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계는 지금 낭떠러지를 향해 가고 있다. 공공 부채는 조세 수입 증가율이 공공 지출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보험과 의료 서비스의 국유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국민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이는 국가 시스템이 취약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표시이기도 하다. (...) 이 책에서 언급한 개혁들은 새로운 대규모의 경제 위기가 일어난 후에나 행해질 것이며, 이러한 경제 위기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1944년 경제 위기 때는 결국 개혁 정책을 수행하고 국제 금융 기구들을 만들어야 했다.---프롤로그, pp.17-19
1262년 베네치아의 45대 총독이었던 레니에 젠은 제노바와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공개적으로 시에 대출을 요구하고 ‘일 몬테’라는 이름의 특수 기구에 대출금 관리를 위임했다. 이렇게 해서 베네치아에 공적 재무가 생겨났다. 총독은 부유한 세습 귀족에게 자금을 빌려줄 것을 촉구하고 이자율은 연 5%로 정했다. (...) 공공 부채는 전리품만으로는 상환할 수 없었기에 새로 특수세를 걷어야만 비로소 이자까지 상환할 수 있었다. (...) 피렌체와 제노바도 나중에 이 방법을 채택해 ‘콤페라compera’라는 기금을 만들어서 공공 대출금을 관리하게 했다. (...) 이렇게 해서 공공 대출금은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것이 되었고, 양도도 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영구 대출이 되어 도시가 원금을 모두 상환할 때까지 계속해서 이자를 받을 수도 있었다. 때로는 피렌체에서처럼 대부 상인들이 빚을 진 도시를 상대로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1장 공공 부채의 탄생, pp36-37
18세기 말 영국, 17세기 네덜란드, 그리고 그 이전의 다른 여러 나라가 그랬듯이 19세기 말 미국은 자국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보다 더 많은 저축액을 모아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 빌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1914년에 유럽의 은행들에 갚아야 할 돈이 50억 달러가 남아 있었음에도 캐나다, 멕시코, 쿠바를 비롯한 외국에 25억 달라를 투자했다.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는 공통된 방정식을 끌어낼 수 있다. 새로운 강대국이 나타날 때 이 국가는 당시 주도권을 가진 국가들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나중에는 자신이 그 강대국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는 점이다.---2장 공공 부채와 세계 권력 이동의 관계, p79
세계화가 진행된 후인 2007년에는 전 세계 국가들이 서로 물고 물린 관계가 되어 아무런 통제도 먹혀들지 않게 되었다. 또 전 세계적 권력을 갖춘 국가가 없다 보니, 예전에 일어났던 부채 위기 메커니즘이 폭발하듯 한꺼번에 모든 국가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매번 자산 버블이 폭발하고, 은행 시스템이 붕괴하고, 과잉 부채 상태가 되는 것을 우려하여 은행의 민간 부채를 국가 예산으로 옮긴 탓에 파산 위험이 고조되었다.---4장 전 세계를 뒤흔든 대혼란, p97
공공 부채 위기는 일정 비율을 초과해서라기보다 시장의 주관적인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발발한다. (...) 어떤 금융 수치도 위기 발발을 설명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1970년 신흥국이 파산한 사례를 살펴보면 절반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60% 이상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GDP의 60% 이하였다. 어떤 국가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0%, 심지어는 290%가 되어도 파산하지 않고 버텨낸다. 위기 발발을 예측할 수 있는 적절한 비율이란 없다. 다만 예산에서 부채의 이가자 차지하는 비율로 이야기해볼 수는 있다. 이 비율이 50%에 달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5장 위기 극복을 위한 12가지 교훈, p125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8가지 전략이 행해지며, 대개 인플레이션으로 해결된다. (...) 우선 실제 경제 활동 창출에 사용되는 통화보다 훨씬 높은 가치의 통화로 공공 부채를 출자한다면 물가 상승이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또 금융 자산이나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해 버블이 형성된다.---5장 위기 극복을 위한 12가지 교훈, p127
미국과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도 경쟁자들이 파산하면 자국에 이득이 된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유로와 달러를 차례로 무너뜨리고자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할 것이다. (...) 중국은 점점 달러를 계속 보유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지 망설이게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자국의 자산이 외국에서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이 감소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 결국 중국은 저축과 산업의 방향을 국내 시장 쪽으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 경기 침체가 전 세계 경제로 퍼져 나가고 아시아 국가들까지 마구 뒤흔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정치적 안정을 위해 강력한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6장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pp147-148
오늘날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국가 부채는 국제결재은행, 파리클럽, 런던클럽, IMF, G7, G8, G20, 각종 포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리되지만 늘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중 어느 곳에서도 국가 부채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 현재 수없이 이루어지는 소유권 양도 실태를 고려할 때 소유권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양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채 경감 기금이 시급하다. ‘최악의 시나리오’ 같은 상황은 얼마든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IMF가 주요 채무국들의 공공 부채 경감을 위해 출자하고 부채 상태를 재조정하는 책임을 맡을 수도 있다.
---10장 전 세계를 위한 전략, pp20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