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작가의 말’에 못다 한 말을 덧붙이고 싶다. 내가 ‘자발적 유배’라고 표현한 제주에서의 체류 기간은 2003년 봄부터 2005년 봄까지였는데, 서울로 올라온 직후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이 차디찬 골방에서 혼자 세상을 떠났다. 이 소설에도 등장하지만 그분과의 인연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분의 사진 작품으로 책 표지를 만들게 되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비록 세상에 없다 할지라도 김영갑 선생께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뿐만 아니라 사고무친의 섬에서 당시 나와 함께해주었던 현지 어부들과 낚시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늘 술을 함께 마셔주었던 신경정신과 전문의 천자성 선생께도 새삼 감사드리고 싶다. 그들은 나의 쓸쓸한 유배생활을 도와주었으며 ‘지금,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었다. 얼마 전에 다녀왔음에도 제주가 다시금 눈앞에 그립다. 여름, 겨울의 폭풍우가 특히나 그립다. 제주에서 올라온 후 내 가슴에서 ‘거칠음’이 사라진 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 거친 힘을 회복하고 싶다. 언제든 내 안의 호랑이와 대적할 수 있는 그 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