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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10년 나를 낮추다

출가 10년 나를 낮추다

: 까칠한 프랑스 여성 인본주의자가 행복한 선 수행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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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153*224*20mm
ISBN13 9788901123066
ISBN10 8901123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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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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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조은수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수여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도미하여 미국 버클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아시아 언어문화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고 2004년 이래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불교철학을 전공했으며, 아비달마 불교에서 한국불교, 원효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한국불교 여성에 대한 논문을 모아 편집한 책인 Korean Buddhist Nuns and Laywomen: Hidden Histories, Enduring Vitality (미국 SUNY Press, 2011)을 펴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국제한국학센터 초대 소장과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지역 세계기록문화유산 출판소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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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산 스님이 우리와 함께 좌선하시겠다고 오셨다. 나는 화두에 전념하려고 무척 노력해서 몇 번만 몸을 움직이고 참았지만 또 한 시간 더 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나가버렸다. 다시 돌아와 보니 선방의 어느 스님께서 영어 사전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시는 게 아닌가. 구산 스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고 가셨다는 거다. 한글로 쓰인 ‘억지로 참다’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 ‘억지로 참다’라는 말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참으라는 뜻이었다. --- p.45

한 사람의 수행은 어려운 처지에서 화두를 성성하게 들려고 노력할 때 더 성숙하는 것이다. 조용한 곳에 가만 앉아 있는다고 네 공부가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할 때나 또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수행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손이나 발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화두를 잊어버리지 않는 한, 공부에는 계속 진전이 있을 것이다. 이전의 모든 수행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부를 해왔다. 어느 분도 쉽고 편안하게 공부를 하신 분은 없다. --- pp.114-115

그 결제 기간 동안 내가 맡은 소임은 공동 목욕탕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나는 매일 네 시에 이 일을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에 오후에 예불을 올리는 스님이 와서는 바로 직전에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몇 주간 계속되자 나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갑자기 다른 스님이 몸을 씻고 있는 것이 아무런 상관이 없게 느껴졌다. 나는 청소하는 시간이고 그분에게는 예불을 올리기 전에 몸을 씻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화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비록 조그마한 사건이었지만 나에게는 아주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참선이 나에게 뭔가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일이었다. 일부러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흐트러지게 만드는 욕심과 집착을 다 해소시켜 버렸던 것이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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