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곤 합니다. ‘아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라는 말은 이것을 잘 대변합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질문교육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부모가 되기 전에 나를 먼저 챙기세요’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부모이기 전에 ‘나’입니다. 나를 찾지 않고 부모답게만 살려고 하는 것은 기초공사 없이 지은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먼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의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p.12
먼저 아이들은 어른들과 ‘시간’의 차원이 다릅니다. “엄마, 장난감 사줘!” “나중에 사줄게. 엄마 아빠가 돈 많이 벌면.” 아이는 엄마의 말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나중이 얼마나 오랜 시간 뒤인지, 왜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죠. 부모가 되기까지 우리에게는 많은 시간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은 경험이 쌓여 있는 것이고, 이 경험에는 다양한 감정까지 응축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세월만 흐르고 생물학적인 겉모습만 바뀌었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 p.48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는 의미도 됩니다. 동시에 아이와 부모 모두 ‘잘 듣는 방법’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거나, 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외관상으로 보았을 때 아이가 엄마 말을 듣지 못하거나, 엄마가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역시 엄마가 사용하고 이해하는 단어의 ‘개념’ 차이입니다. 질문교육에서 개념코칭이 중요한 이유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할 때는 아이의 기준에서 단어를 말해야 합니다. ‘말 좀 들어’ 대신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로 말입니다. --- p.83
어린아이들에게 의도적인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힘들어 합니다. 질문과 아이들이 친해져야 하는데 질문을 가르치기 위해, 혹은 특별한 생각을 끌어내려는 어른들의 의도는 아이들을 질문으로부터 도망가게 합니다. 매사에 의미 있는 질문을 하기 위해 의도를 가지거나, 심각하게 생각을 하면 서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엄마가 아이의 생각을 진짜 궁금해 했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을 통한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아이의 생각을 발견해 나간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 p.96
아이는 엄마가 다 해 주면 편하고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다 움직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에는 엄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도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고 어려움도 겪어야 합니다. 어린아이 때 다양한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부모의 울타리 안에 있으므로 크게 마음을 다치거나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부모와 함께 경험하면서 겪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엄마의 과도한 걱정, 어떤 아픔도 겪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구축하는 ‘무균실’을 해제해야 합니다. 어릴 때 아이들이 겪어내는 모든 감정과 힘든 일은 성인이 되어가면서 면역력을 충분히 키워주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p.147
음식을 먹을 때 재미로 ‘아빠도 한입, 아’ 이렇게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끼리는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청소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기어 다닐 때부터 두 손을 잡고 하는 ‘척’이라도 해 주는 것을 권합니다. 가벼운 물건을 치울 땐 엄마를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함께 하도록 하세요. 작은 일이지만 아이는 가족의 일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터득하게 됩니다. 원하는 대로 해 주던 엄마, 아빠가 갑자기 태어난 동생을 우선시 하면 아이는 견디지 못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기를 돕는다는 개념으로 바뀌면 달라지겠지요. 언니니까, 오빠니까, 누나니까, 형이니까 무조건 동생을 챙겨야 한다는 개념을 아이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 p.152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말고, 들어주는 연습하기.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 이것 거짓말인데, 라는 편견 없이 우선은 들어주는 것입니다. 일주일쯤 충분히 들어주고 나면 아이의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내 이야기를 엄마가 들어 주는구나, 라고 말이죠. 그 다음에는 아이가 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엄마랑 같이 적어 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글을 완전히 떼지 않았다면 어머니께서 도와주시면 되고요. 그렇게 윤하의 이야기를 적어서 작은 책이라도 한 권 만들어 보세요. 말로만 하면 실제 일어난 이야기가 아니어서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글로 옮겨 적으면 훌륭한 창작품이 된답니다. 그리고 윤하와 함께 실제와 상상 구분하기를 해보는 겁니다. 처음부터 거짓말이라는 걱정에 사로잡혀서 아이의 이야기를 막으면 아이의 독특한 ‘강점’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