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13일, 평온했던 시간은 끝이 나고 말았다. 중무장한 경찰 세 명이 백주 대낮에 학원으로 쳐들어 왔다.
“누구세요? 왜 그러세요?”
“니 취바! 조우! 콰이달! 콰이달!”
그들은 막무가내로 쌍욕과 손찌검을 퍼붓고 총대를 들이대며 마구 밀쳐 족쇄를 채워 눈 깜빡 할 사이에 도문시 공안국이라는 곳으로 나를 강제 압송했다. 심문을 받으면서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에 의해 밀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탈북자에 불법체류자임에도 불구하고 학원에 학생이 많아 돈벌이가 되는 것을 질투한 것이었다. 분하고 억울했지만, 나는 조금 더 꼭꼭 숨어 조용히 살아야했다. 공안들은 한 달 수입이 얼마이며 일인당 얼마의 교습비를 받았고, 누가 수입을 관리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탈북한 동기와 친척관계, 심지어는 북한에서부터의 모든 상황을 상세히 꿰뚫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질문에 시종일관 ‘No’라고 대답했다. 그럴때마다 내게 돌아오는 것은 공안원의 가차 없는 구타뿐이었다. 심문이 끝나고 나를 감방에 가두며 한 공안원이 말했다.
“내일 오후 2시면 이 남양교두를 통해 북송되게 된다. 각오해라!”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탈영병이고 이유야 어떻든 간에 북송된다면 곧바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에 대한 배반자, 민족 반역자로 처단될 것이다. 수많은 동료 군인들 앞에서 비난과 손가락질 받으며 부끄러운 수치를 안고 사형 당하게 되는 것은 물론 북조선의 가족문서에도 영원히 배신자로 낙인 찍히게 된다. 그러나 아직 이곳은 북한이 아닌 중국이다. 중국에는 나를 끔찍하게 아껴주는 혈육들이 있다. 그들은 나를 찾으러 올 것이 분명했다. 마음에 다시 안도감이 자리 잡았다.
오후가 되고, 밤이 되어도 친척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 아마 내일 아침이 되면 급한 마음에 삼촌이고 고모고 헐레벌떡 달려올 걸.’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친척들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다. 밖에서 점심시간을 알리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야! 츠판나! 콰이디알. 이취 츠판! 야! 밥 먹자! 빨리! 같이 먹자.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불안감은 이내 초초함으로 변했고, 초조함이 친척들을 향한 분노로 바뀌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가슴 속으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분노를 통제할 수 없었다. 갇혀있는 감방 안에서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온갖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당신들이 남이야? 나 지금 이대로 가면 죽는 거 알잖아! 내 삼촌, 내 고모 맞어?!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내가 뭐 잘못했는데! 지금 이게 뭐냐구!! 야! 삼촌! 고모! 이놈들아!!”
공안들이 황급히 달려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리는 나를 나무 의자에 묶어 독방에 가두었다. 이렇게 내버려두는 친척들에 대한 미움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돌덩이가 떨어지듯 땅바닥 깊숙한 곳까지 끝없이 추락하는 낙망과 허탈감,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아니, 아직도 감 잡을 수 없는 남도 아닌 내 혈육들의 믿기지 않는 배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한 증오가 미칠 듯이 펄펄 끓어올라 이가 갈렸다. 이제 믿을 것은 나 자신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친척들을 기다리던 순간보다 나 자신을 믿는 이 순간 백 배는 더 힘이 솟는 듯했다. 북한을 탈출해 나오면서 18일 내내 먹지도 못하고 동생을 업고 죽음과 사투를 벌인 것도 나였고, 그것을 버텨낸 것도 나였다. 바로 내 능력이었다. 이 능력이라면 만화책에 나오는 소년장수처럼 내 팔목의 족쇄도 단번에 절단 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굳게 닫힌 철문도 내 무쇠 같은 머리에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그래! 범의 아구리에서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는데…….’
북한군 창격전, 접총식, 격술 등의 훈련에서 배웠던 방법대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전신에 마력을 골고루 밀집시켜 특히 목 중심과 통 힘을 써야 하는 허리부분에 역점을 두고 기합을 넣었다.
“야- 앗!!”
기합과 동시에 온 몸을 날려 머리로 철문을 힘껏 들이 받았다.
“쾅!”
역시 나 자신은 나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내가 내리 받은 부분이 거짓말처럼 움푹 패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다섯 번 정도면 문이 부서질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난 할 수 있어! 내 힘, 내 능력이면 되니까.’
마음속에서 이미 철문은 열려 있었다. 기분이 좋아져 이번에는 연거푸 두 번을 내리쳤다.
“쾅!”
“쾅!”
세 번째 머리를 박았을 때,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이 들었을 때, 철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고, 짙은 회색 빛깔의 시멘트벽만이 나를 숨 막히도록 둘러싸고 훀었다. 양쪽 눈은 빠져나갈 듯이 아팠고, 어지러움과 두통, 내장까지 흔들리는 듯 한 매스꺼움에 구역질이 났으며, 이마는 찢어져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그러나 내 몸의 고통보다 실패한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더 절망적이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명백한 내 자신의 한계 앞에 이제는 싫어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한 가닥 희망의 빛마저 사라진 내 앞의 현실은 생살을 갈기갈기 찢어내는 것 같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래. 죽자! 죽으면 될 거 아니가! 어차피 인생에 한 번은 죽는 거 남보단 조금 일찍 죽을 뿐이다. 이제 죽이든 살리든 맘대로 하소….’
몸과 마음이 모두 탈진하였다. 이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순간 나를 깨우며 귓가에 조용히 맴도는 멜로디가 있었다.
얼마나 아프셨나 못 박힌 그 손과 발……
그 찬양소리와 함께 매일 나를 찾아왔던 패트릭 목사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모두 자매님 때문입니다. 제발 아멘 한 번만 좀 따라해 주세요. 자매님을 살리시려고 우리예수님이 옆구리에 창을 찔리시고 피를 토하시며 자매님 때문에 죽으셨습니다. 자매님 때문입니다.”
얼마나 아프셨나, 못 박힌 그 손과 발 죄 없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하늘도 모든 땅도 초목들도 다 울고 해조차 힘을 잃고 온 누리 비치지 않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고통과 수난의 상황들이 내 눈엔 보이지 않지만 지금 이 공간 안에서 막벌어지고 있는, 살아 움직이는 듯 한 사실로 내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평소에 그렇게 무시했던 목사님의 눈물어린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한 뜸, 한 뜸 찌르는 듯 했다. 친척들을 향해 이를 갈며 복수심에 불타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던 그 목사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목사님! 보고 싶어요. 흑흑……내래 잘못했시오. 용서해주시라요. 너무 보고 싶어요. 흑흑…”
염치없는 행동이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 분의 바짓자락을 붙잡고 백 번이라도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살려 달라고 구걸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동안 그에게 저질렀던 지난날의 잘못을 고백해야 죽더라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채로 유대군인들의 희롱과 능욕을 당하여, 이제는 더 이상 물도 피도 흘린 것이 없는 한 사람의 형상이 감방 한 구석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비벼 뜨면 없어지고 눈을 감으면 손 끝에 만져질 듯 하여 눈을 뜨고 보는 것보다 더 생생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의 신음소리가 내 귓전에 들리는 듯 하여 나는 그만 심정이 멎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동안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예수님’이라는 세 글자를 부르고 있었다.
“예수니-임! 예수니-임! 나 살려주세요. 나 안 죽을래요. 예수님이 살려주시면 이제부터 예수님 믿고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싫어요! 안 죽을래요! 살려 주세요-!”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기력을 다해 불렀는지 목에 불이 붙은 듯 따끔거리고, 나오는 기침마다 피가래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나는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위로와 감격이 온 몸을 뒤덮고 있음을 발견했다. 평생 배신하지 않고 내편이 되어 줄 사람, 나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도 친족도 아닌 바로 그 예수님 한 분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고통의 시간에 나와 함께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날, 온갖 핍박을 하며 나를 위해 복음을 전하던 목사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자매님, 우리는 다 죄인들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들입니다.”
목사님의 음성 뒤로 내게 또 다른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옥이야. 너는 죄인이다. 너는 죄인이다. 그러나 너를 사랑한다….”
그 음성은 고통 받으며 피 흘리고 있던 예수님의 음성이었다.
“예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아프지 마시라요. 제가 다 고칠게요. 죽지 마시라요. 내래 다 잘못했습니다. 고칠게요. 죽지 마세요!”
내가 단 1초라도 빨리 모든 잘못을 고백해야만 예수님의 고통이 멎을 것 같아 나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잘못했던 모든 일을 뉘우치고 회개했다. 죄를 고백하면 할수록 나는 나의 추악한 모습에 그 자리에서 죽고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릴 적 저질렀던 소소한 잘못까지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 기억에 조차 없던 죄의 기억들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나의 추악함은 온몸을 전율케 했다. 그리고 내 입에서는 나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또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가슴을 조여 오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만지는 듯 한 위로와 평강, 기쁨의 감격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명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음성을 들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와 이 순간 함께 하시는 분이 예수님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 순간 말할 수 없는 감동과 환희가 밀려왔다.
‘삐이익’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렸다. 두 시가 다 되었다. 두 명의 공안이 내 모습을 보더니 코를 쥐며 짜증스럽다는 듯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나는 토해 놓은 오물을 다시 온몸으로 뭉개고 뒤집어써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방 안은 온통 어지럽혀져 있었고, 머리는 산발이고 눈은 퉁퉁 부어 있는데다, 이 상황에서 한참을 울다가는 다시 기쁨에 넘쳐 웃고 있으니 누가보아도 나는 미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 스스로가 마치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자유로운 새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공안들은 욕을 퍼붓는 것으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내게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구둣발로 내 온몸을 차기 시작했다. 머리통을 밟고 짓이겨 이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를 때리고 있는 그들이 조금도 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쌍하게 여겨졌다. 가슴을 발로 심하게 걷어차여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숨을 쉴 때마다 옆구리가 끊어지는 듯 아팠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안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나를 머리와 다리 양쪽에서 들어 변방으로 나가는 트럭에 ‘획’하니 던져 놓았다. 거기엔 나 말고도 다른 여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울며 공안들에게 애원했다.
“아저씨! 나 한번만 살려 주세요! 나 저 땅 가면 맞아 죽어요. 나 저 땅 가면 굶어 죽어요.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아저씨!!
“이 간나, 나가라! 너네 나라 가서 죽으라우!”
귀 밑 머리가 허연 아줌마들이 자기의 아들 벌, 손자 벌 밖에 되지 않는 공안들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끝내 한 아주머니는 공안의 다리를 붙들고 싹싹 빌다가 그가 휘두르는 자동보총 가목에 정수리를 정면 맞아 ‘윽-’하고 쓰러져 버렸다. 입에 거품이 흐르고 혼절상태로 팔다리가 사시나무 떨 듯 떨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인 두 명이 위아래 팔다리를 맞잡아 끌어가더니 트럭을 향해 ‘획’ 던져 실었다. 살인자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요, 다만 배가 고파 두만강을 넘었다는 것 밖에는 죄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 이유로 이렇게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드디어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누운 채 가만히 하늘을 보았다. 어쩌면 구름 한 조각 없이 파랗고 맑은지 살아서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본 적이 있었을까 싶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고통스런 일들이나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꼈던 어지럼증도 사라졌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이 꼭 내 마음을 다 알아주는 것 같은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죽어도 잊을 수 없는 하늘이었다. 차가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황급히 공안 하나가 차를 세웠다.
“떵이훨! 떵이훨! 팅라! 팅라!” 잠깐! 잠깐! 멈춰 서! 멈춰 서!
“깐 셤머?” 무슨 일이야?
“니먼 쌘 죠우아! 시아언구냥 이디엔 허우 조울라!” 너네 먼저가라! 저 애는 1시간 후에 다시 따라 갈거다
공안이 나를 끌어내려 데려간 곳은 공안국장의 방이었다. 중년의 나이가 넘어가는 공안국장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한참을 뚫어져라 살피더니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 탠나 타이 쩜머반라 셤머 썰라야. 워니 칸나 니 양즈 워디 상디 이양아, 워디 얜지 이양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내가 너를 보니 어쩜 이렇게 내 딸과 똑같은지…….
“……”
“뚜어 수일라?” 몇 살이냐?
“얼쓰 얼.” 22살이요.
“아이야 이양 더 니엔니!” 이런 나이도 똑같네!
공안국장은 흥분하여 나를 덥석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어쩌다 이 꼴이 되었냐며 아빠 가슴이 아파 죽겠다며 자신의 가슴을 ‘쿵쿵’ 소리가 나도록 쳤다. 나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자기 딸이라며 부둥켜안고 우는데 뭐라고 해야 할 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잠잠히 있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제 너도 살고 나도 살자!”
국장은 그 말만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밤이 되자 감방 안에도 깊은 어둠이 찾아왔다. 잠이 들었던 나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죽이며 나를 향해 다가와 익숙한 동작으로 팔과 다리에 채워진 족쇄를 풀었다. 그러더니 나를 일으켜 손목을 잡고 거침없이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단숨에 보초막을 통과한 후 육교를 넘어 등불이 희미한 어느 비좁은 다방에 앉았는데 그때서야 비로서 그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는 나에가 물 한 잔을 내밀며 말하는 그는 바로 아까 보았던 공안국장이었다.
“짜이! 허 수이바!” 자 물 마셔라!
그는 물을 받아 마시는 나를 향해 그와 내가 살기 위해서는 쳀 도문 땅을 오늘 밤 안으로 떠나야 한다며 내게 갈 곳이 있는지 아니면 전화할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 순간 나의 뇌리를 스치는 번호가 있었다. 세상이 변해도 결코 바뀌지 않을 거라며 손에 쥐어주고 갔던 목사님의 전화번호였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목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띠이익-, 띠이익-’
“여보세요.”
수화기 건너편으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사님…. 흑흑…저 옥이예요. 보고 싶어요…흑흑…”
“할렐루야! 할렐루야!”
목사님은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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