피리에 담고, 그러나 시인도 곧 그 뒤를 따랐다. 눈발 날리는 2000년 12월 24일 밤 그 삼천 사발의 윙크를 받고 시인은 아내의 사발 속으로 들어가셨다. --- pp.106-107

너무 가볍다 (허영자)

나 아기 적에
등에 업어 길러주신 어머니

이제는
내 등에 업히신 어머니

너무 조그맣다
너무 가볍다

***

--- 너희들도 다 살아 보아라. 어른들의 말씀은 금쪽같기만 하다. 어느 날 그 무섭게 회초리 들던 어머니의 굵은 손은 어디로 갔나. 든든한 말뚝 같았던 어머니의 등은 어디로 갔나. 마치 막 흘린 것 같아 주변을 보면 아무것도 없다. 너무 가벼운 어머니를 등에 업어 보았는가. 재처럼 사그라드는 어머니를 안아 본 적 있는가. 너무 가벼워 눈물 나는 어머니를. --- pp.180-181

--- 서정춘 시인의 「첫사랑」이다. 그래, 누구나 입 안에 고여 있는 이름 하나 있다. 달작지근하게 단물이 고이는 이름, 나도 눈깔사탕 하나 깨물어 누구 입 안에 넣어주고 싶다. 둘이 함께 녹아내리겠네. 세상에 그런 작은 추억 하나가 왜 이렇게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지 모르겠네. ‘간신히 늙어버린’이라는 표현도 마음이 서늘해진다. 누구나 간신히 늙는다. 죽죽 되고 싶은 것 다 되면서 늙는 게 아니라 겨우겨우 살다 늙는 일, 그러나 시인이여! 순금이 이름 하나가 사탕처럼 지금도 입 안에서 녹고 있지 아니한가. --- p.48

---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이다. 시집이 칠천 원이라 한들 소금 한 됫박이면 될 것을, 국밥 한 그릇 겨우 될 것을, 그러나 시인은 시를 쓴다. 황송해 하면서 다행스러워 하면서.
그래, 그게 어딘데…… 좀 헐타 싶다가도 그래 그게 어딘데…… 하는 시인의 자탄 같은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시집 한 권이 꽃 한 송이 같고, 시집 한 권이 시인의 목숨에 비유된다면 더 거룩하고 거대한 작품이 될 것이다. 시인이여! 서러워 마라, 그대 시 한 편에 산이 쩡 울린다. 바다가 쩍 갈라진다, 울던 울음이 뚝 그쳐진다. 시인이여! --- p.50

--- 김경주 시인의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이다. 어머니의 가슴에 꽃무늬가 있다면 어머니의 팬티에도 꽃무늬가 있을 것. 어머니의 가슴에 꽃무늬가 지워지지 않는다면 어머니의 팬티에도 꽃무늬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여자는 꽃무늬를 스스로 수놓지 않는다. 여자에게 꽃무늬는 저절로 새겨져서 그 꽃무늬로 울음도 참고 슬픔도 참아서 사랑을 만들어 꽃이 되는 것이다.
그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아서, 하얗게 늙어 야윈 등의 가슴에서도 선명히 피어 있을 것이다. 그래, 이런 어머니의 수줍은 꽃을 시인 아들이 보고 시의 꽃을 보았단 말인가 피웠단 말인가. --- p.122

--- 김선우 시인의 「민둥산」이다 몸이 서늘해진다. 이 세상에선 관계할 수 없는 것이 없네. 김선우의 시는 저릿저릿해서 혼자 읽으면서 누구 손잡고 싶네.
번쩍 나이를 잊고 알몸으로 저런 민둥산 오르고 싶네. 오르고 오르면 알몸의 그대가 나타나기는 할까. 그러나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상처를 모신 바람도 온다는 예언이니 나 젊은 날 산통으로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다리를 벌렸던 생각나네. 나 오늘 김선우의 시를 읽으며 겨울 풀들에게로 달겨드는 바람의 속내를 보네. --- p.129

---정끝별 시인의 「입동」이다. 할 일을 다 하고 떠나가는 잎들을 봐요. 할 일을 다 했으니, 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뭇잎들이 입동 날 떠나가는 것이 보여요. 그러나 시인은 그 잎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품어 안고 무슨 별일을 뢸드나 봐요. 제 할 일을 다한 것은 꼬숩겠지요. 그 뒷이야기가 저 빈 나뭇가지에 걸려 반짝이네요.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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