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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3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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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317쪽 | 1646g | 142*216mm
ISBN13 9788965880110
ISBN10 89658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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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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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 진은 다른 어른들, 특히 남자들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매료되는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높은 창문에서 몸을 지나치게 앞으로 내밀고 있는 사람이나 촛불에 머리카락을 너무 가까이 대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들은 그녀의 이마에서 시작된 흰머리(‘상관없다’며 글래디스는 염색을 거부했다)나 멍든 것 같은 다크서클, 열을 내며 안달하는 그녀의 몸에도 개의치 않았다. 글래디스는 방갈로 현관에서 앞길과 거리에 이르기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어줄 사람만 있으면 「장면을 연출했다.」 영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래디스가 「영화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라도 연기를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었고, 그러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 관심들 대부분이 에로틱하다는 것도 아주 신나는 일이었다.
에로틱. 그건‘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니까.
광기는 고혹적이고 섹시하니까. 여성의 광기는.
그 광기 어린 여성이 충분히 젊고 매력적이기만 하다면.
수줍음 많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던 노마 진은 다른 어른들, 특히 남자들이 자신의 어머니인 이 여자를 관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게 좋았다. 그들이 글래디스의 불안한 웃음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때문에 달아나지만 않았어도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해줄 남자를 찾았을 텐데. 당신과 결혼해줄 남자를 찾았을 텐데. 그러면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신명 나는 연기를 벌인 후 집으로 돌아오면 글래디스는 약을 한 움큼 삼키고는 황동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니면서 몇 시간씩이나 몸을 떨며 점액질에 덮인 듯 흐려진 눈으로 의식 없이 누워 있기만 했다. 노마 진은 그런 게 싫었다. 노마 진이 옷을 풀어주려고 하면 글래디스는 욕을 내뱉으며 손을 쳐냈다. 꼭 끼는 펌프스를 벗기려고 하면 발로 그녀를 차버렸다. “하지 마! 건드리지 말라고! 너한테 문둥병을 옮길 수도 있어! 날 좀 내버려두란 말이다.”
어머니가 그 남자들과 조금만 더 잘해보려 했더라면. 글쎄 아마도. 정말로 잘되었을 텐데!(1권) --- pp.98-99

누가 자신을 「이곳」에 데려왔는지 아이는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 속에 어떤 얼굴, 어떤 이름도 또렷하게 남아 있지 않았다. 많은 날 동안 아이는 입을 닫고 지냈다. 억지로 불을 삼킨 듯 목구멍이 쓰라리고 바짝 말라 있었다. 먹을 때마다 구역질을 했고 자주 토했다. 아이는 아파 보였고 실제로도 아팠다. 아이는 죽기를 바랐다. 그 소망을 분명하게 표현할 만큼 성숙한 것이었다. 난 너무나 부끄러워,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아, 난 죽고 싶어. 하지만 그런 소망을 가져온 분노를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는 못했다. 그런 분노가 언젠가 지필 광기의 황홀함도, 언제가 되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세상을 정복해 세상에 복수하려는 광기 어린 야망도 이해하지 못했다. 부모 없이 홀로 떨어져, 우글우글한 곤충들 속 외로운 벌레 한 마리의 가치밖에 없어 보이는 한 여자가 무슨 수로‘세상’을‘정복’할지는 둘째 문제였다. 그래도 난 당신들 모두가 날 사랑하게 만들 거야.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벌을 내려서 당신들의 사랑을 괴롭힐 거야. 그 당시 노마 진이 생각한 협박은 이런 게아니었다. 비록 영혼에는 상처를 입었지만, 격분한 어머니 때문에 하일랜드 거리 828번지의 방갈로에서 타 죽거나 화상을 입지 않고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 그나마 행운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고아의 집에는 노마 진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녀는 아픔과 혼란 속에서도 이 사실을 깨달았다. 지진아, 머리를 다친 아이, 왜 버림받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장애아, 못생긴 아이, 화난 아이, 짐승 같은 아이, 피부가 끈적해서 건드리기만 해도 그 끈적함이 옮아올 것 같은 좌절한 아이. 여자아이들이 사는 3층 기숙사에서 노마 진의 옆 침대를 쓰는 열 살짜리 소녀가 있었다. 강간과 폭행을 당한 이 아이의 이름은 데브라 메이였다. (‘강간’이라니, 이 얼마나 거친 어른의 말인가! 하지만 노마 진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아니, 알 것 같았다. 「면도날」 같은 울림을 지닌 이 말이, 절대 보여서는 안 될 부드럽고 예민하고 다치기 쉬운 여자아이의 다리 사이와 관련된 수치스러운 말이라는 것을. 노마 진은 뭔가 날카롭고 단단한 것이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은 고사하고, 그곳을 공격당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기절할 것 같았다.) 샌타모니카 산맥의 협곡에서 영양실조로 거의 죽어가다 발견된 다섯 살짜리 쌍둥이 남자아이들도 있었다. 어머니가 그들을 결박해서‘성경 속 아브라함처럼 희생물’로 (그들의 어머니가 남긴 쪽지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바쳤다고 했다. 노마 진과친해진 여자아이 중에 원래 이름은 아마도 펠리체였을, 플리스라는열한 살짜리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는 어머니의 애인이 자신의 한 살짜리 여동생을 ‘뇌가 멜론 씨처럼 흘러나올 때까지 벽에다 박아’ 죽였다는 이야기를, 섬뜩하면서도 솔깃하게 들려주고 또 들려주었다. 노마 진은 두 눈을 닦으며 인정했다. 「자신은 상처를 받은 것도 아니었노라고.」(1권) --- pp.136-137

그녀는 영어 교사인 해링 씨에게 작문을 지어 제출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의 창설자인 메리 베이커 에디와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그리고‘미지의 세계를 과감히 탐험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관한 글이었다. 그리고 가로줄이 없는 백지에 푸른 잉크로 정성껏 적은 자작시들도 보여주었다.

저 하늘로 높이 올라!
나는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
우울해지지 않을 터인데 절대
사랑할 수 있다면 나 그대
그럴 수가 있을까
세상 사람 모두가
“사랑해요!”라고 말한다면
오직 진실로만 그 말 한다면

“너희를 사랑하노라”신께서 말씀하시듯
“너, 그리고 너 또한”이라 하시듯
그 말씀이 늘 진실이듯

해링 씨가 어색하게 웃으며 운율이 ‘완벽’해서 ‘아주 좋은’ 시라고 하자 노마 진은 기쁜 마음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시를 보여줄 용기를 내느라 갈등한 몇 주의 시간을 모두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아직 보여줄 시들이 많았다! 그녀의 일기장은 시로 넘쳤으니까! 심지어 어머니가 소녀였을 때, 결혼 전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살던 시절에 쓴 시도 갖고 있었으니까.

붉은빛은 아침
보랏빛은 한낮
노란 낮이 지고 나니
아무것도 남지 않아
하지만 길게 늘어선 저녁의 불꽃이
드넓은 은빛 영토를 밝히지
불에 탔으나 아직 사라지지 않은
그 땅을 말이지

이 괴상한 시를, 해링 씨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읽고 또 읽었다. 아,이걸 보여준 건 실수였을까? 노마 진의 심장이 겁에 질린 토끼의 것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해링 씨는 스물아홉으로 젊은 편이었지만 학생들에게는 아주 엄격했다. 비쩍 마르고, 황갈색 머리는 벗겨지기 시작했으며, 어린 시절의 사고로 다리를 절었다. 그는 공립학교 교사 월급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젊은 남편이었다. 「분노의 포도」속 헨리 폰다와 비슷했지만 그보다 좀 더 마르고, 좀 덜 상냥했다. 수업 시간에 늘 기분이 좋다고는 할 수 없어서 이따금씩 비꼬는 말을 퍼붓기도 했다. 해링 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떤 이상한 말을 할지 예상하기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그가 웃어주었으면 했다. 그리고 해링씨는 노마 진에게 늘 웃어주는 편이었다.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노마진은 대단히 예쁜 데다 조숙한 몸매를 가진 소녀였다. 한두 사이즈 작은 스웨터를 입고 다니는, 무의식적이지만 도발적인 몸가짐을 한 소녀. 해링 씨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무의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각 없는 열다섯 살짜리 육체파라니. 게다가 그 눈빛은 또 어떻고!(1권) --- pp.212-214

감독은 금발의‘마릴린 먼로’에게 오디션을 시작하라고 지시한다. 리허설 룸에는 예닐곱 명 정도가 모여 있는데 전부 남자들이다. 접이의자들이 놓여 있고 블라인드가 환한 햇살을 가렸다. 카펫 없는 맨바닥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여자가 반짝이는 하얀 색 레이온 원피스(치맛자락이 좁고 벨트는 천 재질이며 잘 다림질된 보트넥 원피스는 크림빛 가슴의 윗부분이 보일 정도로 깊게 파였다) 차림으로 바닥에 차분히 드러눕는 바람에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감독이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틈도, 누군가가 말릴 틈도 없이 갑자기 벌어진 일이다. 여자는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팔을 쭉 뻗은 채 진지하게 감독에게 설명한다. 첫 장면은 인물이 소파에서 자는 것으로 시작하니 바닥에 누워야 한다고, 그렇게 연습했노라고. 첫 장면에서 안젤라는 「잠들어」 있다. 「결정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그녀를 보는 건 나이 든 남자의 눈이다. 그 남자는 유부남이자 변호사이며 그녀의‘삼촌’이기도 하다. 그의 시선을 통해서만 그녀를 봐야 하며 대본 후반부에는 경찰관의 시선을 통해 안젤라를 관찰하게 된다. 오로지 남자들의 눈으로만.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닥에 누운 이 백금색 금발 여자를 놀란 눈으로 응시한다. 내게 인물 설명을 해봐! 내게, 감독에게! 그녀는 고집 센 아이처럼 주위를 살피지 않는다. 공격적인 아이. 그는 포장을 벗겨 이 사이에 물고 있던 쿠바산 시가에 불붙이는 것도 잊었다.‘마릴린 먼로’가 잠든 척 꼼짝없이 누워 눈을 감고 연기를 시작하자 리허설 룸은 절대적인 침묵에 잠긴다. 그녀의 호흡은 깊고 느리고 규칙적(갈비뼈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한다)이다. 매끈한 팔과 나일론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최면처럼 깊은 잠에 빠져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있다. 잠이 든 이 아름다운 여자의 몸을 내려다보며 남자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감긴 눈, 살짝 벌어진 입. 장면의 도입부는 몇 초밖에 되지 않지만 실제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감독은 생각한다. 그 배역을 위해 오디션을 본 스무 명 남짓한 배우 가운데 장면 도입부의 중요성을 파악한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라고. 그녀는 배역을 분석하고 실제로 대본을 (그녀의 주장대로) 모두 읽어 장면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춘 유일한 배우였다. 여자가 눈을 뜨더니 천천히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 커다랗게 뜬 눈을 깜박이며 낮게 속삭인다. “어머, 나 좀 봐. 깜박 잠이 들었네.”이건 연기란 말인가, 아니면 정말로 잠이 들었단 말인가? 모두가 편치 않다. 뭔가 이상하다. 순진(혹은 교활)해 보이는 여자는 루이스 캘헌의 대사를 읽어주는 조감독이 아니라 감독을 바라본다. 그렇게, 쿠바산 시가를 여전히 이빨 사이에 물고 있는 감독을 자신의 연인인 ‘삼촌’으로 만드는 것이다.

마치 그녀의 손가락이 내 불알에 닿은 것처럼 노골적이고 농밀한 느낌이었다.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연기를 못했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다. 아니면 뭐란 말인가?(2권) --- pp.46-48

조명이 꺼지고 폭포 장면과 함께「나이아가라」가 시작된다. 우레처럼 쏟아지는 폭포 옆에 선 남자는 작고 무기력해 보인다. 그러다가 장면은 노마, 그러니까 ‘로즈’에게로 넘어간다. 침대 속. 달리 어디겠는가? 그녀가 시트 아래 알몸으로 누워 있다. 깨어 있지만 잠든척한다. … 베드신은 어떻게 검열을 통과했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그녀는 무릎을 벌리고 있다. 시트 위로 그녀의 금빛 음모가 비치는 것만 같다. 관객들은 매혹당한 채 그저 쳐다볼 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 그건 차라리 특별한 종류의 새로운 성기이다. 축축하고 붉은 입과 혀. 로즈가 죽으면 영화도 죽는다. (중략) 섹스를 전혀 할 줄 몰라 남자가 95퍼센트를 알아서 해야 하는 여자. 마치 연기를 연습하듯, 대사를 읊듯 “아?아?아!” 소리만 낼 뿐인 여자. 하지만 영화 속 ‘마릴린’은 분명 할 줄 알았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할 줄 아는 건 오직 카메라뿐인 것 같았고, 우리는 최면에 걸려 화면을 바라보는 관음증 환자들이었다.

영화 중간, 발기가 안 되는 남편을 로즈가 놀리고 비웃는 장면에서 카스가 내게 말한다. “이건 노마가 아니야. 이건 우리의 꼬마 붕어가 아니야.” 사실이었다. 이 로즈라는 여자는 우리가 전혀 모르던 사람이었다. 우리로서는 생면부지의 사람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마릴린 먼로’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연기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이 하나같이 상이한데도 그들은 그 점을 막무가내로 무시하며 말했다. “그 여자는 연기하는 법을 몰라. 그냥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것뿐이지.” 하지만 그녀는 타고난 배우였다. 천재성이라는 걸 믿는다면, 그녀는 천재였다. 노마 진은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자기 안의 빈 공간을 채워야 했다. 영화에 출연할 때마다 자신의 영혼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 우리들 역시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모든 이가 다 그렇게 비어 있을는지도 모른다. 차이점이라면 단지 노마가 그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뿐.(2권) --- pp.234-235

침대 속에서 그가 애무하고 키스하며 그녀의 배 위로 자기 뺨을 눌렀다. 임신 초기임에도 북처럼 팽팽하게 늘어난 창백한 피부가 놀라웠다. 생명력이 넘치는 건강한 몸! 자궁 속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그녀는 엄격한 식단을 따랐다. 이제 비타민 이외의 약은 먹지 않았다. 혼인과 모성애를 통한 진정한 삶을 가꾸기 위해 그쪽 세계(그녀는 경멸이나 후회, 분노를 띤 어조가 아니라, 마치 수녀가 이제는 인연을 끊은 속세에서의 과거를 말하듯 무미건조하게 말했다)의 일은 그만뒀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하며 들리지도 않는 배 속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듣는 척했다. 그녀의 배 위로 손을 올려 몇 년 전 맹장 수술로생긴 지퍼 같은 흉터를 살짝 건드렸다. 도대체 몇 번이나 낙태를 했을는지. 그녀에 대해 나돌던 소문들! 하지만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 전에도 그런 소문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절대로.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그의 욕구는, 제멋대로인 아이의 과거처럼 혼란스럽고 경솔하며 난잡한 동시에 순진하기도 한 그녀 자신의 과거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고 싶은 욕구였다. 그는 그 아름다운 육체의 경이로움에 빠져들었다. 이 여자가 그의 아내였다. 그의 것이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피부는 그 아름다움을 감싼 살아 있는 외피였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바다처럼 끊임없이 변모했다. 점차 달라지는 빛을 받듯. 혹은 달의 중력에 이끌리듯. 그에게 늘 신비하고 두려운 그녀의 영혼은 물보라의 꼭대기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룬 구체와도 같았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영국에 있을 때 그녀는 죽고 싶어 했다. 그가 의사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몇 번이?도… 영화가 완성된 후 무너져버린 그녀는 수척하고 황폐해져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오자 몇 주 만에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다. 이제 임신 2개월째인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건강했다. 입덧마저 그녀의 기분을 돋우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완전히 정상 아닌가! 얼마나 건강하고 정상적이야! 그가 쓴 희곡의 막다 역할을 낭독할 때만 볼 수 있었던 단순함과 솔직함이 지금 그녀에게 깃들어 있었다.
도시로부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끊임없는 시선으로부터 떨어져 그녀는 그의 아이를 배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 한 일이었다. 그녀를 되살려놓기 위해. 이제 내가 감당해내기만 하면 될 일.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한 번 아버지가 되다니. 쉰이 다 되었는데.(3권) --- pp.172-173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당신에게만 사랑받고 싶어요 그녀는 이 노래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녀가 빠져든 노래는 계속해 이어져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당신에게만 사랑받고 싶어요 그녀는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목을 졸리고 있었다! 당신에게 키스받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당신에게만 키스받고 싶어요 그녀는 ‘사랑스러운 슈 재즈 악단’의 슈거 케인이었다

그녀는 남자 색소폰 연주자를 피해 도망 다니는 눈부신 금발의 우쿨렐레 연주자 눈부신 금발의 슈거 케인이었다 남자들의 색소폰이 그녀의 우쿨렐레를 뒤쫓았다 그녀로서는 저항할 수 없었으리라! 또다시 또다시 그리해 언제나 그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당신에게만 또다시 벌어지고 항상,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그녀는 배운 대로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관객을 향해 속삭이고 미소 지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키스하고픈 멋진 입이 더듬거리는 동안에도 약에 절고 겁에 질린 것치고는 놀랄 만큼 능숙하게 움직였다 사랑! 사랑! 사랑받고 싶어요! 역겨운 여자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었으나 그들은 그녀를 사랑했고 남자는 영화 속에서 그녀와 사랑에 빠져들고 있었다

당신에게 키스받고 싶어요 당신에게만 하지만 이게 웃겨? 이게 웃겨? 이게 웃겨? 왜 이게 웃겨? 왜 슈거 케인이 웃기지? 왜 여자 옷을 입은 남자들이 웃겨? 왜 여자처럼 화장한 남자들이 웃겨? 왜 하이힐을 신고 비틀거리는 남자들이 웃기는 거야? 왜 슈거 케인이 웃겨? 슈거 케인의 여자 분장이 웃겨? 그게 웃겨? 왜 그게 웃겨? 여자 같으면 웃겨? 왜 사람들은 슈거 케인을 보고 웃고, 슈거 케인과 사랑에 빠지지? 왜 또다시? 왜 우쿨렐레 주자인 슈거 케인이 미국에서 그렇게 흥행에 대성공하는 거야? 왜 알코올 중독자이자 눈부신 금발의 우쿨렐레 주자, 슈거 케인이 성공한 거지? 왜「뜨거운 것이 좋아」가 걸작이야? 왜 먼로의 걸작이야? 먼로 최고의 상업 영화라니 어째서? 왜 그녀를 사랑한 거야? 왜? 그녀의 인생은 실크처럼 갈기갈기 찢겼건만 왜? 그녀의 인생은 깨진 유리처럼 산산이 조각났건만 왜? 그녀의 몸은 그렇게 피를 흘렸건만 왜? 그녀 안에 있던 게 긁혀져 나왔건만 왜? 그녀가 자궁에 독을 품고 있는데도 왜? 고통으로 머릿속이 울리고 불개미 때문에 입이 따가운데 왜? 촬영장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미워했는데, 화를 내며 그녀를 두려워했는데 왜? 그들의 눈앞에서 그녀가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었는데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붑 붑피 두!

‘사랑스러운 슈 재즈 악단’의 슈거 케인은 어째서 그렇게 유혹적이었을까? 당신에게 키스받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사랑! 사랑! 사랑받고 싶어요 당신에게만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마릴린이 그렇게 웃겼을까? 어째서 세상이 마릴린 먼로를 흠모했을까? 정작 그녀는 스스로를 경멸했는데. 그래서였나? 왜 세상은 마릴린을 사랑했을까? 왜? 마릴린은 자기 아기를 죽였는데 왜? 마릴린은 자기 아기들을 죽였는데 왜 세상은 마릴린과 자고 싶어했을까? 왜 세상은 마릴린과 그짓을 하고 하고또 하고 싶어 했을까? 왜 세상은 거대하게 발기한 칼날처럼 마릴린 속에 자신을 쑤셔 박고 싶어 했을까? 수수께끼야? 경고라도 하려고 했어? 그냥 또 다른 농담일 뿐이었나?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붑 붑피 두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이 끔찍한 강박증! 거지 소녀가 받은 벌이었다.(3권)
--- pp.24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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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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