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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아프리카

서른 살의 아프리카

: 적도 위에서 보낸 뜨거운 180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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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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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42g | 152*215*30mm
ISBN13 9788993985559
ISBN10 899398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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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양은주
경주에서 태어났다. 이것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이력이기에 여기까지만 쓰고 싶었는데 곳곳에서 퉁이 심해 사족을 보탠다. 철이 없을 때 무릇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 싶어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대학원에서 이태준을 붙잡고 있다가 출판사에 들어가 편집자로 일했다. 어쩌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인도와 네팔에 갔고, 어쩌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아프리카와 중동에 갔다. 이 책 역시 ‘어쩌다 보니’의 산물이지만, 눈물은 필요 없던 나의 아프리카에 바치는 소박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여행과 산, 드라마와 예능, 기록해두는 것, 책 수집을 좋아한다. 귀향해 텃밭을 가꿀 날을 꿈꾸며 여전히 책의 언저리에서 책 만드는 일에 손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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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누가 붙였는지도 모를 조그만 스티커가 손등에 붙어 있고 불량 식품인 설탕 가루 색소가 훈장처럼 손가락에 물들어 있던 날, 아이들이 가져온 아보카도가 책상에 산처럼 쌓이던 날, ‘사라’와 함께 햇빛 속을 걸어 집으로 가던 날, 수업료를 못 내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들이 다시 교실에 나타나던 날, “안녕하세요”를 기억하고 우리말로 인사를 걸어오던 날, 우르르 몰려나온 아이들의 배웅을 받던 날.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루하루는 이렇게 채워야 한다고 새로 배우던 날들이었다. 해바라기 같은 아이들의 활짝 핀 웃음으로 시작해 웃음으로 끝난
날들이었다. 바람대로 ‘무중구’에서 시작해 ‘선생님’으로 끝난 날들이었다.---p.59

사자가 수풀 뒤에 숨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숨죽이고 사자가 사냥을 시작하기만을, 그것도 아니면 수풀 속에서라도 기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갑자기 지프차 한 대가 길을 벗어나 덤불로 향했다. 놀랐을 게 분명한 대여섯 마리의 사자들이 무기력하게 걸어 나왔다. 존엄을, 혹은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듯 뛰지도 성급히 굴지도 않았다. 천천히 어슬렁거리며 기어 나와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근처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p.150

계속 같은 길을 오가다 보니 날 기억해주는 사람도 늘었다. 햄버거집 총각들, 잔지바르 피자 가게의 무하마드, 조의 코너(Jaw’s corner)에서 행상을 하는 안경 낀 할아버지, “너무 종일 걷는 거 아니야? 앉아서 좀 쉬어”라며 벤치 옆자리를 권하던 할아버지, 작은 슈퍼를 하는 부모님을 도와 가게에 나와 있던 초등학교 1학년생 난다니. 이젠 택시 기사들도 “택시?” 하고 묻고는 먼저 웃음을 터뜨린다. 내가 계속 같은 자리를 거닌 탓에 우린 몇 번이나 마주쳤고 그때마다 그들은 내게 택시를 타라고 권했는데 그러다 결국엔 내 얼굴을 익힌 것이다.---p.257

사실 나는 두려웠다. 그들이 날 속이는 건 아닐까, 갈아탄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모두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닌가, 분명 곤다르까지 간다고 하고 돈을 낸 건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긴 그날 새벽, 아디스아바바를 떠날 때도 그랬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빈대가 나타날까 두려워 침대 모퉁이에 간신히 웅크린 채로 미니버스가 데리러 오기만 기다렸다. 새벽 3시에 도착한다는 버스는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돈을 떼인 건 아닌지, 나를 싣지 않고 그냥 가버린 건 아닌지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새 아프리칸 타임을 잊은 거였다. 역시나 염려하던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모든 게 확실해질 때까지는 쉽사리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에티오피아를 여행한 지 고작 3일째 되는 날이었으니. 어쨌건 전전긍긍하는 내가 그들 눈에도 심란해 보였는지 함께 곤다르로 갈 엘리아스와 대갈렘은 연신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라며 자기들도 늘 이런 식으로 갈아타니까 너무 걱정 말란다. 그렇게 우리는 통성명을 했다.---p.290

어쨌거나 나는 몇만 리 떨어진 에티오피아에 한국식으로 말하면 ‘철수’에 해당하는, 흔해 빠진 ‘솔로몬’이라는 이름을 가진 ‘절친’이 한 명 있다. 그리고 피부색은 다르지만 한 동네에서 함께 자란 것 같다며 나를 ‘시스터’라 불러주는 ‘물루게타’라는 동생이 한 명 있다. 이들을 만난 뒤 나는 내 여행의 화두가 ‘Why not?’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그 한마디로 시작된 인연이었기에. 다음 날 나는 곤다르를 떠났다. 예정된 이별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서운함이 밀려왔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 굿바이 마이 브라더.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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