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불안하고 지친 부모들이 나를 찾아와 던진, 그야말로 ‘융단폭격’처럼 집중됐던 질문들을 기본 뼈대로 삼고 있다. 여기에 내가 아버지로서 할아버지로서, 또 15년 간 선생님으로서 보고 듣고 겪은 경험과 관찰들이 더해졌다. 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배웠다. --- p.11
제1부: ‘아이’라는 쉽고도 어려운 숙제
우리 인간은 너도밤나무나 떡갈나무 숲을 이루는 수십억 개의 잎사귀들처럼 형태와 색깔, 구성과 구조에서 완전히 똑같은 것이 없는 존재이다. 인간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자연계는 대량 생산품은 없으며 오로지 원본들만이 존재한다. 바로 이러한 독특성, 곧 차이가 문제이다. 모든 아이가 독특한 존재라면 교육도 그래야 한다. 아이들 각자의 차이에 맞춰 교육 방법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도움과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p.30
모든 아이는 언제나 부모에게 수수께끼를 안겨준다. 그 수수께끼는 간혹 부모의 말문을 막히게 하거나, 심장을 멋게 만들기도 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한때 아이였지만,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거나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 화가 난 부모들은 우리 어머니가 내게 했던 그 말을 아이들에게 똑같이 한다. “대체 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20년 뒤 나도 내 아이들에게 비슷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며 미친 듯이 멀리뛰기와 창던지기 훈련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왜, 무슨 동기로 그런 일을 꾸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설득하고 꾸중해도 소용없었다. 나중에는 우리가 아이들의 행동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는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 p.40
부모들은 왜 아이의 신체를 돌보는 데는 그렇게 열심이면서 아이의 정신과 영혼을 돌보는 일은 태만할까?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태만에 너무도 익숙해져 이제는 둔감해진 것이 아닐까 한다. 그들은 아이의 욕구를 무시하는 교육 방식이 자신이나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믿는, 이른바 ‘교육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 p.64
모든 아이는 자기만의 소망을 갖고 있고, 이 소망을 꼭 충족시키고 싶어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어디엔가 속한다는 느낌과 다른 사람의 존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갈망하고, 정의와 질서와 안전을 소망한다. 그리고 이런 소망들을 충족시키는 데 우정이 큰 역할을 한다. 아이가 바라고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부모 혼자서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가 자신에게 그런 것을 줄 수 있는지 아이들은 수수께끼 같은 방식으로 알아낸다. --- p.108
부모가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의 신뢰와 존경, 사랑을 잃을 것이라는 가정은 오류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굳은 견해와 모범, 신뢰를 원한다. 아이들은 공정하게 대우받는다고 느끼고, 부모의 충고와 약속을 믿을 수 있을 때 부모를 신뢰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 p.146
유전과학과 뇌과학 연구는 유전적 소질과 환경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을 명백하게 입증해준다. 이제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첫째, 아이의 정신적·심리적·사회적 성장에는 소질과 환경적 영향이 똑같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둘째, 유전적 소질이 가능성의 범위를 규정한다면, 이러한 생물학적 한계 내에서 어떤 것이 나타나고 발전하는지는 환경의 영향에 달렸다. --- p.168
매를 맞으며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 특히 자기보다 작고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때리는 경향이 매를 맞지 않고 자란 이이들보다 강하다. 그리고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부모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년기로 고스란히 이어져,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 어른이 된다. 흥미롭게도 어려서 부모에게 매를 맞으며 자란 사람은 부모가 늙었을 때 도움을 주는 비율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 p.178
제2부: 부모는 누구이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청소년기 아이들은 친구처럼 행동하는 부모를 그리 존경하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다면 청소년들과 한번 이야기해보라. 나는 자주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를 통해 배웠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친구 페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아빠이고자 한다. 나의 아내 역시 우리의 여섯 꼬마들에게 언제나 거기에 있는 엄마였다. --- p.230
만약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한다면, 늘 한 가지를 자문하라. 나는 내 아이에게 말과 행동으로써 좋은 모범을 보이고 있는가? 내 아이는 나를 신뢰하는가? 나는 미더운가? 아이가 나? 신뢰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런 물음을 던지고 솔직히 대답하라. 아이가 부모를 불신하고 존경하지 못한다면 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결국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p.236
내가 비뚤어진 사람들을 비난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행의 씨앗을 뿌린다.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관주의자 부모는 아이에게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며, 모두 “할 수 있다.”를 외칠 때에도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 p.292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나쁜 버릇을 들인다. 특히 아버지나 배우자 없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부모가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우에 자주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혹은 반복해서 인내심의 한계를 보이거나, 아이에게 적절하지 못한 어조로 말을 하거나, 부당하게 아이를 대한 경우 죄책감을 느끼고 이를 보상할 방법을 찾는다. 아이에게 풍족한 선물을 안겨주어서 그 퍼런 멍을 치료하려 하고, 슬프고 실망한 아이에게 지나친 관대함을 베풀어 자신이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며 단지 잠깐 격분했을 뿐임을 확신시키려 하는 것이다. --- p.313
칭찬을 해주면 아이가 무조건 기뻐하고 심지어 행복해한다고 믿는 것은 부모들의 착각이다. 적절하고 미더운 칭찬만이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과장되거나 어울리지 않는 칭찬은 오히려 아이게게 수치심을 준다. 행동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소한 일에도 침이 마르게 칭찬하면 아이의 자존감에 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한다. --- p.349
아이가 생후 몇 년 간 배워야 하는 일들은 두툼한 백과사전을 한 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평생 그 어떤 연령대에서도 이렇게 많은 일을 한꺼번에 배우지는 않으며, 또한 이때만큼 자주 경고와 꾸중, 처벌을 받는 시기도 없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아이들의 삶은 “애들 장난”이 아니다. 이 모든 불상사는 부모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빚어진다. --- p.288
일상의 의례들이 점차 몸에 익으면 아이는 부모가 자기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자기가 부모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아이는 가정 안에서 공동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규칙과 의례들을 배우고, 그것을 지키지 않을 때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배운다. 이런 것들을 터득한 아이는 안정감을 갖게 되고,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피할 수 있다.--- p.393
무엇을 이야기하고 보여주고 함께 하든, 신이 사랑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끼도록 해야 한다. 신은 특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일상의 성인들을 사랑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불의에 맞서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또한 막노동꾼과 성직자를 사랑하며, 사기꾼과 살인자도 회개한다면 용서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신과 연옥의 불, 지옥, 악마를 가지고 아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 --- p.401
아이와의 대화는 언제나, 반드시 즐거운 결과를 가져온다, 아이는 더 이상 “저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태만죄’를 범하고 있음을 깨닫게 했던 그 질문 말이다.
--- p.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