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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들

돼지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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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6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44g | 140*210*20mm
ISBN13 9788990492975
ISBN10 8990492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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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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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여기’ 모여,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살아내’간다. 과연 사는 게 뭔지…… 어떤 게 바람직한 ‘모두’ 살이의 방법인가. 소박하게나마 단지 나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써야 했다.
(……)
우리 사회는 맛깔난 비판과 유머를 잃은 지 오래인 듯하다. 비속한 자본주의 굴레에서 적 아니면 동지,라는 이분법과 승자독식이라든가…… 냉소와 적의로 가득 차 앙앙불락한다. 쉼표의 여유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이와는 또 다르게 말랑말랑한 연애담이나 키치적인 이야기, 드라마식 스토리가 넘쳐난다. 섹스와 폭력을 가미하면 그냥 떠버리는 영화나 드라마 판처럼, 우리 삶도 그렇게 만들어지길 바라는 건 아닐까. ---「작가의 말」중에서

전철은 이제 다리를 다 건너 터널로 들어서고 있다. 소동의 주인공들은 온데간데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두섭은 잠깐 자신의 시민적인 양심과 책무를 의심했다. 그러나 또 한편 소시민적인 무의식과 관성을 확인하며 안심했다. 더 중요하고 버거운 과업이 일터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질 않는가. 강 아래 조붓한 산책길로 헬멧과 고글을 쓰고 사이클을 타는 코알라족이 스쳤다. 경쾌하던 레일 소리가 무겁게 깔리며 차체가 기우뚱한다. 창에 얼비치는 인간 군상도 사냥터로 나선 갖가지 동물들 모양으로 일그러진다. 바야흐로 메트로폴리스 강남의 내장으로 들어선 것이다. ---「1장 숨바꼭질」중에서

무엇보다 강남의 어느 졸부를 대상으로 시도했던 췌장 거래가 실패로 끝나며 타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공작금을 써서 어렵사리 종합병원의 뇌사 가능자 리스트를 확보해 맞춤한 대상을 찜해두었는데 하이에나 같은 브로커들에게 물건을 강탈당한 것이다. 병원 관계자까지 구워삶아 몇이 움직이는 조직을 잉걸 혼자 당할 재간은 없었다. 무법지대에서 작은 도둑, 큰 도둑이 따로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그저 먼저 보고 먼저 챙기면 그만이고, 먹다 목에 걸려도 뱉으면 그뿐이다. ---「2장 사다리 타기」중에서

채무자가 어떤 놈들인가. 누가 뭐라도 그들은 나름대로 생존법으로 죽기 살기로 산다. 악착같고 집요하고 무섭고 징그러운 족속들이다. 주민등록을 말소하고 이 지구가 너무 좁고 허술하다는 듯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그의 뒤를 밟아 신호를 보내면 역시 대모벌에게 걸린 독거미의 모습으로 납작 엎드리게 마련이다. 그것들을 만나면 한눈에 제압해서 꼼짝 못 하게 하고, 고도의 침술사처럼 가슴에 정확하게 독침을 찔러야 한다. 그렇다고 절대 그 몸뚱이며 혼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왜냐면…… 결국은 그 저장고에서 돈을 빼내야 하니까. ---「3장 자살치 파티」중에서

잉걸은 마이크를 잡은 앵커의 얼뜬 표정을 똑바로 보았다. 말도 안 되는! 프롬프터를 읽고 있고 있는 게 아닐까? 울프의 돌연한 마지막 항거가 이 시대, 아무 뜻 없는 정신병자의 소행으로 까뭉개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까미가 저지른 연쇄살인의 혐의까지 덤터기로 씌워져 있다. 저건 오보가 아니라 명백한 조작이 아닌가. 잉걸은 정수리에서 등골을 타고 자르르 흐르는 냉기로 진저리를 쳤다.
아아! 저 고독한 떠돌이 울프의 오랜 방황이 저렇게 무참히 끝나고 있다니……. 잉걸은 고개를 내저으며 매캐한 연기와 불기운이 들러붙는 라운지를 빠져나왔다.
---「4장 영혼결혼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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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들과 악어새들이 애증하는 이야기다. 잡아먹으려는 자들과 공생하려는 자들이 얽히고설킨다. 신용카드불량자 추쇄꾼, 장기매매 거간꾼, 신종다단계 여인, 불법사업 전문가, 이들이 펼쳐는 약육강식의 드라마는 우리사회의 밑바닥을 신랄하게 깐다. 저 강남 메트로폴리스는 그토록 비열하게 세워진 소돔(sodom)이다. 그러나 착한 작가는 야비한 삶의 전장에서도 기어코 피어난 희망, 박애를 몸 바쳐 실천하는 전직 매춘여성의 자기희생에 애착한다. 섬뜩하면서도 찡한, 화가 나면서도 아슴아슴한, 애잔한 소설이다.
'김종광(소설가)'
딜리트(Delete)! 딜리트! 딜리트!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하게 마련인 일이기에 내가 한다. 사람이 일을 찾는 게 아니라 일이 사람을 찾는 세상이 아닌가. 시난고난한 생의 갈림길에서 살기 위해, 금방 물크러질 듯한 콩팥을 싣고 멈추지 않는 지프차를 타고 질주하는 사내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이 되면 어제란 있을 수 없는 시간이다. 어제를 잊기 위해 오늘 밤도 딜리트! 딜리트! 딜리트! 내 인생의 삭제 버튼을 눌러야 하는 사람들. 신장현의 『돼지감자들』은 바로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어제를 지워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명랑(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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