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일상의 모세혈관으로 스며들고 있다. 버스정류장에 가면 다음 도착 버스는 무엇이고 기다리는 버스는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란 명칭을 들어보았는지 혹은 사물인터넷이 무엇인지 아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하는 새로운 역사적 전환기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인터넷 연결을 전제로 하는 사물인터넷은 독립적이고 배타적으로 작동하는 전통기계와 달리 조금 더 똑똑해진 기계들을 연결해 서비스를 한다. 나는 그런 연결이 의미를 가지려면 인간 중심의 수평적 연결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4~5쪽
이종의 도메인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이 가져오는 파장이 큰 것은 기술의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좀 과장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몇 년 전에 어느 분의 요청으로 초등학교 4학년생을 만났는데 그 이유는 스마트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자전기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아듀이노Arduino나 래즈베리파이Rasberry Pie 같은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을 이용하면 손쉽게 스마트 머신을 만들 수 있고 손쉽게 연결을 꾀할 수 있다. 메이커스 운동makers’ movement의 붐에서 나타나듯 스마트 화분, 스마트 칫솔, 스마트 의자, 스마트 창문, 스마트 승강기, 스마트 건널목 등 ‘스마트’한 사물인터넷 디바이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7쪽
사물인터넷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공지능AI과의 관계이다. 사물인터넷은 초연결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기에 인공지능 서비스의 활동 무대가 된다. 마음이 몸에서 작동하듯 인공지능 역시 활동할 하드웨어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은 사물인터넷 덕분에 고객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사물인터넷에 빙의하여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누구 혹은 아마존 에코 같은 스마트 스피커는 사용자의 집안에서, 사용자의 일상에서, 사용자가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만남을 가지게 된다. 기존에 기업이 고객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기껏해야 고객이 주문을 하거나 불만을 제기할 때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고객의 일상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스마트 스피커가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사용자가 인정하는 인격체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 스피커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가공할 수준이 될지도 모른다. -9쪽
사물인터넷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혹은 스마트 씽즈Smart Things를 이해해야 한다. 스마트 씽즈는 다른 말로 스마트 디바이스 혹은 임베디드 디바이스라고도 불린다. 사물인터넷은 개별 디바이스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이고 이를 위해 사용하는 기기를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혹은 스마트 씽즈라고 부른다. 학술적으로는 그래서 사물인터넷 엣지edge 디바이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마트 씽즈는 일반 사물이 스마트화된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을 위하여 음식의 양을 측정하는 스마트 플레이트 탑뷰, 음료수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컵 프라임베실, 그리고 과식이나 급식을 할 때마다 부르르 떠는 해피포크가 그것이다. -31쪽
이제는 연결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제3세대 비즈니스는 기존 전통 IT 비즈니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며 기업에는 신성장 동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 창출의 기회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사물인터넷 시대가 마냥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할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수많은 기기 간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물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 들수록 연결의 복잡성을 제거하는 사용자경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48쪽
사실 아마존 에코의 시도는 이미 애플과 구글에서 시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음성인터페이스 시장의 후발주자이며 기술력에서 뒤진다고 평가를 받았음에도 성공했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며 폐쇄적으로 자신들이 지배할 생태계를 구축하려 했던 반면 아마존은 사람들은 집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는 평범한 사용자경험의 진리에 주목했다. 그래서 집에서는 스마트폰 대신 쓸 수 있는 스마트 스피커를 착안했다. 그리고 스마트 홈 내에 들어올 수 있는 가지각색의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수용해낸 개방형 정책을 펼쳤다. 즉 다양해지는 기기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포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 홈 허브의 핵심이다. 아마존 에코는 애플이나 구글과 달리 오픈 마인드로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쉽게 호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른 기기들과 연결 호환이 잘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들이 느끼는 진입 장벽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52쪽
사물인터넷을 사용자가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성 요소들보다 전체를 시스템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물인터넷의 서비스와 기능은 여러 구성 디바이스와 센서들로 분산되어 있고 기기 간 상호작용에 달려 있기 때문에 시스템 모델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설치에서부터 사용하는 자체에 어려움이 생긴다. 예를 들어 만약 정수기와 공기청정기가 연결된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한다고 하자. 그럼 정수기를 이해하는 것과 공기청정기를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수기와 청정기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또 다른 예로 스마트 홈 제품들이 보통 여러 개의 온습도센서를 사용해야 한다. 넷애모나 센서푸시사의 스마트센서는 온습도를 측정하는데 냉장고 안과 세탁실 등등 집안 곳곳에 흩어 설치한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개별 센서보다는 전체 센서 생태계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