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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편지

당신의 편지

: 붙잡고 싶었던 당신과의 그 모든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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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20g | 150*210*20mm
ISBN13 9791155323083
ISBN10 1155323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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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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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편지

당신과 나의 거리는 비행기를 타고 스물다섯 시간.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보낸 그리움은 그보다는 빠른 속도였겠지만, 사막으로 오고가는 편지는 낙타처럼 느리게 도착했다.

‘25일과 31일에 보내신 편지를 8일에 받았습니다.’

이 답변이 도착할 때까지, 느린 만큼 사랑도 그리움도 커진다.
그래서 편지에 담긴 말들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편지에 담긴 미운 마음조차 가는 동안에 누그러지고,
편지에 담긴 미안한 마음은 가는 동안에 깊어진다.

‘서울 진흥기금에 편지해서 출국확인서 찾아다 중대 본부에 주었는지.’
‘당신 편지에 막사 밖에서 일하신다고 쓰여 있던데,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하시는 건가요?’
‘사막지대라 선글라스도 필요하실 텐데 하나 가지고 가지 않아서 어떻게 하는지.’

“여보, 왜 할 말이 없겠소. 숱하게 많은 할 이야기를 이제 숙연히 지난 일 년간의 일을 하나하나 돌이켜 정리하고 있다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애틋했던 부부의 편지들.
가난했지만, 그 사막을 건너는 동안에도 서로를 바라보며 견디게 했던 아름다운 편지들.


# 연애 편지

연애, 라는 말은 예쁘다. 심장이 뛴다.

많은 청춘들이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을 향했다. 편지로 쓸쓸한 마음을 달랬다.
‘그 언젠가는 서로를 확실히 알 수 있을 때가 올 것으로 생각’하며,
가을에 보낸 편지의 봉투에서 ‘고국의 가을바람’을 느끼며.
그렇게 뛰는 군복 속에서 뛰는 심장을 매만지며.

“병이 생겼어요. 열병 말이에요. 한여름은 벌써 지나가버렸는데 말이에요.”

집배원들은 자전거를 타고 서로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청춘들의 마음을 날랐다.
편지를 부치고 답장이 오는 그 간격에서 어쩌면 사랑은 시작했을 것이다.

“아저씨 시간이 없어서 이만 난필을 놓겠어요.
다음에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몸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이번에는 꼭 답장하시길 두 손 모아 하느님께 빌겠어요.”

연애편지, 라는 말에는 기다림, 이라는 말도 함께 있어서 심장이 뛴다.

# 친구 편지

살면서 그런 날 더러 있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밤새 수다를 떨던 친구가 그리운 날.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아도 한없이 좋았던, 그런 친구가 그리운 날이 더러 있다.

“그런데 그 전우들도 멍청하지. 우리 인간에게 잠자는 시간은 일찍이 마련되어 있고 정해져 있는데도, 영원히 잠든다니 말이야. 하기야 잠들고 싶어서 자는 것이 아니겠지만. 그러기에 나는 아예 한잠도 자지 않거든.”

전쟁터에서 오 개월째 잠이 들지 못했다는 말을 부모님이나 형제에게 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작고하셨다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다.
“그럼 경진아, 추위에 몸조심하고 조금씩 먹어. 배탈 난다. 알아, 임마?”

친구니까, 친구니까. 그렇게 말해도 눈물이 난다.

학교 보험 때문에 포경 수술을 하러 간 한 친구는 그 와중에 “병원에 있는 간호원 한 명이 얼굴이 삼삼하지요. 그래서 지금 일없이 간호원실 앞을 지나다니지” 하는 친구.

친구니까, 그래 친구니까. 주고받을 수 있는 말들이 참 많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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