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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시간들

지하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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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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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06g | 128*188*20mm
ISBN13 9788927801894
ISBN10 89278018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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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무슨 일이든 일어나야만 한다!' 차가운 도시, 고독을 건너는 그들의 무언의 외침.
박형욱 (컨텐츠팀 / kaeti@yes24.com)
2010-03-09
도시,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교차로들의 땅.
'어항 속 삶'에 익숙해져 버린 도시인들의 쓸쓸한 현실.


매일 같은 길을 같은 방법으로 지나 일터로 향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처리하고, 다시 그 길을 건너 돌아온다. 별 다를 것 없이 흘러가던 일상은 우연한, 혹은 필연적인 사건을 계기로 '달라지지 않고는 견뎌낼 수 없는' 생활로 돌변한다. 『지하의 시간들』의 두 주인공은 그런 전환점을 맞는다. 정확하게는, 그 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 소설은 두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혼란 속에서 새 길을 찾는, 모퉁이를 돌기 직전의 시간을 그린다.

도시라는 거대한 '존재'가 집어삼킨, 무채색의 풍경 속에 잠식당한 인물들의 이야기. 도시의 고독과 그 속에 외딴 섬처럼 홀로 서 있는 우리의 초상. 간단하게 말하면, 숨막히는 도시와 일상에서 자아 찾기.
도시 속 현대인의 모습, 나를 잃어버린 사람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교차로 풀어낸 남녀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식상하고 진부하지만 분명 시선을 잡아 끄는 힘이 있다. 나의 이야기이기에, 그들을 통해 공감하고 이해 받고 교감하고 싶기에. 델핀 드 비강은 평범한 것을 넘어 자칫 감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그들의 하루를 과장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담백하게 써 내려간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나약한 존재의 모습.

정상적인 것은 그 무엇도 시간의 흐름을 바꿀 수 없는 지점. 무엇도 전체를 위협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없는 지점. 무슨 일이든 일어나야만 한다. 뭔가 특별한 일. 여기서 벗어나려면, 모든 게 멈추려면. --- p.11

그 여자, 마틸드는 다국적 식품 그룹에서 마케팅 차장으로 일하는 유능한 인재다. 인재였다. 직속 상사인 자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마틸드는 회사에서 설 곳을 잃었다.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알고 마음이 통했던 자크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보인 단 한번의 의견차로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유치하기까지 한 그의 '따돌림'을 그저 묵묵히 견뎌내던 마틸드는 이제 그 무겁고 버거운 공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마틸드는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자크가 그녀에게 행하는 무형의 폭력이 특별한 증거를 댈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점은 마틸드 자신이 상황을 견디는 편을 택했다는 것. 그녀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일이 어긋난 시작점을 찾고, 지난 시간들 되새김질 한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악화되기만 하는 관계에 절망한 그녀는 악몽 같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물론, 그러면서도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마틸드는 우리와 닮아있다. 큰 마음을 먹고 시도하는 저항은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생각은 더 복잡해진다. 점쟁이가 예언한 운명의 날 5월 20일,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이 끔찍한 시간 속에서 꺼내주기를 기도한다. 점쟁이의 말을 믿는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진 지금, 오늘은 운명의 날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매일.

그 남자, 티보는 파리 응급의료팀에서 일한다. 교환원이 알려주는 주소로 찾아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본다. 그는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방문객이 되어주지만, 정작 그 자신은 필요한 이에게 위로 받거나 사랑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의 사랑은 처음부터 일방적이었고, 상대는 단 한번도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 도시의 삶, 뜨거운 사랑을 꿈꿨던 그는 자신을 품어주기에는 너무나 초췌하고 노화한 도시의 얼굴, 시종 그의 기대를 져버리는 차가운 사랑의 손을 붙잡고 있다.

그가 내뱉은 말들은 견딜 수 없을 만치 평범했다. 상투적인 표현들은 그의 고통을 욕보였다. 하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 p.55
그녀는 웃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양. 항상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그리도 상대방의 절망을 못 볼 수 있지? --- p.58

그는 결국 질척대는 자신의 사랑에 이별을 고한다. "그래. 고마웠어." 상대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와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는 릴라를 떠났다. 해냈다.' 담담한 상대와 달리, 그의 에피소드 곳곳에 새겨진 이 문구는 오히려 그의 사랑이 여전히 진행중임을 보여준다. 그는 지금도 사랑,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집착이라 부를 수 있을 그 시간들과 이별하고 있다.

때로는 '고장 난 인간'일 필요도 있다.
거대한 도시의 시간은 움직이지 않지만 티끌 같은 나의 일상에는 '계기'가 되는 것.


약간은 예민해 보이는 얼굴,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하고 만원 지하철의 바를 잡고 버티고 선 여자. 조금만 돌아서면 감정쳀 터져나올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체념한 듯 보이는 표정을 한 남자.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려진 두 주인공의 모습은 이렇다. 인상적이었던,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속 출근 장면. 잿빛 중절모와 정장을 걸친 채 회색 도시 안으로 쓸려 들어가는 영화 속 인파처럼 그들은 기계적으로 흘러가는 일상 속에 박제되어 있다.

두 사람의 '운명의 날' 5월 20일, 각자의 시간을 살던 그들은 지하철에서 서로를 스쳐간다. 마틸드는 티보를, 티보는 마틸드를 인지하지만 작가는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그 이상의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마틸드와 티보가 그들 인생에서 하나의 갈림길과 마주한 순간, 평소와는 다른 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에도 그들을 지배하고 있던 '지하의 시간들'은 그대로 흘러간다. 그렇게 마지막 장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 책 또한 마침표를 찍지만 이후에도 그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갈 것임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인연이든 아니든 그들이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것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시간은 흐른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일상의 폭력도, 고독도, 사랑의 아픔도 그저 우리가 기대어 가는 시간의 한 부분일 뿐이다. 『지하의 시간들』은 그 일부를 섬세하게 포착해내 우리 내면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포장하지 않고 내보일 수 있게 하며, 이는 결국 우리 삶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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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내 손을 잡아요, 내 팔을 잡아요, 여기서 발길을 돌려요, 가방을 내려놓으세요, 서 있지 말고 여기 좀 앉아요, 이제 끝났어요, 가지 않아도 돼요, 이럴 순 없어요, 싸워야죠, 우리 같이 싸워요, 내가 옆에 있어줄게요. 이렇게 말해줄 남자 혹은 여자. 아무렴 어떤가. 더 이상 못 가겠다는 걸 이해해줄 사람, 하루가 갈 때마다 그녀의 존재가, 본질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걸 이해해줄 사람. 뺨이나 머리를 쓰다듬어줄 사람, 마치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해줄 사람.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어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어요?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어요? 모든 걸 막아줄 사람. 그만이라고 소리쳐줄 사람. 책임져줄 사람. 다음 역에서 내리게 하거나 카페 구석 자리 맞은편에 앉아줄 사람. 벽시계의 시침이 돌아가는 걸 지켜봐줄 사람. 정오가 되면,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웃으며 말하겠지. 보세요. 이제 끝났어요. --- p.12

왜 이렇게 칠칠치 못해? 그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널 만나기 전까진 나도 독수리 같은 남자였어. 널 만나기 전까진 어디에도 부딪치지 않고 길 위를 날아다녔어. 널 만나기 전까지 나도 강한 남자였어. --- p.17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꿋꿋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예전에 어땠는지 잊어버리고, 자기에게 맡겨진 일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다. 매일 열 시간씩, 고개를 들 사이도 없이 일했던 것을 잊어버렸다. 상황이 돌이킬 가능성도 없이 치달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회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회사가 빠르게 증식하는 종양을 품을 줄 미처 몰랐다. 아무런 반응도 없이, 고쳐볼 노력도 없이. --- p.48

이제는,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울 수 있다면, 아무것도 모를 수 있다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일을 피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덜컥 병에 걸리기를, 그것도 아주 큰 병에 걸리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얼마나 많은 증상과 증후군, 무기력을 상상했던가. 그러면 출근하지 않아도 될 텐데. 더 이상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아이들만 데리고 아무 계획도,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꿈을, 통장 하나만 달랑 들고 길을 나서는 꿈을 얼마나 많이 꿨던가. 자신의 길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꿈을. 지금 겪는 일 같은 걸로, 적지에서 하루에 열 시간을 버텨야 하는 걸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 p.42

그는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잊고 있었다. 그런 걸까? 사랑이라는 거. 나약해진 마음? 매 순간 단 한 번의 실수, 단 한 번의 서툰 대답, 단 한 번의 잘못된 단어 선택 때문에 모든 걸 잃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걸까? 불안한 자아? 스무 살이든 마흔 살이든? 그렇다면 사랑보다 더 비참하고 더 허망한 것이 있을까? --- p.54

그는 릴라가 문득 그리움에 사무치길 바랐다. 어지러운 공허감이 밀려와 도저히 견딜 수 없기를 바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했으면, 그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 조금씩 가늠했으면 하고 빌었다. 그만큼 그녀를 사랑해줄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달았으면 했다. 그의 사랑은 그녀가 정한 경계를 넘어섰다는 걸, 주위 사람들에게 넌지시 내밀어 보이는 그녀의 고독을 넘어섰다는 걸. --- p.56

아주 작은 바람, 아주 작은 눈부심만으로도 넘어질 것만 같다. 그녀는 그렇게 약해진 지점에, 균형을 잃은 지점에 와 있었다. 모든 것이 의미를 잃고 조화를 잃은 그곳에.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그녀를 기쁨으로 충만케 하거나 절망시킬 수 있는 투과 지점에. --- p.85

티보는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살았고 커튼을 치는 법이 없었다. 늘 빛과 소음을 원했다. 결코 멈추지 않는 도시의 순환운동을. 그는 항상 도시와 같은 리듬을 탄다고, 도시와 한몸을 이룬다고 믿었다. 그런데 오늘, 흰색 클리오를 몰며 10년을 보낸 뒤, 교통체증, 빨간불, 지하도로, 일방통행, 이중 주차와 함께 10년을 보낸 뒤, 이따금 도시가 자기 손을 벗어날 때가 있다는 걸, 도시가 적대적으로 변할 때가 있다는 걸 느낀다.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 누구보다 도시의 경직된 숨을 잘 알고 있기에, 도시는 때를 기다려 그를 토해내려는 것 같다. 이물질을 뱉어내듯이. --- p.117

차에 오르면 그리움이 그를 시험한다. 빨간불에도 그녀가 생각나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그녀가 생각나고, 기어를 바꿔도 그녀가 생각난다. 열두시 삼십분인데 배가 고프지 않다. 위가 있을 자리에 구멍이 났다. 생생한 고통. 어떤 음식도, 어떤 위안도 사양하는 묵직하고 쓰라린 그 무엇. --- p.134

릴라는 그에게 패배였다. 벌이었다. 그가 사랑하지 않은 여자들, 며칠 밤 같이 보내고 말았던 ?자들, 그가 버린 여자들이 주는.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일이 자꾸만 생겨서다. 우습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왔다고.
사랑이란 결국 그런 불균형일지 모른다. 원하고 기대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패한 것이다. 화학작용도 릴라의 기억, 릴라의 끝나지 않은 사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녀가 기다리고 바라는 남자, 그가 따라갈 수도 없는 세련된 남자에게 그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언어는 액체처럼 증발해버렸다. --- p.137

이번에는 그가 졌다. 그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사랑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 그런 무력함을 느끼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 있을까. 그보다 더 가혹한 고통, 끔찍한 병이 있을까. 그렇다. 없다는 걸 잘 안다. 우습다. 이건 잘못됐다. 실연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신장결석 같은 거다. 화학물질들이 모래알, 콩, 구슬, 골프공 크기로 결정을 만들고 심하다 못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낳는다. 결국 사그라질 고통이지만. --- p.139

마틸드는 가끔 남자에게 질문하는 상상을 한다. 날 사랑할 수 있겠어요? 그녀의 지친 삶을 모두 뒤로하고. 그녀의 힘과 약점을 뒤로하고. 현기증, 두려움, 기쁨을 아는 남자. 그녀의 웃음 뒤에 보이는 눈물과 눈물 뒤에 나오는 웃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남자. 이해할 남자. 하지만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서로 마주치지 않는 법이다. 영화에서나 가능할까. 현실에서는 스쳐 지나거나 충돌할 뿐이다. 그들은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를 밀어낸다. 마틸드는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다. --- p.150

티보는 등받이가 없는 빈 의자에 앉았다. 휴대전화는 아예 꺼버렸다. 피곤했다. 여자가 와락 안아줬으면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주 잠깐. 그렇게 몇 초 동안만이라도 쉴 수 있기를, 기댈 수 있기를. 몸이 긴장을 풀 수 있기를. 가끔 여자에게 질문하는 상상을 한다. 날 사랑할 수 있겠어요? 그의 지친 삶을 모두 뒤로하고. 현기증, 두려움, 기쁨을 아는 여자. --- p.161

울음을 터뜨릴 수도 있었다. 지금 당장. 아무도 못 볼 것이다. 듣지도 못할 것이다. 마음껏, 부끄러워할 것 없이 울 수도 있었다. 고통을 키보드 위에, 자판 사이에 흐르게 할 수도 있었다. 회로 안으로 스며들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틸드는 그게 어떻게 지나갈지 알고 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상자를 열 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일 때. 눈물이 눈물을 부르는 걸, 눈물이 다시 눈물을 부르는 걸, 그 눈물들이 모두 소금 맛이 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눈물이 나면 필립이 그립다. 필립의 부재가 몸 안에서 느껴진다. 위축된 기관처럼, 고통을 주는 기관처럼 뛰기 시작한다. --- p.201

이 도시에 왔을 때 그의 나이는 서른도 채 안 되었다. 의사 노릇을 하고 싶었고 질병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었고 도시에 파묻히고 싶었다. 흉터의 크기를 알고 싶었고 사랑의 우연과 상처의 깊이를 알고 싶었다. 모든 걸 보고 싶었고 모든 걸 보았다. 이제는 살아갈 일만 남았다. --- p.219

그때 어떤 남자가 마틸드에게로 걸어왔다. 스쿠터에서 내려 헬멧을 벗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술이나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 싫다고 해도 자꾸 권했다. 함께 가요.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갑자기 마틸드는 울고, 또 울고 싶어졌다. 이 남자 앞에서 마음껏 울고 싶었다. 그 남자가 알 수 있도록. 아니오, 난 멋진 구석이라곤 없는 여자예요, 멋지긴요, 난 쓰레기예요, 집단에서 내다 버린 고장 난 부품, 폐기물이라고요. --- p.243

그는 그녀를 사랑할 줄 몰랐다. 그녀를 웃게 할 줄도, 행복하게 만들 줄도 몰랐다. 그는 불안과 절망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의 가장 어두운 내면으로부터 그녀를 사랑했다. 균열 한가운데에서, 그의 상처로 인한 충동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를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랑했다. 늘. --- p.248

그는 기억한다. 처음에 창가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며 보냈던 시간, 카페에서 혼자 저녁을 먹으며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거나 추측하며 보낸 시간을. 그는 도시를 사랑했다. 이야기들이 쌓이는 곳, 무한정 증가하는 사람들의 실루엣, 수많은 얼굴들을 사랑했다. 도시의 흥분, 마주치는 운명들, 가능성의 합을 사랑했다. 도시가 잠잠해지는 순간, 그리고 밤이 되어 아스팔트가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는 순간을 사랑했다. 그때는 마치 거리가 억누르던 에너지를, 넘치는 애정을 폭발시키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 그 숫자보다 더 어지러운 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1년에 환자 3,000명을 본다. 그는 그들의 염증과 가래 기침, 마른기침, 중독, 편두통, 불면증을 안다. 그는 그들의 고독을 안다. 그는 이제 도시가 얼마나 잔인한지, 도시에서 살아남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안다.
그러나 세상이 무너져도, 그는 도시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 p.253

갑자기 또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목청이 터질 듯 소리를 지르고 싶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대화 소리를 묻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싶다. 소리를 지르고 질러 조용해지기를. 모든 게 멈추고 정지되기를. 마틸드는 여기서 다 나가, 당신들 모습을 봐, 우리 모습을 봐, 당신들의 더러운 손을, 창백한 얼굴을 봐, 네온 불빛 아래에서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땅 밑을 기는 더러운 벌레 같은 우리를 봐, 당신들의 몸은 그러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야, 당신들의 몸은 자유롭게 움직여야 해.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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