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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OO-003이동
장성민 | 위고 | 2017년 09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11건 | 판매지수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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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88g | 110*178*20mm
ISBN13 9791186602317
ISBN10 118660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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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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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득거리는 나무 탁자 주위로 흰색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둘러앉았던 우리들, 어떤 이는 담배를 어떤 이는 맥주를 마시며 사그라드는 오후 햇살을 쬐던 듬성듬성한 잔디 마당.
우리는 인도의 작은 마을, 그 낡고 찾기 어려운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나 예상치 못한 밀도 있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폭풍이 불고 비가 많이 오다가 갠 어느 밤, 어째선지 감상에 빠진 우리들은 하나둘 자기의 숨겨진 얘기를 꺼내놓았고, 마음이 언어의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전해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심지어 옛날 여자친구와 헤어진 얘기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교코와 안나가 등을 쓸어주며 위로를 해줬는데, 그게 또 기분이 괜찮아서 조금 더 울었다.
---「우울과 게스트하우스」중에서

낯선 도시에 도착해 게스트하우스를 고를 때의 느낌을 좋아한다. 거기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어쩐지 전혀 아깝지 않다. 인간의 일이 다 그렇듯이 각자 자기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마을에서 제일 싼 방을 찾아다니는 인간도 있고, 베란다에서 보이는 경치가 우선인 인간, 텔레비전의 채널 수나 매트리스의 단단한 정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인간도 분명히 있다.
---「사랑받는 느낌이 드는 방」중에서

누구에게나 일상에서 자기도 모르게 주워 쌓아올린 쓰레기 더미가 있다. 어떤 계기가 있어 밖에서 그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사실 그 존재를 알아채기도 힘들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그러나 가끔은 늘 달라붙어 있던 그 더미에서 한번 떨어져보자. 시간을 내서 좋은 게스트하우스와 좋은 사람을 찾아보자. 여행이 끝날 무렵 당신은 자신을 조금 더 좋아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여행을, 어쩌면 또 다른 삶을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그리 대단한 것을 잃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삶이 준비한 선물을 조금 일찍 풀어보게 될 지도 모르고.
---「사랑받는 느낌이 드는 방」중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당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생기면 좋은 일이라기보다 여행에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하다가 아주 강한 척하거나 감수성이 예민한 척하고 있는 나를 알아채는 일이 있다. 심지어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능숙하게 말할 수 있는 척하느라고 높은 톤으로 빨리 말하다가 화가 난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나의 모습이겠지만 대개 그런 가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벗겨지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 밤 당신은 전혀 다른 가면 속에 숨겨진, 당신과 무척 비슷한 한 인간을 마주치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어느 구름에서 비 올지 모른다고, 그렇게 기대를 훌쩍 넘긴 즐거운 시간을 한 번이라도 가지게 되면 그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 당신 곁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만약, 아직은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누군가에게 꼭 해야 할 이야기가 당신 속에서 나와준다면, 그것은 보석처럼 소중한 순간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꼭 해야 할 이야기가 당신 속에서 나와준다면」중에서

나는 손가락 사이에서 잊고 있던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고 꽁초와 종이 부스러기들이 쌓인 화로대 쪽으로 걸어가 부서져가는 하얀색 플라스틱 덱체어에 천천히 몸을 눕힌다. 하늘을 본다. 나는 아직 아픈 곳도 없고, 젊은 데다가 이렇게 담배도 피울 수 있으며 저쪽으로 손을 뻗으면 아직 온기가 남은 커피 잔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더 무엇을 바라고 달리는 걸까? 그토록 친숙했던 세계마저 이토록 오래 잊고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잦아들고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이제 곧 아침의 기운도 가시고 사람들이 깨어나겠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는 게스트하우스의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아무런 당위도 그 어떤 책임도 없는 맑은 아침 같은 하루가.
---「그런 아침의 세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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