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양에서 내려온 감찰관 독우는 유비가 뇌물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비의 부하관리에게 매질을 가한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장비는 마침내 활화산 같은 분노를 터뜨린다!
장비 조정의 썪은 관리가 우리 형님을 모함한다 이거지? 흐흐흐.......독우, 넌 오늘 죽었어!
장비는 단숨에 독우에게로 달려갔다. 술기운에 분노까지 더해진 장비의 이성은 이미 실종된 상태. 그는 거칠게 대문을 두드린다.
장비 문 열어! 빨랑 문 열어!
독우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장비 빨랑 안 열어? 좋아, 안 연다 이거지? 그럼 할 수 없지! 하나, 둘, 셋! 아자!
대문이 부숴지고 장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안 그래 도 무시무시한 장비의 얼굴은 술기운으로 붉게 달아 올라 마치 지옥의 염라대왕을 방불케 한다.
장비 다 죽었어!
독우 저, 저놈은 뭐야?
장비 어이구 안녕들하슈. 이 먼 곳까지 내려와서 백성들 괴롭히느라 고생이 아주 많수다.
독우 너, 넌 뭐하는 놈이냐?
장비 난 현령 유비의 의동생 장비라고 한다. 독우, 너 오늘 나랑 잠깐 대화 좀 나눠야겠다.
전쟁이나 호환 마마, 불법야동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 으니 그건 바로 술취한 장비!
독우 이런 무례한 놈. 여기가 감히 어디라구! 뭣들 하느냐? 당장 저 놈을 체포해라!
그러나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다.
장비 지금부터 셋을 세겠다. 부양할 가족이 많거 나 아직 장가를 못갔거나 자동차 할부금이 남아 있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살아야 되는 자들은 지금 즉시 이곳을 떠나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 마! 자, 그럼 센다! 하나.......
일동 안녕히 계세요. 수고하세요.......
드넓은 현청 마당은 어느새 휑해지고 남은 건 장비와 독우, 단 두 사람 뿐!
장비 어디보자, 주먹을 쓰긴 그렇구, 뭐 쓸만한 거 좀 없나?
독우 이봐요, 장비, 아니 장비님. 잠깐 저랑 얘기 좀.......
장비 오, 여기 아주 쓸만한 채찍이 있구만. 최고급 소가죽 셋팅에, 가시까지 박혀있네. 몸에 아주 착 착 달라 붙겠어!
독우 장비님, 제발 살려주십쇼. 제가 잘못했습니 다. 제발 용서해 주십쇼!
장비 독우! 자 일단 조준하기 쉽게 기둥에 널 좀 묶 어놔야겠다!
독우 장비님, 제발 살려주십쇼!
장비 시끄럽게 떠들지말구 이 꽉 물어라. 자, 그럼 간다. 아자!
독우 으악!
장비는 그렇게 독우를 기둥에 묶고 채찍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뒤늦게 소식을 듣고 유 비와 관우가 현청으로 뛰어 들어온다.
유비 장비! 너 지금 뭐하는 짓이냐?
장비 형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제 마지막 필 살기만 남았습니다. 간다! 아도오오오겐!
관우 장비! 그만 둬라!
장비 아유, 진짜 결정적인 순간마다 왜들 그러는 거에요?
관우 형님, 조정의 관리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기 힘들 것 같습니다.
유비 관우, 니 말이 맞다. 아무래도 떠날 때가 된 것 같구나.
관우 큰 새는 초롱에 갇혀 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제 이곳을 떠나 넒은 세상으로 가시지요.
유비 이보시오, 독우나으리.
독우 예, 예.......
유비 자, 여기 제 사직섭니다. 갖고 가서 조정에 잘 보고해 주십쇼. 그리고 댁도 그닥 잘한 건 없으니 우릴 너무 원망하지 마십쇼.
독우 그럼요, 원망이라뇨! 그런 거 절대 없습니다!
유비 자, 그럼 어서 떠나자꾸나.
장비 형님, 한 대만 더 때리구 가면 안될까요? 아도오오.......
유비 많이 먹었다. 그만 해라!
장비예.......
이것이 바로 장비가 독우를 채찍질 했다는 소설 삼국지의 유명한 에피소드 "편독우(鞭督郵)"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 뒤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있다. 삼국지 정사 유비 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유비는 독우를 묶고 곤장 이백대를 때렸다. 이어 인수를 풀어 그의 목에 매달고 관직을 버리고 도망갔다" 기록에도 나와 있듯이 독우를 때린 건 장비가 아니라 바로 유비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소설 삼국지의 저자 나관중은 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가며 편독우 사건의 주인공을 유비에서 장비로 바꾼 것일까? 거기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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