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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흰 펜

엄마의 흰 펜

심지시선-01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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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06쪽 | 168g | 126*205*20mm
ISBN13 9788966270064
ISBN10 896627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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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순이
1967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으며 충남교사문학회, 충남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산골에서 자란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고 천지간의 모든 것들에게서 배우려하는데 특히,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현재 예산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멋지게 나이를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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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노래2-엄마의 흰 펜

바라는게 있다면
지상에서의 마지막 일거리
아기 재우고 스르르
고단한 육신을 뉘일 목관묘,
나의 매트리스에 몸 부리고 싶었다.
목관묘에 날개 묻고 싶었다.

다음날 아무것도 아닌 듯
국 끓이고 먼지털고
흰 펜 들어 젖내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매트리스여! 나와 그대 언젠가는
삐걱거리고 낡고 닳아 더 이상 무엇이 아닐지니
나무의 네 귀퉁이여, 아귀다툼이여, 목관의 몸이여
그때까지 내게 자장가를 불러다오
나를 가두는 주술을 불러다오
나를 썩혀다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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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이순이는 학내 문학동아리의 침착하고도 야무져 보이는 회장이었다. 대학시절부터 시를 써온 그가 마흔이 넘어서야 첫 시집을 내는 것은 선생노릇, 에미노릇, 자식노릇, 아내노릇, 그런 것들을 제 욕망의 뒤로 독하게 밀어내지 못한 까닭이 절반 이상이다. 사람노릇에 소홀할 수 없는 천성이 시인으로서의 그녀를 얼마나 목마르게 해왔을지 짐작이 된다. 시 쓰기의 욕망에 몰입할 수 없었던 정직한 시간들이 그녀의 시가 되었다. 물방울을 받아내는 천년 바위같이, 약삭빠르지 못한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그녀의 펜은 젖빛이다. 순응이 아닌 포용, 분노보다 한걸음 깊은 슬픔을 그려낸다. 상대를 밀쳐내는 대신 추사고택, 화순옹주 홍문, 다산초당의 그늘에 앉아 자신을 다시금 일으켜 세운다. 실은 그것이 무서운 것이다. 힘없는 쪽에 서되, 껍데기 드센 것들의 허약함까지 헤아리는 모성(母性). 품는다는것은 얼마나 고된 것인가. 입덧을 아는 이순이의 흰 펜이 이제 쉬지 않았으면 한다.
최은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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