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세제는 처음 시판되었을 때, 주부들의 마음을 조금도 사로잡지 못했다. 합성세제를 사용하면 빨랫비누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때가 잘 빠진다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광고했지만, 그래도 팔리
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주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큰 불만이 하나 있었다. 합성세제는 거품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부들은 거품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주부들의 머릿속에는 ‘거품이 나지 않으면 때가 잘 빠지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합성세제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일부러 거품을 내는 성분을 첨가하기로 결정했다. 합성세제는 비누와 달라서, 거품을 내는 포말제(泡沫劑)가 전혀 필요 없다. 오히려 세탁기 내부와 세탁물에 거품이 달라붙기 때문에 물만 많이 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때를 빼는 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포말제를 첨가함으로써 주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을 수 있었다. _1장. 나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中
왜 사람들은 쓸데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일까?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도덕윤리가 광범위하게 지배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다. 그리고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도덕관을 숙명처럼 껴안고 평생 동안 살아간다. 누군가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할 경우, 당신의 심리 상태는 어떻게 변할까?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거절하다니, 내가 나쁜 사람일까?”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 것은 아닐까?”
“좀 더 나은 방법으로 거절할 수는 없었을까?”
“상대방이 분노와 슬픔에 빠진 나머지, 나를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에 휩싸이면서 당신은 거절했다는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책망한다. 그때 틈을 주지 않고 “그러면 친구가 되는 것은 괜찮겠죠?”라고, 조금 전보다 훨씬 낮은 조건을 제시하면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안개에 휩싸인 듯한 불편한 마음에서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고, 더 이상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감정 때문이며, 상대방의 분노를 사지 않겠다는 보호본능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설득기법이 바로 도어 인 더 페이스 테크닉(door in the face technique)이다. _2장. 마음을 이용당하지 않기 위하여
카너먼(D. Kahneman)과 트벨스키(A. Tversky)라는 심리학자도 미묘한 말투의 차이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들은 대학생들에게 다음과같은 상황을 제시하고,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1. 600명 가운데, 반드시 200명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
2. 600명 가운데, 3분의 1의 확률로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3분의 2의 확률로 전멸할 가능성도 있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아마 첫 번째일 것이다. 실제로 이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72퍼센트가 첫 번째를 선택했다. 전멸할 가능성보다는 적어도 200명을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말한 경우에는 어떨까.
1. 600명 가운데, 반드시 400명이 죽는다.
2. 600명 가운데, 모두 사망하지 않을 가능성은 3분의 1이다. 그러나 모두 사망할 가능성은 3분의 2이다.
이 경우에는 78퍼센트가 두 번째 경우를 선택했다. 모두 사망할지도 모르지만, 모두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내용이 앞의 것과 똑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단지 말하는 방법만 조금 바뀌었을 뿐, 내용은 완전히 같다. _3장. 선택을 기만당하지 않기 위하여
전쟁터에 미리 도착해서 적을 기다리는 군대는 편하지만, 전쟁터에 늦게 도착해서 전투에 나서는 군대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전투에 탁월한 사람은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지, 자신이 상대의 뜻대로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다. _손무, 《손자병법》 에서
《손자병법》 은 춘추시대에 오왕을 섬긴 손무의 병법서다. 그밖에도 병법서로 《육도》 와 《오자》 가 유명하지만, 《손자병법》 은 내용에서나 문장에서 다른 것들에 비해 탁월하다. 그리고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재미있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보통 영화관에서는 팔걸이를 옆 사람과 같이 사용한다. 그런데 그것은 과연 누가 차지할까. 나이가 많은 사람일까, 여자일까 아니면 남자일까.
모두 정답이 아니다. 팔걸이는 먼저 온 사람이 차지하는 법이다. 그 사람이 나이가 적든 많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다. 먼저 도착한 사람은 팔걸이를 독차지하고 여유 있게 다리를 뻗고 앉는다. 그리고 나중에 온 사람은 왠지 거북함을 느끼면서 몸을 웅크리고 조심스럽게 앉을 수밖에 없다. _4장. 고전 속의 심리학
니스베트와 윌슨은 이런 가설을 세웠다. 우리는 보통 물건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글을 읽을 때처럼 왼쪽에 있는 물건에서 오른쪽에 있는 물건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물건을 가장 마지막에 판단한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친근효과(親近效果)’라는 심리 메커니즘이 있다. 이것은 가장 최신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커니즘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가장 오른쪽에 있는 물건을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니스베트와 윌슨은 소재와 색깔이 똑같은 스타킹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했다. 물론 똑같은 스타킹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구태여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자, 사람들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스타킹을 선택했다. 니스베트와 윌슨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