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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의사는 모두 사라져야 한다

세상에서 의사는 모두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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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약학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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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153*224*20mm
ISBN13 9788994519227
ISBN10 89945192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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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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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 26일 화요일 맑음
가슴이 따끔따끔 아파서 병원에 온 환자는 거의 순환기 내과로 온 것 같다. 아니 거꾸로 말하면 순환기 내과 환자 대부분은 다 가슴이 따끔따끔 아파서 온 사람들이다. 가슴이 아파서 밤에 잠도 못 잔 환자나, 평소에 그렇게 가슴이 아팠는데 방치해 놓고 있다가 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온 환자도 있다. 그런 환자들은 뇌에 산소 공급이 장시간 안 되었기 때문에 완쾌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벌써 2주째 병원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잘 알아듣지도 못한 채, 대소변도 보호자들이 받아 주면서 지내온 40대 아저씨도 한 명 있다. 진짜 불쌍하다, 환자도 보호자도.
환자들 나이는 대부분 60대 이상인데, 오늘은 뜻하지 않게 엄청 어린 환자를 봤다. 그것도 중환자실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기에, 환자 아들이나 손자려니 했는데, 뜻밖에 4살은 되었을까 싶은 어린이 환자였다. 그 옆에 30대 쯤 되어 보이는 젊은 아버지가 간호하고 있던데 진짜 안 돼 보였다. 저렇게 조그만 아이가 뭐가 잘못돼서 이 중환자실까지 왔어야 했을까? 몸에는 여기저기 주사 바늘과 반창고를 붙인 채로 환자복에 쌓여 누워 있는데, 얼마나 괴로울까? 우는 아이를 달랜다고 옆의 아버지가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데, 그 아버지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플까?
교수님 따라다니면서 곁눈질로만 봐서 그 아이 병명은 볼 수 없었지만 흉부외과 환자인 듯했다. 아마 선천성 심기형 질환이 아닐까. 제대로 낫게 할 수 있을까? 언제쯤 되면 저런 가슴 아픈 일도 그만 감정이 무뎌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게 될까? 솔직히 조금은 괴롭다. 내가 이 병원에 이렇게 건강하게 서 있다는 사실이.
본과 1학년 때 환자들 설문 조사 관계로 병원을 찾았을 때하고 지금이랑 비교해 보면 확실히 많이 달라져 있다. 그때 보호자들에게 우리 병원에서 제일 커다란 불만이 뭐냐고 물었더니, 환자 침대만 있고 보호자 침대가 없는 점과, 병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보려면 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보호자 침대도 있고, 텔레비전도 아무나 돈 없이 볼 수 있다. 그 때와 침대 수가 비슷하니까 전체 환자 수는 별 차이 없겠지만, 의사들 수는 훨씬 더 늘었으니, 아무래도 서비스 질도 좋아졌겠지. 병원이 발전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긴 한데, 의사가 그만큼 늘었다는 건 환자도 더 늘어났다는 뜻이겠지? 세상에 의사가 아예 필요 없을 정도로 환자가 없어진다면 어떨까? 그건 정말 더 좋은 일이겠는데 말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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