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이 집의 규칙 가운데 하나였다.
엄마에 대해 말하지 않기.
울지 않기.
그리고 가장 나쁜 건…… 포옹하지 않기.
하지만 데니스는 그냥 한없이 슬프기만 했다. 이따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밤에 침대에 누워 울기도 했다. 가능하면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울려고 애썼다. 한방을 쓰는 형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존이 데니스가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데니스? 데니스? 왜 울어?”
존이 침대에 누운 채 물었다.
“모르겠어. 저기…… 그냥…… 엄마가 여기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것저것…….”
데니스가 대답했다.
“울지 마. 엄마는 가 버렸고 돌아오지 않을 거야.”
“형도 잘 모르잖아…….”
“엄마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 데니스. 그러니까 그만 울어. 여자애들이나 우는 거라고.”
하지만 데니스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데니스의 마음에는 고통이 바닷물처럼 끊임없이 밀려왔고, 눈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데니스는 형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흐느꼈다.
그래서 데니스가 남들과 어떻게 다른 거냐고 여러분이 묻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튼 이 아이는 평범한 마을에 있는 평범한 거리의 평범한 집에 사는데 말이다. --- pp.18-19
데니스는 다베시에게 보그를 샀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친구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는 빙 돌려 말해서라도 묻고 싶었다.
다베시는 시크교 신자다. 데니스와 동갑인데 아직 열두 살이라 터번을 두르지는 않는다. 다베시는 모자 비슷한 것에 방울이 달린 ‘패트카’라는 걸 썼다. 그 안에 머리카락을 다 집어넣는다. 시크교를 믿는 남자는 머리카락을 자르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는 별별 애들이 다 있었
지만 패트카를 쓰고 다니는 애는 다베시 뿐이었다.
“넌 남들하고 다르다고 생각하니, 다베시?”
데니스가 물었다.
“어떤 점에서?”
“글쎄, 그냥, 있잖아, 학교에서 머리에 그런 걸 쓰고 다니는 애는 너뿐이잖아.”
“아, 이거. 그야 그렇지. 근데, 우리 식구들 안에서는 그렇지도 않은 걸. 엄마가 크리스마스에 인도에 있는 할머니 댁에 나를 데려갈 때도 안 그렇고. 시크교를 믿는 남자애들은 다 이걸 쓰거든.”
“하지만 학교에서는?”
“처음엔 다르다고 생각했어, 맞아.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고. 내가 다른 애들과 다르게 보이는 걸 알았으니까.”--- pp.56-57
월요일 아침이었고 리사와 데니스는 학교 교문 밖에 서 있었다. 데니스는 다시 드니즈로 차려입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오렌지색 드레스를 말이다. 스팽글 때문인지, 긴장해서인지, 데니스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못 하겠어…….”
데니스가 말했다.
“괜찮을 거야.”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학교로 들어가는데, 리사가 달래면서 확신을 주었다.
“많이 말하지 않아도 돼. 여기 있는 누구도 프랑스어를 잘 못해. 간신히 영어나 말한다고.”
데니스는 너무나 긴장해서 리사의 농담에 웃지도 못했다.
“라지와 맥을 속이는 거랑은 달라. 이건 학교 전체잖아? 그러니까, 틀림없이 누가 날 알아볼 거라고…….”
“아니야. 넌 진짜 달라 보여. 다들 꿈에도 네가 데니스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야.”
“큰 소리 내지 마!”
“미안해. 자, 날 믿어, 아무도 네가 누구인지 짐작도 못할 거라니까. 그럼 그냥 집에 가서…….”
데니스가 잠시 생각했다.
“아냐. 그럼 재미없는 일 뿐이잖아.”
리사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데니스도 덩달아 웃으면서 운동장을 향해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 pp.118-119
바로 그 순간, 데니스의 가발이 벗겨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드니즈는 다시 데니스가 되어 버렸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여자 옷 차림에 화장을 하고 신발을 한 쪽만 신은 데니스가 서 있었다. 침묵이 눈처럼 운동장을 가로질러 퍼져 나갔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데니스를 돌아보았다.
“데니스……?”
다베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드니즈야.”
데니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게임은 끝났다. 데니스는 꼭 보기만 하면 돌이 되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메두사를 본 것만 같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리사를 보았다. 리사의 얼굴은 걱정으로 어두워졌다. 데니스는 웃어 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조용한 운동장에서 누가 ‘쿡’ 하고 웃었다.
그리고 다른 애가.
그리고 또 다른 애가.
재미있어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잔인하게 놀리는 웃음소리였고, 상처를 주고 창피를 주는 웃음소리였다. 웃음소리는 커지고, 커지고, 커져서 데니스는 온 세상이 자기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원히. --- pp.118-119
“지금 뭣들 하고 있는 건가?”
“드레스를 입었다고 데니스를 퇴학시키셨잖아요. 하지만 우리 모두를 퇴학시킬 수는 없습니다!”
가레스가 당당하게 큰소리로 대답했다.
축구팀의 선수들은 모두 주장 뒤에 도도하게 줄을 서서 마돈나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무용수들처럼 자세를 잡았다. 관중석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건 수치야!”
교장 선생님이 짐승처럼 소리 질렀다.
교장 선생님은 화가 나서 지팡이 겸 의자를 마구 휘두르며 경기장을 떠나 버렸다. 가레스가 데니스를 보며 웃음 지었다.
“자, 가자. 해 보는 거야!”
가레스가 말했다.
어안이 벙벙한 심판은 호루라기를 불다가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데니스는 한 골을 넣었다. 모들린스트리트 선수들은 충격에 빠졌다.
--- pp,176-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