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오감발달의 보물창고입니다. 숲에 가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넓은 시야를 누릴 수 있고, 맑은 바람을 쐴 수 있고, 고요함을 느낄 수 있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연물을 만지며 놀다 올 수 있습니다. 온몸을 움직이며 노는 동안 밥투정이 줄어들고, 몸이 건강해지고, 장난감이 없어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의 힘’이 커졌습니다. 어른이 몇 가지 힌트만 주면 놀이 과정 전반을 스스로 선택하고, 설정하고, 결정하며 놉니다. 집 안에서 놀 때보다 자발성과 독립심이 자랐습니다. 사방이 막힌 교실에서 옆자리 친구와 경쟁하거나 선생님에게 제지당하지 않으니 자유롭게 활동하고 두려움 없이 감정을 드러낼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들어가는 말」중에서
아이들을 ‘밝고, 맑고, 쾌활하게’ 기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일상에 밀려 피곤하고, 귀찮고, 짜증나는 표정으로 대할 때가 많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 손을 잡고 정기적으로 목욕탕에 가 때를 밀었던 것처럼, 아이 손을 잡고 숲에 가서 주기적으로 마음의 때를 밀고 오면 가볍고 명랑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게 됩니다. --- pp.20~21
자연에서 자라는 아이는 갇힌 공간에서 자라는 아이에 비해 덜 공격적이고, 행여 다툼이 일어났을 때도 폭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을 찾아냅니다. 나비, 꽃, 나무 등 살아 있는 자연을 친구로 느끼고 함께 살아야 할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완구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이미 완성된 형태와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의 상상력이 활발하게 피어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숲에서 다양한 자연물을 가지고 놀 때는 아이의 주관적인 판단과 상상이 힘을 발휘합니다. 자발적인 집중력, 관찰력, 상상력, 창의력은 건강한 몸만큼이나 키워주고 싶은 힘들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배우는 힘은 어려서 키워주지 않으면 나중에 습득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것 한 가지도 똑같은 것이 없이 저마다 고유한 형태를 지닌 자연물을 가지고 놀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와 바람의 소리를 들으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도 평온하고 강건하게 자랄 것입니다. --- p.30
아이들은 제각각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릅니다. 우리 아이만의 고유한 흡수 시간을 기다리면서 아이가 세상을 알아가고, 노는 방법을 배워가는 그 시간들을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어른의 기준에 맞추어 속도를 강요하거나 어른의 기분에 맞추어 기준을 바꾸기보다는, 아이의 기준에 맞추어 속도를 조절하고 아이의 기분에 맞추어 놀고 배우며 어른과 아이가 모두 즐거운 길을 걷고 싶습니다. --- p.35
나무는 자기만의 속도로 자랍니다. 아이들도 자기만의 속도로 자랍니다. 나무들이 서로 비교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만의 성장을 하듯이,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키와 나이를 기준으로 서로를 비교하고 배척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큰 나무 밑에서는 다른 큰 나무가 자랄 수 없습니다.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거목을 보면서 때때로 아이를 키우는 저의 마음자리를 돌아봅니다. 아이를 큰 나무로 자라게 할 것인지, 큰 나무 아래 힘없이 서 있는 작은 나무로 키울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아이가 큰 나무처럼 자기의 영역을 넓히는 사람이 되게 하려면, 엄마의 그늘 아래 아이를 가두어선 아이가 크게 자랄 수 없습니다. 나무를 껴안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이가 엄마의 영역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 p.89
숲에서 이것저것 맛을 보면서 아이는 새와 다람쥐에게 줄 밥상을 차리는 놀이를 합니다. 숲에서 주은 작은 열매들이나 도토리를 그릇으로 정한 나뭇잎 위에 올려둡니다. 가는 곳마다 열매 밥상을 만들어주는데, 땅에 떨어진 열매가 많은 가을에는 정작 숲에서 노는 시간보다 밥상 차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아이들 손가락 한 마디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열매가 숲속 동물들이 겨울을 나는 데 꼭 필요한 양식이 된다는 사실과 함께 사람들이 도토리묵을 만들기 위해 숲에서 도토리를 가져가면 그만큼 동물들의 겨울 식량이 모자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가지고 놀던 도토리를 숲에 두고 옵니다. --- p.108
시골에 계신 할머니는 잡초를 ‘지심
?돘?繭箚?부릅니다. 질경이, 쇠뜨기, 아기별꽃 모두 할머니에겐 지심입니다. 잡초라 하지 않고 ‘땅의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서 한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들의 성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심이라는 말에는‘지구의 중심’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숲에서 처음 보는 풀 이름을 묻는 아이에게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땅의 마음이 밖으로 나온 것만은 분명해. 할머니처럼 우리도 지심이라고 부를까?” 하고 넘어갑니다. 그 단어를 말할 때마다 땅의 마음을 보는 것 같습니다. --- p.122
자연물로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를 꾸준히 지켜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알 수 있고, 아이의 상상력이 얼마나 멀리 뻗어나가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 p.130
아이들에게 다섯 걸음을 걷고 멈춘 자리에서 발아래 있는 돌멩이를 줍고, 또 다섯 걸음을 걷고 나서 발아래 있는 나뭇가지를 줍고, 다시 다섯 걸음을 걷고 나서 발아래 있는 낙엽을 줍게 합니다. 이렇게 모은 자연물로 나무 막대끼리 부딪치는 소리,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때 나는 소리, 돌멩이끼리 부딪치는 소리, 낙엽을 비벼서 부수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크기가 다양한 돌멩이를 여러 개 모아서 돌멩이 실로폰 놀이를 해도 좋아합니다. 금속이나 나무로 만든 실로폰처럼 다양한 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돌멩이 실로폰은 제각각인 돌들을 두드리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 pp.144~145
아이 손을 잡고 발걸음을 숲으로 옮기는 것, 벽과 천장이 없는 공간을 누리게 하는 것, 누구의 간섭도 없이 아이 마음대로 움직이며 노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숲을 한 번 방문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자주 다니면서 계절이 변하는 것을 몸으로 알게 하고, 익숙하게 찾아가는 숲을 마음에 담아주면 좋겠습니다.
--- pp.163~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