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회계 방식이 공공 서비스의 질에 관해 그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생산되는 것만 고려하고 파괴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제 발전 지표에 우리의 생각이 갇혀 있다면, 화재나 환경 재앙이 발생해도 발전했다고 말하는 GDP 개념만 보고 있다면, 우리는 자신이 진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현재의 방식은 생산과정에서 소비되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채 생산한 것만 따지고, 미래를 열어갈 기본 설계는 전혀 고려하지도 않으며, 혁신이 어떻게 자본의 감가상각을 가속화시키는가는 설명하지도 않는다.---pp.14~15 발간에 부쳐
이번 위기는 경제적 세계화가 정치적 세계화를 지나치게 앞질러 진행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이제 세계는 우리 예상보다 더 빠르고 깊게 상호 의존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었고, 그 결과 한 나라에서 발생한 일이 다른 나라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세계화는 전 지구적인 공동 행동과 세계 각국의 공조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 특정 국가의 행동이 다른 국가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국제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했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그런 조치들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 ---p.19 머리말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제기한 이슈와 권고사항에 관해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벌어진다면 사회적 가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재고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믿는다. 즉, 공동체로서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진정 무엇인지, 우리가 매진하고 있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인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응 기구는 지구상의 192개국(G192) 대표를 모두 아울러야 국가적 차원에서는 여러 관련 당사자들이 토론회를 갖고, 사회적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과 지속적으로 사회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다.---p.57 1장 누구를 위한 보고서인가
경제적 성과를 전체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유익하기는 하지만, 국민의 물질적 생활수준의 추세는 가계소득과 소비 지표를 통해 더 쉽게 파악된다. 실제로 많은 OECD 국가들의 실질 가계소득과 실질 GDP를 비교해보면 상당히 다른 수준의 변화율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은 실질 가계소득 성장률이 실질 GDP 성장률보다 낮다. 가계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부문 간 소득이 이전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수 있다. 즉, 정부로 이전되는 세금, 정부로부터 나오는 사회보조금, 금융기관으로 이전되는 가계 부채의 이자 등 다각적인 관계가 파악된다.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제대로 정의된다면, 보건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처럼 정부가 현물로 지원하는 서비스의 가치 또한 반영할 수 있다. ---p.115 2장 고전적인 GDP 문제
개별 국가의 평균적인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삶의 질 지표와 관련된 포괄적인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이와 관련된 첫 번째 어려움은 삶의 여러 측면에서 개인이 처한 상황의 불평등성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이런 불평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에 따른 괴리감이 점점 확대된 것이다. 다시 말해, 정책 논의를 지배하는 거시적 통계와 사람들이 자신의 조건에 대해 체감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벌어져 왔다. ---p.153 3장 삶의 질을 측정하라
우리는 이런 자산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충분히 보존되고, 축적될 수 있을지의 여부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언제쯤 우리가 현재 (가진 것 이상을 쓰면서) 분에 넘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을까?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자면, 하나의 단순한 지표로 지속가능성에 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나름대로 근거 있는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GDP가 경제 실적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그 역할을 해온 것처럼 말이다. 이것을 추구하려는 이유는 수치들이 난무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약 우리가 그런 목표를 달성하길 원한다면, 우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모든 자원들의 보유량을 공통의 계량 단위로 전환해야 한다. ---p.168 4장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생산'과 '일'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었다.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혹시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것이 일본의 원전 같이 자기파괴적인 것은 아닌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생명줄 역할을 하는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볼 때다.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GDP를 나침반처럼 여기고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만 보고 달려 왔다면, 이제는 우리가 인간적으로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고, 그것을 향해 가려면 어떤 이정표를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pp.224~225 역자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