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린이 책은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야기책은 다양한 형태로 시각적 요소를 강화하여 ‘보는 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벼워지고 호흡이 짧아지고 있다. 최근 그림책 독자가 유아에서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생, 대학생, 일반인까지 확장되는 점이나, 어린이 책 문화 현장에서는 책이 영화가 되고, 노래가 되고, 연극이 되고, 읽어 주기를 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다가간다. (……)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10년 국내에서 발간된 어린이 책이 7,352종(전집 포함) 26,199,626권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중 우리나라 책은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합해 680여 종 700권 남짓이다. (……) 2010년 아동 출판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책이 가진 본래 역할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 pp.10~11
한때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어린이문학을 추천하는 기준으로 ‘아이들이 삶의 주체인가?’ 라는 조건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어린이문학을 어린이문학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인 이 기준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어린이문학 안에서 어린이문학을 읽는 독자 특히,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어린이문학은 이야기 속 삶의 주체로서 그리고 이야기를 읽는 독자로서 소외되지 않아야 하고, 즐거움과 교훈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서 부족함이 없는 문학으로 어린이가 초대될 수 있어야 한다. --- p.52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 싶으면 그 분야에 대해 많이 알려고 애쓴다. 많이 알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지?) 독자를 좀 슬프게 할까 한다. (웃음) 그 시대 사람들의 감정이 되어 이야기할 것이다. 다루려는 시대의 역사가 슬픈 것은 어쩔 수 없다. 홍범도 장군에 대해 쓸 것이다. 강제로 이주당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는 장군을 만난 아이 이야기로 쓰고 싶다. --- pp.67~76,『검은 바다』의 문영숙 작가 인터뷰 중
(블루보리 왕자에 담긴 특별한 뜻이 있는가?) 처음 ‘블루베리’란 과일을 먹었을 때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맛있어서 두고두고 아껴 먹었다. 서울 와서 처음으로 시베리안 허스키를 봤는데 그 느낌이 선명하다. 당당함이 왕자 같았다. 이 두 가지가 어느 날 갑자기 왕자라는 느낌으로 조합이 되었다. --- pp.77~85,『 나의, 블루보리 왕자』의 오채 작가 인터뷰 중
작가가 독자에게 기대할 것이 있을까? 작가인 어른들이 아이들을 순수한 독자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린이들이 보는 책을 어른들이 선택하는데, 그렇게 골라 준 책들을 아이들이 읽을까? 자유로웠으면 한다. 처음엔 내 책을 초등학생들이 읽을까 싶었다. 나는 재밌겠다 싶어 썼는데 아이들은 안 볼 수도 있는 거다. 그건 작가의 몫이라고 본다. --- pp.86~93,『봉주르, 뚜르』의 한윤섭 작가 인터뷰 중
한 아이의 마음을 ‘집’이라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해놓은 작가의 시도는 매우 신선하다. 더구나 장편 내내 그 공간 이미지를 놓치지 않고 요소요소 적절히 끌고 가는 힘은 매우 놀랍다. (……) 이런 몇 가지 아쉬움에도 이 책은 우리에게 작가에 대해 새로운 기대를 하게 한다. 새로운 형태를 구성하는 힘과 독자들을 끝까지 주인공 뒤를 따라다니게 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힘이 보인다. 가장 안심이 되는 건, 작가가 끝까지 보듬고 가는 주인공에게서 인간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보인다는 점이다. --- p.117, 『이정형외과 출입금지 구역』서평 중
사람도 동물도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아이들이 친구들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것이 거의 형벌에 가까운 것처럼, 할아버지도 태풍이도 형벌 같은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오랜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가슴이 찡하다. 그것은 어떤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라도 가족은 함께 살아가면서 마음의 온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 p.125, 『굿모닝, 굿모닝?』서평 중
집이 움직인다는 이야기 소재는 기발하고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하다. 판타지 동화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꿈을 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상상을 나래를 펼치고 몰입을 할 만하면 끝이 난다. 스토리에 대한 욕심이 줄거리 전달에만 치중해서, 조마조마한 긴박감이나 아슬아슬한 스릴로 구현되는 판타지의 재미를 반감시킨 것이 매우 아쉽다. --- p.143, 『집이 도망쳤다!』서평 중
그간 우리는 한국 아동문학의 놀라운 성장을 세계에 알렸지만, 지나온 10년 동안 ‘한국 그림책’에 바라게 되는 아쉬움이 있다면 바로 ‘다양성’일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CJ 그림책 축제와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이 정기적으로 개최되었다. 그 외 그림책과 관련한 대규모 전시 기획이 봇물이 터지듯 열리게 된다. 그런 일들이 더욱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작가들 마음에 불을 지폈고, 독자들에게는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등장한 신인 그림책 작가들 수가 급증한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2010년은 위와 같이 급변하는 한국 그림책 시장에 던져진 숙제를 푸는 한 해였다. --- p.219
성격이 그림을 그릴 때는 급해진다. 마르는 틈을 못 견디고 손을 대다 보니 번져서 그런데, 그것이 거꾸로 멋지게 표현되는 때가 있다. 계산을 한 건 아니다. 기본 선은 먹을 사용했고 면은 포스터컬러다. (……) 막상 다른 재료는 이것처럼 그려지질 않아서 바꾸지 않고 있다. (……) 그림책 작가들이 당장 일하느라 바빠서 긴 안목으로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활자 책은 디지털로부터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비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 pp.231~239,『씩씩해요』의 전미화 작가 인터뷰 중
“대상을 보고 그려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고 그렇게 해왔다. 이후로 세밀화와 관련된 일을 맡게 되면, 그릴 대상이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종인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화곡동 정점에 있는 봉제산 아래로 이사했다.) 가을에 집을 보러 다니는 데 봉제산에 솔새와 박새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결정했다. 산책 겸 관찰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이사 간 것이다. --- pp.240~252,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의 이우만 작가 인터뷰 중
2005년 일본의 그림책 작가 타바타 세이치, 다시마 세이조, 와카야마 시즈코, 하마다 게이코로부터 하나의 제안을 받았다. 그것은 한·중·일 3국의 그림책 작가들이 연대해서 마음을 하나로 담은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근대에 제국주의 침략과 전쟁,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3국 사이에는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가 남아 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의 소중함을 전해 줄 그림책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우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 p.257, 한·중·일 공동 프로젝트 「평화 그림책」 시리즈(사계절, 전 12권 출간예정)
집 앞의 풍경을 보며 생각했어요. ‘사람은 자연이 주는 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겠구나!’ 자연 속에서 살면서 자연이 주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시장 나들이를 하다 할머니들이 팔고 있는 물건을 보게 되었어요. ‘바로 이분들이구나!’ 옛날 우리 할머니와 다르지 않은 모습의 쪽 찐 머리 할머니들! 시장의 할머니들께 “할머니, 어디 가요?” 하고 묻고 싶었습니다. --- p.262,「옥이네 이야기」시리즈(보리)
좋은 지식 정보 책은 충실하게 자료를 담는 그릇에만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에게 메시지와 함께 잔잔한 울림을 준다.『꼭두랑 놀자』는 우리식 상상력의 씨앗을 찾아낼 수 있는 ‘꼭두’ 라는 복주머니를 얻었다는 기대감과 함께, 그런 많은 이야기들이 이제껏 그림책으로 잘 구현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책이다. --- p.271, 『꼭두랑 놀자』서평 중
이런 작가의 유쾌함을 완성시킨 것은, 다양한 표현 방법이다.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고 그림과 조명이 잘 어우러져, 그림에서 부피감을 느끼게 한다. 사실 이 책은 이야기를 배제하고, 한 장면을 꼼꼼히 살펴보는 재미만으로도 성공한 책이다. 6층 아파트의 불 켜진 내부의 세밀한 묘사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그림과 실물의 적절하고 섬세한 배치에서, 작가의 치열하고 성실한 작업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크기다. 작가의 성실하고 꼼꼼한 작업의 결과를 좀 더 큰 판형으로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 p.277, 『달 샤베트』서평 중
‘딸꾹질’은 현대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딸꾹질은 절규이자, 아이들 마음에 남은 상처와 고통이 몸으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 가족 중에 실제 이처럼 의사소통이 철저하게 단절된 가정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으면 한다. 만약 그런데도 이 책의 과잉된 표현 때문에 이해가 어렵다는 독자가 있다면, 그림책의 다양성이 안타까운 지금 이런 주제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라도 맘껏 응원을 보내고 싶다. --- p.278, 『딸꾹질』 서평 중
우리 그림책은 지금까지 지역이 담긴 그림책이 부족했다. 배경이 실종됐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권의 책에 오롯이 특정 지역을 담아내려 한 『제주도: 바람을 품은 섬』의 시도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러 지역을 다룬 그림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p.288, 『제주도: 바람을 품은 섬』서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