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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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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736g | 145*210*35mm
ISBN13 9788991934887
ISBN10 899193488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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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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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노은정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번역 일을 하고 있다. 텔레비전 외화 번역을 계기로 전문번역가로의 삶을 살게 되었으며, 번역 작품으로는 ‘마법의 시간여행’ 시리즈, ‘마음과 생각이 크는 책’ 시리즈, ‘쇼퍼홀릭’ 시리즈 등을 비롯해, 문학 분야의 다양한 작품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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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미혼 여성의 유일한 목표는 제가 관찰한 바로는 결혼입니다.” 그랜트 씨는 주장했다. “그들은 남편감을 꼬이기 위해서 계략을 짜고, 음모를 꾸미고, 옷을 차려입고, 얌전한 척 꾸미는데, 대부분 실패하고 말지요.”
나는 참다 참다 결국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내가 앉았던 의자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시대가 이 모양 이 꼴인데 미혼 여성들이 남편감을 구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이 사회가 미혼 여성들에게 다른 직업을 허락해 주기나 했나요?”
네 남자들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스쳤다. 나는 분을 참지 못하고 계속 주장했다. “아마도 여러분은 사회가 언급하길 꺼리는 문제들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또 이 사회가 그런 문제들을 치유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여러분의 냉소와 멸시를 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감히 몇 가지 심각한 진실을 신중하게 지적함으로써 여러분의 그 태평무사함에 불편을 끼쳐 드려야겠습니다! 이 지역에 딸을 둔 수많은 가정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랜트 씨가 해맑게 험담하신 스톡스 가의 딸들을 보세요. 그 댁의 아들들은 각자 일을 하고 있거나 직업을 갖고 있어요. 반면에 그 댁의 딸들은 여러분이나 자기 오라비들과 같은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요! 이렇게 막막한 상황은 그들의 건강도 쇠락하게 만들어요. 그러니 그들의 정신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기가 막힐 정도로 위축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지요. 먹고살 돈을 벌 길이 없는 그런 상황에서 그대로 있으면 앞으로 아버지와 오라비들에게 얹혀서 빈한하고 초라하며 쓸쓸하게 살아갈 운명에 처할 것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어요. 그런 까닭에 그들의 원대한 소원이자 유일한 목적이 사랑받는 아내와 당당한 엄마가 되는 것이 되었다면, 사회로부터 일말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 방편이 결혼밖에 없다면 여러분은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이 긴 연설을 토해 내느라 내가 어찌나 기를 썼든지 심장이 벌렁거리고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남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쓰러진 의자를 일으켜 놓고서 시원하게 이야기 잘했다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문 쪽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문간에 다다른 내 귀에 니콜스 씨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아일랜드 억양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신사 여러분, 이상은 ‘못생긴’ 노처녀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말에 식탁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내 뺨은 화끈거렸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나는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나를 폄하한 사람을 돌아보았다. 마음과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못된 말을 내뱉을 수는 없을 텐데? --- p.67

“에어 가문은 아주 전통이 깊습니다. 성 미가엘 교회에 가 보면 청동으로 장식된 에어 가 선조들의 묘들을 볼 수 있습니다. 15세기에서부터 그곳에 모시기 시작했지요. 이 집의 가구 역시 그만큼이나 오래된 것들이 상당수 있답니다.” 에어 부인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특히 내 마음을 끈 것은 사도들의 얼굴을 그려 넣은 검은 장식장이었다. 내가 그 장에 대해서 묻자 에어 부인은 뿌듯한 표정으로 일러 주었다. “우리는 그 장을 열두 사도 장식장이라고 부릅니다. 이 집에 있은 지가 거의 4백년은 되었답니다.”
차를 마신 뒤, 열아홉 살쯤 된 곱슬머리의 청년인 에어 부인의 아들 조지가 우리를 데리고 집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었다. 맨 마지막에 좁다란 계단을 올라가자 지붕 꼭대기가 나왔다. 우리는 지붕에서 저 멀리 펼쳐진 구릉지와 골짜기들을 내려다보며 경치를 즐겼다. 어찌나 그 풍광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지 그만 내려가자는 재촉을 받을 때까지 한동안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내려가는 길에 육중한 나무문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우리를 안내했던 조지에 따르면 그 문은 꼭대기 층에 있는 하인들의 처소로 들어가는 출입구라고 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노스 리스 홀의 첫 번째 안주인인 아그네스 애쉬어스트라는 분이 저 꼭대기 층에 있는 비밀의 방에 갇혀 있었다고 합니다.”
“어째서 갇혀 있었는데요?”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도저히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미쳐 날뛰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화재로 죽고 말았지요.”
“화재요? 그 부인이 불을 질렀나요?”
“그건 아무도 모르죠. 너무나 오래전의 일이라서. 하지만 그 남편은 탈출하는 게 목격되었고 집은 대부분 타 버려서 새로 지어야 했대요.”
“섬뜩한 이야기야.” 엘렌이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나는 매우 ‘훌륭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락방에 갇힌 미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그때가 처음도 아니었다. 요크셔에는 그런 이야기가 드물지 않았다. 사실 말이지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장애로 스스로를 가누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가족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무엇이 있을까?
나는 맹세했다. 언젠가는 그 이야기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 p.121

“아름다운 저녁이지, 안 그래?”
“그렇습니다, 므슈.” 우리는 함께 거닐었다. 그의 옷에서 매캐한 여송연 냄새가 났다. “여송연은 어디 있습니까?”
“껐어. 봄꽃의 향기가 퇴색될까 봐.”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빙그레 웃었다. “이렇게 당신하고 산책하게 되니 여송연을 끄고 나온 것이 참 잘한 일인 듯싶군. 당신, 그 냄새 싫어하잖아.”
“이제는 므슈의 여송연 냄새에 익숙해졌습니다. 그 향을 음미할 줄도 알게 되었는걸요. 므슈를 떠올리게 하거든요.”
“그럼 이제는 내가 빌려 준 책들을 창밖에 대고 거풍하지 않나?”
“감히 그렇게 못하지요. 또 언제 므슈께서 급습하셔서 복수하는 천사처럼 제게 주신 상을 빼앗으실까 두려워서.”
“상? 내가 빌려 준 것들을 그렇게 여긴다니 기분 좋은데.”
“므슈께서 보여 주신 그 책들은, 제게 세상과도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므슈께서 당신 학교의 학생이자 당신 학교에 고용된 일개 교사인 저를 생각할 시간을 내셨다고 생각하면, 큰 상을 받은 듯 뿌듯합니다.”
“내 학교의 학생이고 내가 고용한 일개 교사?” 그는 곤혹스러워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돌아서서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바람에 나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당신하고 나는 서로에게 교사였고 학생이었다, 마드모아젤. 그런데, 실은, 당신은 내게 그 이상이었다. 당신은 내 친구다, 마드모아젤, 평생의 친구.”
‘평생의 친구’. 그의 눈에 담긴 말로 풀어내지 못한 다정함이 그 말을 뒷받침했다. 돌연 모든 것을 다 불태울 듯한 희열 속에서 이 남자에 대한 내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깨달았다. 한때는 두려워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존경하고 우러러보게 되었고, 나중에는 친구처럼 소중하게 여기게 된 사람! 그제야 나는 내 감정들이 자라나서 뭔가 한결 더 깊은 것으로 변화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 p.267

“귀하의 뛰어난 원고 《제인 에어》를 잘 받았습니다. 출판권과 판권을 청하는 제의를 하고 싶습니다. 그 대가로 저희들은 귀하께 총액 100파운드를 제의하며…….”
나는 너무 좋아서 꺅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좋은 일이었다!
그때 내 방 문이 벌컥 열리며 에밀리가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야, 언니? 무슨 일 생겼어?” 행복에 젖은 내 얼굴과 내 손에 들린 편지를 본 에밀리는 단번에 편지의 내용을 알아 맞췄다. “책을 내 주겠대?”
“출판을 하고 돈도 주겠대! 100파운드!”
원래 에밀리는 아무리 큰 일이 터져도, 그것이 위기이든 축하할 일이든 차분하고 침착하고 담담한 아이였다. 그런데 그런 그 아이가 역시 꺅 소리를 지르며 나를 얼싸 안았다. 뒤이어 앤이 무슨 큰 일이 났나 싶어 눈이 휘둥그레져서 달려왔다. 물론 그 표정은 영문을 알고 나자 환희로 바뀌었다. “샬럿 언니, 진짜 잘됐다!”
“100파운드!” 에밀리가 소리쳤다.
“내 손으로 돈을 벌어 보는 것만 해도 좋은데, 이것 좀 봐!” 나는 동생들에게 편지를 보여 주었다. “다음 두 권의 책에 대한 우선 선택권을 달래. 그 책들에 대해서도 각각 100파운드씩 줄 거래.”
우리가 기쁜 마음에 어찌나 소리를 질러 댔는지 마사가 걱정이 돼서 고개를 들이밀었고, 심지어는 브랜웰까지도 자기 방에서 비틀비틀 나와서는 집에 또 불이라도 났나 싶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 우리는 각자 보닛을 챙겨 들고서 황무지로 달려 나갔고 몇 시간 동안 어린 여학생들처럼 유치하게 달리고 뛰어오르고 서로 얼싸안기를 거듭했고 세상이 떠나갈 듯이 깔깔 웃어 댔다. --- p.337

“나는 에인리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에서 피가 날 것 같아! 그런데 당신이란 사람은! 당신은 그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어? 그 잘난 원칙 때문에 그들을 저버리다니!”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러지 않아도 전부터 맘에 들지 않았던 점을 한 가지 더 들춰냈다. “아, 맞다! 당신은 그 고매한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저버리는’ 것이 버릇인가 봐요, 니콜스 씨. 그런데 어떻게 자기 자신은 저버리지 않고 끌어안고 살 수 있는 거예요? 신기하네! 당신은 지금과 똑같은 분별력 없는 태도로 목적성이 상실된 여자들을 무정하게 버린 사람이잖아!”
니콜스 씨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여자들이라니요?”
“당신한테 여자들은 단순한 물건일 뿐이잖아? 효용성이 떨어지면 처리해야 할 대상 말이야!”
“어째서 그런 말씀을?”
“몇 년 전 브리지트 말론 양에게서 들었어. 아일랜드에 있을 때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 왜? 그녀가 설마 그 이야?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나?” 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
니콜스 씨의 표정이 죽음을 본 사람처럼 창백해졌다. 한동안 말을 못하던 그가 마침내 조용히 물었다. “말론 양이 뭐라 하던가요?”
“다. 당신이 그녀와 가까워진 계기에서부터 결혼 약속을 하기까지, 그리고 그 부친이 지참금을 거부하자 당신이 그녀를 얼마나 매몰차게 버렸는지까지, 다!” --- p.373

잠옷의 목에 달린 리본을 막 묶는데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심장이 뜀박질을 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아서가 들어오면서 나를 흘깃 보았다. 얼굴을 붉히며 인사차 고개를 끄덕하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 그는 잠자코 그러나 재빨리 외투를 벗고 주머니에 든 것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다음 침대에 앉아 구두를 벗기 시작했다. 아!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울컥 신경질이 났다. 아니,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게 기껏 이것뿐이야? 이 남자의 몸에는 한 줌의 로맨스도 없나? 지금 달랑 잠옷 하나만 걸친 채 자기 앞에 서 있는 나를 그냥 세워 두고 저쪽으로 가서는 구두끈부터 풀다니! 그는 내가 그의 손길을, 키스를, 포옹을, 혹은 하다못해 별 뜻 없는 다정한 말 한마디라도 간절히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소망하고 있다는 것을 저다지도 모른단 말인가?
침묵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그 침묵을 깨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방이 좋아요.”
나는 불쑥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이 내 입술을 떠난 바로 그 순간 얼굴로 피가 확 쏠리면서 속으로 움찔했다. 그 말이 최선이었나? 하고 많은 순간 중에, 하필 이 순간에 내가 정말 우리가 묵게 된 숙박 시설의 장점에 대해서 토의하고 싶었더란 말인가?
“그렇군.” 그는 양말을 벗으면서 대꾸했다. “일부러 큰 방 가운데 하나를 달라고 했소. 당신이 좋아했으면 해서.”
“정말 좋아요. 고마워요.” 나는 대답을 하면서도 우리가 1분 새 그 방이 ‘좋다.’는 소리를 세 번씩이나 하고 있다니 참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다.
--- p.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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