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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죽음의 조건

품위있는 죽음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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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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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5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556g | 153*224*30mm
ISBN13 9788981102968
ISBN10 89811029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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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죽고 난 뒤에 유가족이 병원에 찾아와서 환자의 죽음이 가진 특별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이따금 있었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께서 머지않아 돌아가실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은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나쁜 불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돌봐 드리면서 지낸 그 마지막 한 달은 우리가 어머니와 함께 지낸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저 특이한 사례로 간주할 뿐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들이 ‘일이 아주 잘 끝났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나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이를 테면 한참 죽어 가면서도 자신은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담당 간호사로부터 전해 들을 때가 그랬다.---p.6

죽음의 마지막 시간은 어둡고 불길한 장소일 것이고, 그 너머 미지의 무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긴 길의 끝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곳에서 만나게 될 마지막 임무와 이정표를 찾아냄으로써 어두운 미래를 여행하기 전에 신뢰할 만한 지도를 손에 넣을 수가 있다. 그 여행을 시작하는 하나의 길은 “만약에 내가 오늘 죽는다면 어떤 일을 미완성으로 남기게 되는가?”, “어떻게 하면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최대한 충실하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 질문들은 환자를 기다리는 마지막 임무와 이정표를 밝혀 줄 수 있다 .---p.13

내가 아버지의 얘기만으로도 죽음을 확실히 예감했던 이유는 통증 없는 황달 때문이었다. 황달이란 피부의 탈색 현상으로서 적혈구가 붕괴될 때 생기는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출구가 막혀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혈관으로 역류하여 점차 피부로 스며들 때 걸리는 질병인데, 주로 피부가 가렵고 노랗게 되는 증세가 나타난다. 대단히 특이한 병증이 아닌 만큼 나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원인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았다. 췌장암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췌장암은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치료할 수 없는 상태까지 암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환자는 거의 예외 없이 사망하게 된다.---p.18

우리가 그 마지막 밤의 많은 시간 동안 커피를 마셔 가며 줄곧 침대 주위에 둘러 앉아 지새우는 동안, 어머니와 나는 이따금 바이오크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수면부족으로 얼마간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들었고, 가족 공동의 슬픔이 우리를 막연한 동지의식으로 뭉치게 했다. 우리는 슬픔 때문에, 그리고 기쁨 때문에 함께 울었다.
새벽 두시에 아니타와 나는 잠시 눈을 붙였다. 이십 분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우리를 깨우더니 아버지의 숨소리가 갑자기 이상해졌다고 말씀하셨다. 마침내, 그 일, 그때까지 아버지에게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작 어떤 종류의 일이었는지 알 수 없었던 바로 그 일이 모두 끝났다는 듯, 아버지의 모습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 표정은 평화로웠고, 땀이 더 이상 흘리지 않았으며, 숨소리는 깊고 편안했다. 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거두고 떠나갈 때에 어머니는 선 채로 아버지의 발을 잡고 있었고, 아니타와 나는 아버지의 팔에 손을 얹은 채 침대 양 옆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 껴안고 이따금 소리 내어 울었으며, 더 이상 감추지 않고 함께 애통하면서 아침이 올 때까지 밤을 지새웠다.---p.53

사실상 죽어 가는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고역이며 무한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이다. 매일같이 환자의 약을 챙겨주어야 되고 위생상의 요구도 충족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간병인은 일상 가사를 돌보는 한편, 약을 관리하고 음식을 조리해야 하며, 마침내는 환자의 급식, 용변, 그리고 목욕을 도와야 한다. 물론 그런 일들은 한 시도 빠짐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24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기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간병 같은 건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해도, 그 생각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그 같은 상식이나 통념과 달리 간호의 짐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나타내거나 옛 상처를 치유하며, 그때까지의 그릇된 태도를 바꾸고, 고난 속에 감춰진 애정의 힘을 발견하는 하나의 귀중한 기회로 변화시키는 것을 흔하게 보았다.---p.69

죽을 때 어떻게 죽기를 바라냐고 물어 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블랙 유머의 형식으로 대답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수년간 그들의 냉소적인 기지로 번뜩이는 발언들을 수집해왔다. “트럭에 받히기를 바랍니다.” “제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직후에 벼락을 맞아 죽고 싶습니다.” “백 살이 될 때까지 산 뒤 질투심 많은 남편이 등 뒤에서 쏜 총탄에 맞아 죽고 싶어요.” 등 아마도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상 그러한 죽음은 많은 문제를 미결 상태로 남겨 놓게 하며, 가족으로서는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죽음인 경우가 많다. 그와 반대로 진행성 질병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은 일생 동안의 인간관계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배우자들 사이라든가, 부모 가운데 한 사람과 소외된 성인 자녀 사이에서와 같이 어긋난 관계를 화해시킬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p.87

말기 환자들의 통증이 존재하는 이유는 의사들에게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아편 혐오증이나 약물 투여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 때문에 의사, 환자, 가족이 확실한 통증 관리에 요구되는 단호한 개입을 거절하고 뒷걸음치게 되는 것이다. 개업의들로 하여금 통증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취급하도록 훈련시키지 않는 의학 교육의 현실도 이러한 노력을 한층 더 저지하고 있다. 마치 통증 관리의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오늘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말기 환자의 참을 수 없는 통증에 대한 유일한 해법으로 타인의 도움에 의한 자살이나 안락사를 생각한다. 그러나 신체적인 통증은 즉각 돌보아질 수 있는 괴로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즉 육체적 고통은 정신적인 부분과 달리 환자와 의사의 확고한 결심만 있다면 언제든지 제거될 수 있다.---p.97

나는 이틀 후 바바라와 더글라스를 만나 그의 퇴원 계획을 세우고, 그를 집에서 간병하는 문제와 아이들도 간병에 참여시키는 문제를 함께 의논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인적이 한산한 소형 회의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글라스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바바라는 그 곁에 서 있었는데, 내가 긴 의자에 앉자 우리의 무릎은 서로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체중이 줄면서 좀 더 예리하게 드러나 각이 진 턱과 이마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은 평화로운 표정으로 빛나고 있었다.---p.129

인간에게 자기 존엄성을 상실했다는 느낌보다 더 심한 아픔이나 더 큰 고통은 없다. ‘나는 모욕을 당했다고 느낀다.’ 라는 말은 여러 방면에서 자기 존재의 위상을 위협당하는 말기 환자들의 이야기 가운데 빠지지 않는 반복 어구이다. 죽어 가는 사람은 혼자서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고 대소변 보는 일을 아예 못할 수도 있다. 말기 환자들은 그러한 일상사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심지어 낯선 사람에게 완전히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의지의 행동인, 조직의 주역, 성취한 사람, 또는 자애로운 양육자였던 자기 이미지와 여타 명성으로 얻은 자기만의 개성적인 특질을 하나씩 잃어갈 수 있다.---p.142

“카알라, 우리가 가령 자넬이 죽어 간다는 냉혹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면, 그 애의 나머지 인생을 가장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졸업식이지요!”
대답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크게 들렸다. 코니의 탄성이 들렸다. “맙소사, 하나님, 그게 진심인가요?” 카알라와 코니는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졸업식이야말로 자넬을 기쁘게 할 거예요! 휠체어는 데이비가 밀고 가면 되고요.”
회의실 안의 분위기가 다시 한 번 바뀌었다. 나는 마지막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비교적 냉담했던 헤더필드의 간호사들 가운데 한 사람을 포함한 참석자들 몇 사람의 눈시울이 흐려지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사람들 사이에서 분명한 열정이 느껴졌다. 카알라가 자넬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그녀의 진실한 감정을 발견하면서, 회의실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가슴 속 깊이 감동을 받았다.---p.215

호스피스 사람들은 자칫 자살에 대한 권장으로 오해되는 것이 꺼려져서 여러 해 동안 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의식적으로 피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음식을 삼키지 못할 때, 허기가 아주 아득한 기억 속에만 있고 죽음이 아주 가까운 미래에 당도해 있을 때 의사가 권하는 수술을 거절하거나 음식을 사양한다고 해서 그것을 자살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타인의 도움에 의한 자살을 옹호하는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 가운데 하나는 ‘자살 충동’이라든가 ‘자발적인 금식’에 대한 공공연한 토론을 한층 더 보편화시켰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정상적인 식사가 불가능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환자의 가족은 수명 연장 조치를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 심한 정서적 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p.301

나는 거의 매일같이 마이클을 방문했지만, 그가 죽는 순간에는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 마이클이 죽어 가는 동안, 머어씰 일가의 집은 수많은 사람들이 한 어린 소년에게 순수한 사랑을 쏟는 곳으로 변했으며 사원이나 다름없이 신성한 장소로 느껴졌다.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놀랍게 성숙한 마이크, 어린애이면서도 성숙한 누나 역할을 했던 크리쓸, 긴밀한 유대감을 회복한 테드와 캐시의 경우에서처럼 가족의 정신적인 힘은 하루하루 발전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역기능과 이질적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여겨질 수 있었던 가족을 하나의 돈독한 전체로 변모시켰다. 그 가족은 일견 무의미하게 보이는 비극에 직면하여 무한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p.322

환자들은 흔히 죽음의 타이밍에 대해 불가사의한 통제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기본적인 시간 구조는 최초의 진단과 환자의 일반적인 기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또는 그 밖의 특별한 기념일까지, 또는 중요한 인간관계를 매듭지을 때까지 살겠다고 결심한다. 내 실무경험에서 볼 때 비슷한 조건에 있는 어떤 사람은 중요한 행사가 끝나면 뚜렷하게 의학적으로는 안정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죽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앞에 말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념으로 당초의 예상시한을 지나 몇 주일 또는 몇 달씩 살기도 한다. 그 같은 종류의 통제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 모린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꼭 그래야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새롭게 태어날 손녀딸의 출산이 그녀로 하여금 죽음을 늦출 동기가 되지 않을까 궁금히 여기며, 또한 오래 끌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확연한 태도가 사실은 자신의 본심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길 바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p.340

‘품위 있는 죽음’이란 개념은 인생의 종말을 위한 현실적이며 긍정적인 목표를 보여 주고, 우리가 달려가야 할 노력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의학 실무와 교육, 정치, 그리고 사회 정책상의 변화들이 필요하지만, 그것들만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불충분하다. 문제의 항구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사회문화적인 동시에 근본적인 변모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사건의 교훈적인 의의와 그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정신적인 각성은 죽음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고정관념을 버리고 죽음이 충실하고 건강한 삶의 일부라는 것과 죽어 가는 사람을 위한 간병이 사회적인 삶의 소중한 일부라고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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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보다 희망에 주목하는 책. 아이라 바이오크 박사의 의료적인 전문성에 더해 죽음 직전의 사람들 치료에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벨포 마운트(캐나다 맥길대학교 의과 교수)
“만약 당신이나 가족 중 누군가가 고통 속에 죽어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리고 죽음이 단지 비극적인 이별이자 고통이라고 여긴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죽음의 과정에서 정신적인 평화가 찾아오고 한 개인의 내면이 비로소 성장하며, 가족의 친밀감이 깊어지고 관계가 치유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패트리시아 캘리('슬픔의 동료'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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