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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살고 죽고

번역에 살고 죽고

: 20년차 번역가의 솔직발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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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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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40g | 153*224*20mm
ISBN13 9788960900981
ISBN10 8960900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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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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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왔다. 드디어 일본 소설을 번역하게 된 것이다. 이츠키 히로유키라는 유명한 작가의 소설이었다. 이제야 내 이름으로 번역서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좋은지 더 신나게 더 꼼꼼하게 작업을 했다. 책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내 이름은 없었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남희 씨는 경력이 없어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냈어요.”
물론 섭섭했지만, 그 말씀도 지당했다. 하지만 작업할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낸다면 내 경력은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경력이 없는 나는 계속 대리번역만 해야 하는 건가? --- pp.27~28 「대리번역의 비애」중에서

“이름이 바나나야? 토마토 아니고? 에쿠니 가오리? 앗싸 가오리? 뭐 이래. 이런 걸 누가 읽어요.” 검증되지 않은 일본 작가들의 책을 선뜻 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검토서를 돌렸던 책이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NㆍP』 『슬픈 예감』이다. (중략) 2002년도에 먹혔던 책을 1993년에 기획했으니, 너무 앞서갔던 나는 번역계의 이상 이었던가? --- p.37 「기획거리 찾으러 일본으로」중에서

어느 토요일에는 번역을 보내놓고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서, 오늘은 좀 일찍 자자, 하고 밤 12시에 쓰러지듯이 누웠는데 편집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생님, 지금도 열심히 달리고 계시겠지요?” 순간 벌떡 일어나서 다시 일했다. 주말 밤 12시에 퇴근도 못하고 일하는 아기 엄마 편집자를 생각하니 차마 아프다고 일찍 잘 수가 없었다. 원치 않는 번역死 해도 어쩔 수 없지, 하면서 또 밤을 새웠다. --- p.102 「번역死 할 뻔!」중에서

몇 번 성의 없이 교정보고 넘겼더니 일 끊어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동안 쌓아온 인지도고 경력이고 다 소용없었다. 번역의 세계는 이렇게 ‘실력과 이름과 학벌 중에 그중에 제일은 실력’인 곳이다. --- p.136 「후배들과의 대화」중에서

“とか(라든가)” 같은 병렬조사가 한 문장에서 여러 번 나올 때는 해석하지 않는 게 좋다. 앞에서 보듯 “라든가”를 빼니 훨씬 깔끔해졌다. 역자는 원문의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모두 필요한 부품처럼 느껴져서 선뜻 버리질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품이 알고 보면 부품이 담긴 비닐봉지일 때가 있다. (중략) 되도록 깔끔한 번역을 위해서 군더더기가 될 것 같은 단어나 조사는 미련 없이 버리자. --- p.164 「부품이야 비닐봉지냐」중에서

작업을 하면 할수록 『밤의 피크닉』의 매력에 푹푹 빠져들었다. 일본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녀의 소설에 대한 서평을 읽어보면 다들 나처럼 ‘푹푹 빠져드는 매력’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머잖아 이렇게 되리란 걸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밤의 피크닉』이 출간되었고, 온다 리쿠 언니는 애드벌룬을 타고 날았다.
--- p.238 「좋은 작품은 나의 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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