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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불완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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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46g | 139*200*20mm
ISBN13 9788964601334
ISBN10 896460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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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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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에게는 색처럼, 수학자에게는 숫자처럼, 언어는 골칫거리이자 실재이며 어떤 에너지다. 모든 단어는 관심을 받아야 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며 소중히 다루어져야 하지만, 그 각각은 질투심 많은 남편, 요구가 지나친 연인, 믿을 수 없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찾을 수 있는 최대치의 단어들로 언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감정을 사용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소설을 쓰는 것은 언어 자체의 문제였다. --- 「책 머리에」 중에서

아빠가 한 달 동안 나에게 말을 걸지 않은 적이 있었다. 내가 아빠한테서 생일 선물로 받은 구찌 구두가 맘에 안 든다고, 보테가 베네타 백이 갖고 싶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사실 보테가 베네타 옷은 별로다. 영양 결핍된 아홉 살 소년 옷 같으니까. 핸드백은 다르다. 누가 나에게 세계 평화와 보테가 베네타 백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세상은 그 순간 멸망했을 것이다. --- 「완전히 불완전한」 중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1,000달러를 구두 한 켤레에 썼을 때의 전율을 나만큼 아는 여자는 없어요. 답은 간단해요. 그 구두가 나에게 윙크했다는 것, 내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는 것. 그럴 때 구두 매장은 나에게 실락원이고, 구두는 성모 마리아의 찬란한 창작품이니까요. --- 「이멜다 마르코스의 항변」 중에서

출산대에 누워 땀으로 범벅된 채 위를 올려다보는 꿈을 꾸었다. 산도가 거의 열리는 순간 아기들은 내 눈앞에 나타났다. 태양의 형상을 띤 수술 램프 바로 아래 형형색색의 열대어처럼 아기들은 빛을 발하며 떠 다녔다. 전부가 아니라 얼굴만 보였다. 누워 있어서 그 3차원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 「우주인」 중에서

소송을 사랑하는 사회의 재판관은 식품 가게 계산원이 화장지 가격을 스캔하듯 이혼을 처리했다. 숭고한 법률가란 사소하고 부도덕한 행위가 늘어진 노출 영화 속에나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판사도 참 울적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좋게 헤어지는 건 없다」 중에서

병오의 양복은 소파 위에서 아주 느리게, 시속 10센티미터의 속도로 마르고 있었다. 우리는 반쯤 멍한 상태였지만 무엇인가를 공유했고, 충분하진 못했지만 눈이 부셨다. 내 어깨에 기댄 채 병오가 옹알이하듯 턱을 움직였다. 나는 오히려 병오의 볼에 내 머리를 기댔다. 우리 몸은 커피잔 모양을 한 야자나무 같았다. --- 「성년의 날」 중에서

나는 작은 아스파라거스 줄기를 칼로 썰고 각 봉오리의 밑동을 잘라 조각조각 나누었다. 작게 잘라낸 아스파라거스 줄기를 다시 별 모양으로 다듬었다. 그 과정은 요리책에서 본 환상과는 약간 달랐지만, 나에겐 완벽한 요리의 첫 번째 순서였다.
--- 「요리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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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이클 조던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나는 1994년 3월 17일에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미네소타 트윈즈 간의 야구경기를 떠올렸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8회 타석에 등장한 삭스의 우익수와, 그가 친 내야안타를 떠올린 것이다. 일제히 기립하던 관중들과 쏟아지던 박수소리도 떠오른다. 그 우익수의 이름은 마이클 조던이었다.
내가 아는 ‘이충걸’은 황제다. 대한민국에서 잡지를 좀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그가 한 권의 소설집을 세상에 내보낸다. 지배해온 코트와 등번호를 버리고, 홀로이 타석에 들어선 그는 정말이지 글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조던이 친 안타를 보았어, 박수를 치던 한 사람의 농구광처럼 나는 그의 ‘소설’에 일어나 박수를 보낸다. 이충걸이 쓴 소설을 보았어, 함성을 지르는 당신 역시 정말이지 문학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박민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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