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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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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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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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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78g | 142*215*20mm
ISBN13 9788950929022
ISBN10 895092902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부엌에서도 나는 깐깐할 정도로 주의력을 높여야만 했다. 대개 나는 그 동네 이십사 시간 편의점 뒤쪽 쓰레기통에서 먹었다. 편의점은 유통기한이 막 지난 상품들을 버림으로써 모른 채 나를 먹여 살렸다.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날이거나 몸이 좀 안 좋을 때는 집주인의 비축 식량에 살짝 손을 댔다. 밥이나 면만 조금 건드렸다. 없어진 걸 그가 알아차릴 만한 건 전혀 손대지 않았다. 거의. 예외적으로 요구르트 하나와 약간의 과일 주스의 유혹에 넘어간 적은 있다. 그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결국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졌다. 심지어 그의 취향을 좋아하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이 남자와 나의 공통점이다. 자부심을 가질 일도, 화낼 일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 이것 말고 우리를 근접시키는 건 없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도 대개 아주 다르다.

매일 저녁 저는 낙관하며 누웠지요. 이건 농담이야. 자고 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거야. 이렇게 의미를 상실할 수는 없어. 별, 바람, 인간, 이 모든 게.

어떤 바다거북들은 죽을 때가 되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연어들도 바다를 떠나 그들이 자란 곳을 향해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그런 습성의 지배를 받나 봅니다. 삶의 긴 주기를 보내고 저는 제가 자란 옛 생물학적 환경 가운데 하나로 되돌아온 겁니다. 팔 년 동안 ‘위대한 발견들’을 했던 곳으로 말이지요.

세상의 모든 헌법에 누구나 자신의 먼 과거의 장소로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불가침의 권리를 집어넣어야 할 거라고 저는 혼자 생각했지요. 모든 사람에게 그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모든 아파트와 단독주택과 정원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꾸러미를 맡겨서 이 추억의 겨울 왕궁에서 몇 시간이고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런 시간의 순례를 새 집주인들이 막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저는 굳게 믿습니다. 언젠가 제가 정치적 참여를 다시 하게 된다면 이것이 저의 유일한 계획이 될 겁니다. 저의 유일한 공약이 될 겁니다…….

나중에 저는 후쿠오카 대학에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했어요. 저는 그 무엇에도 매달리지 못했지요. 나중에 서서히 깨달았지만 산사태는 제 안에서 계속되고 있었어요. 산사태는 태풍이 불던 날 시작되어 첫 번째 먹이에 달려들었고, 이제 제 차례가 온 겁니다. 산사태는 서서히 땅속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던 거죠. 그것은 제가 살고 싶었던 삶을 한 자락 한 자락 앗아갔어요. 제가 하는 일마다 제 손에서 앗아갔지요. 저는 세상을 증오하고 특정 단체를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주인공인 시무라는 나가사키의 조선소와 마주 보고 있는 조용한 집에서 혼자 산다. 그는 매일 아침 시의 기상청으로 출근하는 길에 시끄럽게 우는 매미를 저주하고 혼자 점심을 먹으며, 퇴근 후 곧장 집에 들어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얼마 전부터 냉장고 속의 음식이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웃들은 거의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노인들이기 때문에 그는 안심하고 문을 열쇠로 잠그지 않은 채 회사를 가곤 했었는데 그 사이 침입자가 들어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냉장고 속의 과일 주스가 줄어든 것을 확인한 뒤 몰래 웹캠을 설치해 직장에서 컴퓨터를 통해 부엌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화면을 통해 그는 어떤 여자가 집에 돌아다니는 것을 본다. 처음에는 예전에 잠깐 고용했던 가정부가 열쇠를 복사해서 문을 열고 들어온 게 아닐까 의심한다.
그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날 화면에 다시 같은 여자가 보이자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막상 경찰이 집에 들이닥치기 전 그녀에게 묘한 연민을 느끼고 그녀가 도망치기를 바란다. 부엌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늦은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여자의 표정이 너무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경찰관에게서 그 여자가 그의 집 벽장 위 칸에 몸을 숨기고 1년간 더부살이를 해왔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녀는 단지 그의 집에서 요구르트 몇 개와 과일 주스, 차를 끓여먹었을 뿐 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다.
이 사건은 지역 신문에 실린다. 동료들은 그를 위로한다며 퇴근 후 술자리를 마련해주지만 그는 어울리기 힘들어하고 집에 돌아온다. 갑자기 그의 삶이 더 이상 이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외로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집에 몰래 숨어 있었던 이유로 감옥을 가게 된 여자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여자는 집주인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오전에만 물을 쓰고, 사용한 물건의 원래 위치와 모양을 잘 기억해둔다. 처음에는 악몽으로 소리를 지를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않았지만 차츰 이 생활에 익숙해졌다. 또한 동물적인 감각으로 집주인의 발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몸을 숨기는 기술을 익혔다. 손님방이라 거의 쓰이지 않는 다다미방의 벽장 위 칸에 몸을 숨기고 생활했다.

그녀는 다른 두 곳의 집에서도 가끔 머물렀다. 자신의 스케줄을 달력에 기록해두는, 출장이 많은 사람의 집과 반쯤 귀가 먹고 혼자 사는 할머니의 집도 간혹 이용했다. 어느 날 그녀는 시무라의 사진 앨범과 서류들을 통해 그에 대해 알게 되고,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재판장에서 그녀에게 호의적인 태도로 증언을 하는 시무라를 보면서 그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5개월간의 감옥 생활을 마친 후 그녀는 시무라를 찾아가고, 그가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부동산 중개인을 따라 다시 한 번 그 집에 들어선다. 빈 집을 둘러보면서 그녀는 그에게 어떻게든 연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녀는 시무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 집에 얽힌 그녀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녀는 2년 전 실업자가 되었고, 연금을 타기엔 너무 나이가 어렸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았던 그녀는 이웃들 보기가 부끄러워 간단하게 짐을 꾸려 동네를 떠났다. 장마도 지났고 노숙하기에 딱 좋은 날씨라 여기 저기 떠돌아다녔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자 머물 곳이 필요해졌다. 그녀는 반쯤 귀머거리인 할머니 집에 잠시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어린 시절 지냈던 집을 찾아가보기로 한다. 처음 의도는 몇몇 동물들이 자신의 태생지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듯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던 곳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집 열쇠가 맞는 자물쇠도 교체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고, 문도 잠겨 있지 않고 사람도 없어 집에 들어가 보기로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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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문제로 일본 열도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 글의 배경이 나가사키인 것이 우선 흥미롭다. 나가사키는 1945년 8월 9일 히로시마에 이어서 두 번째로 원폭이 투하된 곳이다. 그날의 끔찍한 재앙이 이 도시에 남은 인간에게 어떤 깨달음과 기억을 남겼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저 매미가 울고 사람들은 전철을 타고 출근하고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먹는 일상이 남았다. 그때 벽장 속의 여인이 등장한다. 이 여인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아무런 특징도 없이 갈팡질팡하고 살다가 삶에 쓰나미가 몰려온 것 같은 날, 기대고 돌아갈 곳, 한가로이 오후의 햇볕을 쬘 수도 있는 피난처가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이 글은 우리 모두인 그녀로부터 우리 자신에게 온 편지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되찾고 싶은 옛 왕국에 대한 이야기다.
정혜윤(CBS PD,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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