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자들에게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Ancient Near Eastern Thought and the Old Testament)은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 문헌 간 비교 연구(comparative studies)의 모범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복음주의자들은 고대 근동문헌의 연구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거나 변증적 목적을 위해 선택적으로만 수용했다. 구약성경을 천상의 계시로만 생각하고 주변 국가의 문헌과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구약성경을 진리의 원전으로, 주변 국가의 문헌을 그 아류로 간주하길 원했다.
하지만 고대 근동 문헌이 발견된 후 200여 년이 흐른 지금 이런 입장은 더 이상 수용될 수 없다. 문제는 대안이 있는가인데, 본서가 바로 그 대안을 제공한다.
월튼은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 간 비교 연구의 목표가 구약성경의 “인식 배경”(coginitive background)을 재구성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인식 배경”은 구약성경이 기록된 종교적, 문화적, 물질적, 사상적 배경을 지칭한다. 물론 이 주장은 월튼의 고유한 것은 아니다. 이미 1970년대에 예일대학교의 고대 근동 학자 W. W. 할로(W. W. Hallo)는 고대 근동학의 과제를 구약성경의 배경 연구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할로의 제자였던 트렘퍼 롱맨(Tremper Longman)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하지만, 월튼이 기여한 바는 복음주의자로서 최초로 그런 “인식 배경”의 전모를 한 권의 책으로 펼쳐 낸 것이다. 물론 저자의 복음주의적 입장이 지나치게 그의 학술적 결론에 영향을 주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저자의 복음주의적 입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큰 흠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본서에 제시된 다양한 견해들이 모든 학자들 사이에 동의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자신의 의견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서는 구약성경의 배경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본서를 읽는 독자들은 구약성경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김구원 (개신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고대 근동의 문서들이 판독되어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구약성경 연구는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에, 다른 한편으로는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기회라 함은 구약성경 내의 여러 난해한 어휘들, 신화적 세계관, 문학적 모티브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이스라엘 주변 세계의 문서들에서 찾을 가능성이 열렸음을 의미하며, 도전이라 함은 그 동안 이스라엘 종교의 고유함과 배타적 우월성을 강조하던 학문적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의 커다란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가장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월튼의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Ancient Near Eastern Thought and the Old Testament)이라고 할 수 있다. 본서는 구약성경을 고대 근동 문서들과의 대화 한복판에 놓고, 구약성경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사상과 특성을 보여주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월튼이 목표하는 바는 고대 근동 문서와의 문학적 차원에서의 단순 비교가 아닌, 그 비교를 통하여 고대인들이 자신들과 자신들의 세계에 대하여 어떠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본서를 통하여 그는 그 어려운 목표를 매우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본서에서 월튼은 종교, 우주, 인간이라는 커다란 세 개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내용들을 논의하고 있으며, 그가 “비교 연구”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풀이해 놓은 약 40여 개의 주제들은 비교 연구의 실제적인 적용의 본보기가 된다. 특히 서두에 있는 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고대 근동 문서와 구약성경의 비교 연구를 위한 매우 구체적이고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에 의하여 그 가치를 인정 받아왔던 월튼의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Ancient Near Eastern Thought and the Old Testament)은 앞으로 구약성경을 고대 근동의 문서들과 비교하면서 연구하기를 원하는 많은 신학도들과 목회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며, 본서가 우리말로 출판된 것은 한국의 구약성경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강승일 (한남대학교 기독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